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작은 일에만 분노하나…대면기피가 낳은 분노사회

현대사회 직접 대면 필요성 줄며 소통능력 저하
"김성수, 소통 분노로 저지른 범죄로 봐야"
국민청원·SNS 재확산에 국민 분노 방아쇠 당겨
"나도 희생자 될 수 있다" 감정이입 공분 이끌어
  • 등록 2018-10-25 오전 6:00:00

    수정 2018-10-25 오전 6:00:00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살인 동기 중 우발범죄 건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그래픽=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신중섭 조해영 기자] 강서구 PC방 사건과 같이 사소한 짜증이나 분노가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는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층간 소음이나 휴대전화 음악 소리, 말다툼 등이 원인이 돼 생명을 해치는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잇따라 발생한 ‘양산 아파트 밧줄 절단 살인 사건’과 ‘충주 인터넷 설치기사 살인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2017년 6월 8일 오전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에 사는 주민 서모(42)씨가 아파트 외벽 13층에서 도색 작업을 하던 김모(46)씨의 밧줄을 끊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김씨가 켜놓은 휴대전화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에서였다.

부산고법 형사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올해 4월 12일 열린 2심에서 살인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서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밧줄 절단 사건 발생 8일 후인 6월 16일에는 충주시 칠금동 한 원룸에 거주하는 A(55)씨가 인터넷 AS기사 B씨(53)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별다른 직업 없이 주식 투자를 하던 A씨는 느린 인터넷 속도 때문에 주식 손해를 봤다며 이러한 짓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올해 4월 19일 열린 2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기도 했다.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잠재된 열등감과 화가 엉뚱한 방향으로 폭발한 ‘소통 분노’가 낳은 결과물이다. 제2의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어린시절부터 타인과 소통하며 공감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직접 대면 줄며 소통능력 저하…분노 조절 힘들어”

김성수가 저지른 분노 범죄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대면 기피’ 풍토와 맥락을 같이 한다. 전문가들은 직접 대면이 많던 과거와 비교해 현대인들이 습득하는 사회적 대면 기술이나 소통 능력이 많이 달라졌다고 진단한다.

문자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중화로 단문으로 의사소통하는 습관이 자리잡은데다 무인 결제기 확산 등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이 얼굴을 맞대지 않고 이뤄지면서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는 온라인상에서 사회적 관계를 익히는 경우가 많은데 온라인과 오프라인 대면은 질적으로 다르다”며 “대면 관계를 현실에서 경험하며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혜택을 받지 못한 분노가 타인에 대한 분노로 확장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1~2자녀 가구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직접 만나 소통하는 능력을 키울 기회가 줄고 있다”며 “김성수도 소통이 안 되다 보니 엉뚱한 방향으로 분노나 열등감이 표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이어 “사회적 불만에 의한 분노가 이제는 타인에 대한 분노로 번져가고 있는 것”이라며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과 직접적인 대면을 늘리려는 노력과 더불어 1인 가구 등 관계 고립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밖으로 끌어낼 수 있는 지역사회와 국가 차원의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감형 반대 청원’에 SNS로 잔혹 범행 경위 퍼지며 공분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다. 피의자 김성수(29)에 대한 심신미약 감형 반대 청원이 23일 이미 100만 동의를 넘어섰다. 청원게시판이 생긴이래 최대 규모다. 지난 17일 게시한지 일주일 만이다.

해당 청원자는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뉴스를 보며 어린 학생이 너무 불쌍했고, 또 심신미약 이유로 감형 되려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언제까지 우울증, 정신질환, 심신미약 이런 단어들로 처벌이 약해져야 합니까”라며 엄벌을 요구했다.

청원글에는 “국민 100만명의 소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자”, “더이상 심신미약 핑계로 감형은 안 된다”, “동생의 공범 여부를 명확하게 밝혀달라” 등 댓글이 달렸다. 해당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생생하게 반영된 댓글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세한 범행 경위가 알려지면서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한데다 범죄 잔혹성,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 가능성 등이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풀이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아무런 잘못도 없이 해를 당했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라며 “국민들은 이번 사건을 보며 자신과 자신의 가족도 아무런 잘못 없이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했다”고 설명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 간의 원한 관계에서 발생한 살인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일어난 무차별적인 살인인 만큼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공포감이 SNS를 통해 퍼지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며 “한편으로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도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함께 타인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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