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中企·소상공인만을 겨냥한 미디어 '칼날'

  • 등록 2017-03-31 오전 5:00:00

    수정 2017-03-31 오전 10:02:14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왜 중견 프랜차이즈와 대기업의 문제는 함구하나요? 반항할 힘조차 없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는 허위·과장까지 서슴지 않는 게 정의인가요?”

최근 만난 중소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가 기자에게 이같이 토로했다.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된 내용과 관련해서다. 해당 방송사 프로그램과 관련,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계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대만카스테라를 다룬 이 프로그램에서는 일부 업체의 사례를 들어 업계 전체를 ‘비양심적인 세력’으로 규정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대만카스테라는 식용유로 만든 빵으로 ‘먹어서는 안 될 불량식품’이라고 다룬 것. 하지만 방송이 나간 후 제빵업계에서는 식용유를 사용해서 빵을 만드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강변했다. ‘쉬폰케이크’가 식용유를 이용해 만든 대표적인 빵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해당 방송사 측은 사과는 커녕 ‘식용유를 사용하면서 ‘케이크’가 아닌, ‘카스테라’라는 이름을 사용한 게 잘못’이라고 끝까지 오보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 이후 대만카스테라 업체들 사이에서는 폐업이 속출했다. 이미 이미지가 실추된 대만카스테라 업계는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다.

이는 최근 다뤄진 또 다른 보도와 오버랩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파리바게트와 뚜레주르 등 대형 프랜차이즈를 포함한 제과업체 82곳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하는 조치를 내렸다. 국회 보건복지부위원회 소속 최도자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대형 프랜차이즈의 식품위생법 위반 적발 건수(1002건)는 무려 1000건이 넘었다.

해당 방송사 프로그램은 잘못된 정보를 이용하면서까지 중소 규모인 대만카스테라 업계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대형 프랜차이즈와 대기업 앞에서는 순한 양으로 변하는 듯하다. 해당 방송사 프로그램은 그동안 대형 프랜차이즈나 대기업을 심도 있게 다룬 적이 없다.

미디어는 사회적인 부조리를 바로 잡기 위한 보도를 생명으로 한다. 하지만 미디어가 가하는 칼날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자칫 사지로 내몰 수 있다. 빨라진 대선, 미디어와 함께 새로운 정부가 ‘약자’인 중소기업·소상공인 편에 서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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