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이건 알아야해]소방·구급차는 왜 민식이법 예외가 필요할까

민식이법 소방차·구급차도 예외 없는 적용에 현장선 ‘한숨’
“긴급한 상황 발생하면 스쿨존에서 민식이법 지킬 여유 없어”
소방청, 민식이법서 긴급차량 예외 두는 방안 추진
  • 등록 2020-06-20 오전 8:03:28

    수정 2020-06-20 오전 8:03:28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와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가중처벌을 받도록 한 이른바 ‘민식이법’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뜨겁습니다.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형량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매우 강한데다 모든 차량에 예외 없이 적용되기 때문에 과잉처벌이라는 목소리도 큽니다.

이 논란 가운데 구급차나 소방차 등 긴급차량이 있습니다. 긴급차량은 신호위반이나 중앙선 침범 등에도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데요. 만일 위급한 환자 발생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차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30km 이상으로 주행하던 중 사고가 나면 민식이법 적용 대상이 됩니다.

15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교차로에서 사설 구급차와 승용차 2대 등 3중 충돌 사고가 나 구급차가 옆으로 넘어져 있다.(사진=연합뉴스)
특히 구급차나 소방차를 운전하는 소방관은 어린이가 다치기라도 하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는데요. 만일 형이 확정되면 공무원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제69조(당연퇴직)와 국가공무원법 제33조(결격사유)는 공무원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혹은 그 형의 집행유예, 선고유예를 받아도 당연히 퇴직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현장에선 민식이법으로 골든타임을 지키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골든타임 내 응급환자를 이송하려면 신호와 속도를 위반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어린이보호구역을 피해 돌아가거나 속도를 갑자기 낮춰 서행으로 운전해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 일선 현장 구급대원은 “응급환자를 구하려다 도리어 중범죄의 가해자가 될까 봐 걱정된다”며 “일반 차량과 똑같이 처벌을 받으면 출동 상황에서 소극적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응급출동이 잦은 구급차 관련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119구급차 교통사고는 489건으로 연평균 97.8건에 달합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인 141건의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또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 119구급차의 평균 현장 도착 시간은 7.7분으로 교통사고 발생률은 18.7%에 달합니다. 이는 전체 차량 교통사고 발생률(4.7%)보다 4배가량 높은 수준인데 교통법규 위반으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과실비율도 75.1%에 이릅니다.

사실 구급차 같은 긴급차량의 교통사고 문제는 어린이보호구역 밖에서도 늘 대원들의 걱정거리였습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긴급 자동차의 신속한 출동을 위해 중앙선 침범, 속도 위반, 신호 위반 등에 대해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긴급자동차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형 등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도록 규정하고는 있습니다.

문제는 이 규정이 ‘임의적 형의 감면에 대한 규정’이라는 점입니다. 즉, 재판 과정에서 형을 감면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사고에 대한 우려를 없애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신호 위반 등 12대 중과실 사고가 나면 일반 운전자와 같은 처벌을 받습니다.

그래서 지난 2018년에 이종명 전(前) 미래한국당 의원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이 개정안에는 긴급자동차의 운행 행위가 교통사고의 원인이 된 경우 운전자에게 중대한 과실을 제외하고 형을 면제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이 법안 끝내 20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당시 행정안전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를 보면 현행법에서도 개정안과 동일하게 사고가 나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업무상 교통사고 책임을 면제하면 도덕적 해이로 인한 무리한 주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교통사고 관련 법안을 담당하는 경찰도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숨지거나 중상을 입을 경우에는 임의로, 그 외의 사고에 대해서는 필요적으로 형을 감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민식이법 시행 첫날인 지난 3월 25일 부산 동래구 한 초등학교에 불법 주차된 차량 옆으로 한 어린이가 아찔한 보행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소방청은 지난달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소방차와 구급차를 보호하기 위해 해당 법안을 다시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민식이법에서도 긴급차량에 대해선 예외를 두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소방청 관계자는 “화재나 구급 등 소방 활동은 필연적으로 도로교통법과 관련이 많은데다 민식이법으로부터 소방차를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개정이 필요하다”며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구성되면 경찰청과도 협의하면서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인 한문철 변호사는 “민식이법에서 어린이보호구역 30㎞로 제한하고 있는데 긴급한 상황에서 다 지키기는 한계가 있다”며 “소방차 등 긴급차량이 사고가 났을 때 면책하는 법안 조항에 민식이법인 특가법 5조 13도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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