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아름다운 일몰이면 안 될 풍경…이재욱 '제5별관'

2020년 작
옛 중앙정보부·안기부 건축물 조명한 연작
일몰촬영에 쓰는 선셋 필터 거꾸로 장착해
낡은 건물 촬영한 흑백사진에 붉은빛 들여
  • 등록 2020-09-15 오전 4:05:02

    수정 2020-09-15 오전 4:05:02

이재욱 ‘제5별관’(사진=갤러리룩스)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뭔가 튀어나올 듯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가로막고 섰다. 너덜너덜 떨어져 나간 벽돌타일, 그 위를 땜질한 널빤지가 그로테스크한 무늬처럼 박힌 건물. 하지만 이들 탓만은 아닐 거다. 벽에 드리운 붉은 색조가 자꾸 신경을 긁고 있으니. 도대체 이 ‘붉은’은 어디서 왔을까.

사진작가 이재욱(40)은 사회·문화현상에 관심이 많단다. 그렇다고 사건·사고에 그대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건 아니다. 되레 추상적인 현상을 구체적인 실체로 꺼내놓으려고 하는데. ‘있는’보다 ‘있어도 인식하지 못한’ 시선을 환기하려 했다고 할까. 그저 너절한 건물에 불과했을 ‘제5별관’(2020)처럼 말이다.

옛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 건축물을 조명한 연작 중 한 점인 작품은 작가에겐 “훼손된 권력의 상징”이란다. 이미 용도가 변경됐을지언정 “잘못된 역사의 순간들이 이제는 무명의 목격자처럼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 또 느끼게 하고 싶은 거다.

저 ‘붉은’은 작가가 흑백사진을 핏빛으로 물들이기 위해 고안한 장치였다. 흔히 일몰 촬영에 쓰는 선셋 필터를 거꾸로 장착해 태양보다 더한 적빛을 뽑아냈다.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7길 갤러리룩스서 여는 개인전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에서 볼 수 있다. 라이트박스에서 슬라이드. 70×56㎝. 작가 소장. 갤러리룩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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