[현장에서]OTT-음악신탁업체 갈등, 저작권법 개정이 만능책인가

한음저협, 저작권법 54·107조 개정 위한 입법화 노력
"저작권 단체 등록만으로 제3자에 대한 대항력 인정해야"
OTT업계 "협회 권리 키우는게 생태계 보호인가" 반문
뿌리깊은 불신…투명한 정보 공개로 비용 낮춰야
  • 등록 2022-11-27 오전 10:25:09

    수정 2022-11-27 오후 9:10:16

한국저작권음악협회와 김용민·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 도서관에서 저작권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유기섭 한음저협 본부장, 최승수 변호사, 오승종 교수, 싱어송라이터 박학기, 김용민 의원, 유정주 의원, 추가열 회장, 벤자민 응 CISAC이사, 뮤직카우 김지수, 원아이디랩 방경식, 황선철 한음저협 사업2국장. (사진=한음저협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저작권을 갈취하는 매절 계약(대가를 한꺼번에 지급하고 향후 발생할 저작물의 이용 수익을 독점하는 계약) 방지를 위해 저작권법 개정이 필요하다”

24일 음악저작권신탁업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공청회를 열고 저작권법 54조와 107조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김용민·유정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주최 측에 이름을 올리며 이같은 주장에 힘을 보탰다. 한음저협은 향후 국회서 저작권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는 이를 위한 첫걸음이었던 셈이다.

“매절계약 강요”vs“다양한 계약형태 막아”

현행 저작권법 제54조에 따르면 저작권 신탁관리단체에 등록돼 공시된 저작물이라도 한국저작권위원회에 그 변동 사항을 또다시 등록하지 않으면 제3자에게 그 권리(대항력)를 주장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저작권신탁관리업체에 미리 신탁을 한 작곡가라도 새로이 제작하는 방송프로그램 또는 영화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새로 음악을 창작한 경우, 직접 계약할 수 있게 된다.

한음저협은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와 같은 이용자들이 이 54조를 악용해 창작자에게 불리한 계약을 맺고 있다고 밝혔다. 한음저협 부회장인 박학기 싱어송라이터는 “OTT는 예전에는 단순하게 송출을 했지만 지금은 제작까지 하는 엄청난 슈퍼갑”이라며 “음악감독님들 중에서는 먹고살기 위해 사후 70년을 보장하는 저작권 권리를 판매하는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법 54조를 개정해 신탁관리단체에 등록한 것만으로 대항력을 부여하면 이같은 매절계약 자체를 사전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 한음저협의 주장이다.

OTT업계의 이야기는 다르다. OTT업계 관계자는 “영상제작사들이 우리에게 콘텐츠를 팔 때는 권리자들에게 이미 대가를 지급하고 권리를 양도해서 유통하는 것”이라며 “음저협은 이를 약관계약 위반이라며 회원들을 징계하겠다고 나서는데 오히려 회원들을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저작권법 개정이 반드시 정답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다양한 형태의 계약을 막음으로써 오히려 시장 전체의 파이를 축소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16년 대법원은 한음저협이 CJ CGV를 대상으로 제기한 영화음악의 공연권 사용료 지급소송 분쟁에서 한음저협 측의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쟁점 중 하나가 “영화 제작사가 음악감독 개인에게 창작곡을 사용 허락받거나 양도받는 것은 위법”이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법원은 저작권법 54조를 들어 “저작자가 해당 창작곡에 대해 이전 등록을 마치지 않은 이상, 저작자들로부터 저작재산권을 이중 양수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을 계기로 영화제작사가 음악감독과 자유롭게 개별계약을 할 수 있게 되며 영화 O.S.T 제작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경직된 협상구조는 가뜩이나 영상콘텐츠 제작비가 날로 뛰고 있는 현실에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저작권법상 창작자 권리 보호만큼이나 중요한 가치인 영상물 유통 활성화라는 또 다른 가치를 저해, 결과적으로는 음악업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음악(音樂) 역시 누가 듣고 즐겨야 음악 아닌가.

물론 음악감독 개인이 가진 협상력은 한음저협과 같은 단체보다 약하기 때문에 불공정 계약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은 귀담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구름빵’ 사건 이후 출판사의 불공정약관이 개정된 것처럼 법 개정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정교한 수단을 통해 이 같은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공정한 배분 위한 정보공개 필요”vs“공정한 정산위한 정보공개는?”

한음저협이 개정을 주장한 저작권법 107조에 대해서도 OTT업계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음악사용료를 권리자에게 공평하고 투명하게 분배하기 위해 이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왜 한음저협은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음악저작물의 관리목록을 공개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음저협은 모호한 문구와 처벌 규정 부재로 많은 방송사들이 음악사용내역인 큐시트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있는 만큼, 저작권법 107조를 개정해 이를 의무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OTT업계 관계자는 “한음저협이 관리하는 목록을 공개하지 않고 검색만 하도록 할 수 있게 하니 이용자들은 권리 확인을 위해 수백 수천곡을 하나씩 검색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권신탁관리업체는 관리목록을 공개하게 돼 있는데 현행법도 지키지 않으면서 우리 보고 사용 내역을 달라고만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음저협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경우 등록공보를 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분쟁 속에서 눈에 띄는 것은 서로에 대한 불신이다. OTT 업계와 한음저협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갈등은 OTT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에 따른 미디어환경 변화에서 양측 모두에 모두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 등을 도입해 현재 일일이 수기로 이뤄지는 음악관리체계를 바꿔나가는 등 근본적 해결도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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