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용산참사 10년, '신과 함께-이승편'이 기억하길"

서울예술단, '저승편' 이어 '이승편' 무대화
철거 앞둔 집 지키는 가택식 이야기 그려
강남 한복판 LG아트센터서 재개발 소재 공연
"인간의 존엄성, 사라지는 가치 돌아봤으면"
  • 등록 2019-06-25 오전 6:05:00

    수정 2019-06-25 오전 6:05:00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이승편’의 김태형 연출(왼쪽)과 원작자 주호민 작가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서울예술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용산 참사 이후 10년이 지났는데 세상이 더 나아졌는지는 모르겠다. 비슷한 일이 어디서든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만난 만화가 주호민은 창작가무극으로 재탄생한 ‘신과 함께-이승편’(6월 29일까지 LG아트센터)을 본 뒤 이같이 말했다. 주 작가가 2011년 네이버웹툰에서 연재한 동명 웹툰은 철거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택신의 이야기로 2009년 일어났던 용산 참사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 작가는 “‘신과 함께-이승편’은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웹툰에서 6명의 죽음을 예고하는데 이는 용산 참사 당시 죽은 5명의 철거민과 1명의 경찰을 뜻한다”며 “이번 창작가무극으로 (용산참사가) 다시 조명되는 것처럼 이런 일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주 작가의 대표작 ‘신과 함께’는 ‘원 소스 멀티 유즈’를 대표하는 콘텐츠다. 최근 두 편의 영화로 제작돼 ‘쌍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보다 앞서 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서울예술단은 2015년 ‘신과 함께-저승편’을 초연한데 이어 4년 만에 ‘신과 함께-이승편’을 초연한다. 연출가 김태형이 창작진으로 참여했다.

영화가 ‘저승편’과 ‘이승편’을 하나의 스토리로 재구성한 것과 달리 창작가무극은 원작의 스토리를 충실히 따르는 것이 특징이다. ‘이승편’도 집을 지키는 신이 있다는 가택신앙을 바탕으로 철거와 재개발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배우 고창석이 가택신 중 하나인 성주 역을, 배우 오종혁이 철거 용역으로 일하는 대학생 박성호 역을 맡았다.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이승편’의 한 장면(사진=서울예술단).


주 작가는 “굉장히 암울한 이야기라 원작을 그릴 때는 무척 고통스러웠는데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은 그래도 안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며 “원작의 정서가 잘 느껴지면서도 희망의 메시지가 함께 담겨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고 말했다.

김 연출이 고민한 지점도 철거민의 이야기였다. 용산 참사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철거와 재개발 문제를 다뤄야 하는지를 생각했다. 그는 “각색을 맡은 한아름 작가와 작품의 방향을 고민하던 중 지난해 서울 아현동에서 한 철거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를 봤다”며 “철거민의 문제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으로 공연 또한 이를 전면으로 다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예술단의 ‘신과 함께-저승편’은 윤회를 표현하는 원형 무대와 바닥에 설치한 대형 LED 스크린 등을 활용해 사후 세계를 효과적으로 표현해내 호평을 받았다. ‘신과 함께-이승편’도 ‘저승편’과 비슷한 원형 무대를 등장시키고 저승의 입구인 초군문이 등장하는 등 시리즈로서의 연속성을 유지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가 배경인 만큼 ‘저승편’보다는 판타지적인 느낌이 덜하다.

김 연출은 “‘이승편’에서도 ‘저승편’과의 연관성을 이어가기 위해 원형 무대를 그대로 가져왔다지만 ‘이승편’의 원은 깨어지고 조각난 윤회의 고리라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한 “실내에서 높아지는 달동네 언덕, 리어카와 실제로 집을 부수는 장면 등을 통해 현실적인 공간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철거와 재개발을 다루는 작품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LG아트센터에 오르는 사실이 흥미롭다. 김 연출은 “이번 공연의 연출을 수락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강남에서 철거민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며 말했다. 그는 “‘신과 함께’의 ‘저승편’과 ‘신화편’이 권선징악의 이야기라면 ‘이승편’은 용산 참사에서 모티브를 얻은 조금 다른 이야기”라며 “인간이 타인에게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주 작가와 김 연출 모두 이번 공연이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 연출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존엄성이 사라지고 훼손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고군분투와 이를 응원하는 신의 이야기로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 작가는 “만화 ‘원피스’의 대사 중에 ‘사람이 죽는 것은 잊혀 졌을 때’라는 대사가 있다”며 “‘신과 함께’를 그리기 시작한 것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제주 신화를 잊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사라지는 걸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설화나 민담을 바탕으로 한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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