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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뭔가 튀어나올 듯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가로막고 섰다. 너덜너덜 떨어져 나간 벽돌타일, 그 위를 땜질한 널빤지가 그로테스크한 무늬처럼 박힌 건물. 하지만 이들 탓만은 아닐 거다. 벽에 드리운 붉은 색조가 자꾸 신경을 긁고 있으니. 도대체 이 ‘붉은’은 어디서 왔을까.
사진작가 이재욱(40)은 사회·문화현상에 관심이 많단다. 그렇다고 사건·사고에 그대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건 아니다. 되레 추상적인 현상을 구체적인 실체로 꺼내놓으려고 하는데. ‘있는’보다 ‘있어도 인식하지 못한’ 시선을 환기하려 했다고 할까. 그저 너절한 건물에 불과했을 ‘제5별관’(2020)처럼 말이다.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7길 갤러리룩스서 여는 개인전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에서 볼 수 있다. 라이트박스에서 슬라이드. 70×56㎝. 작가 소장. 갤러리룩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