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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평생 독문학을 연구하며 60여권이 넘는 책을 냈다. ‘5인분 노비’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전 교수는 “무슨 일을 하면 미친듯이 한다”며 “너무 바쁘게 살다보니 연말정산 한번 못해보고 퇴임을 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전 교수의 저서 중 직접 꼽은 인생의 책을 소개한다.
‘맺음의 말’은 전 교수가 서울대 강의를 마무리 하며 그간의 여정을 정리한 책이다. 그가 강의한 ‘독일 명작의 이해’는 서울대 명강의 중 하나로 손꼽힌다. 독특한 수업 방식과 수강생들이 한 학기 동안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은 우리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간 번역하거나 저술한 책의 후기와 서문, 그 책들을 돌아보면서 덧붙인 글들로 이뤄져있다. 현실에서 느꼈던 고민과 생각들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전 교수는 “‘시인의 집’은 학술적인 깊이가 있는 책이라기보다 어찌 보면 ‘르포책’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며 “여러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여권 4개에 도장이 가득 차도록 지구 끝까지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가면 제임스 조이스 집을 찾아가보고 싶듯이 시인들의 고장을 찾아갔다. 나중에 이걸 묶어보니 독일의 ‘시사(詩史·시의 역사)’처럼 됐다. 내 글들이 어느 시점부터는 독일어로만 쓰여져서 이 책은 모국어로 돌아왔다. 감사하게도 4쇄까지 찍었다. 이렇게 공들인 일에 대해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좋았다. 남은 시간도 그런 분들을 위해 작업을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