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기고]코로나發 국방비 구조조정 손익계산서

유준형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 등록 2020-05-12 오전 6:00:00

    수정 2020-05-12 오전 6:00:00

정부가 지난 달 30일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12조 2000억원의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과시키면서 국방예산을 1조 4758억 원 삭감했다. 일각에서는 국방예산 조정에 대해 우리의 안보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국방예산은 국민안전을 지키는 최우선적인 필수 공공재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국가재정에서 국방예산의 우선순위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를 고려할 때 국방예산 삭감에 대해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국방예산을 분석하는 연구자로서 오히려 반가운 마음마저 든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제기는 국민들의 안보불안을 과도하게 가중시킬 수 있기에 색안경을 끼고 보기보다는 현미경으로 보듯 세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부적으로 조정된 국방예산을 살펴보면 우선 무기구매 예산에서 7633억원이 감액됐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무기를 생산 및 판매하는 국가의 현지 사정이 여의치 않아 협상이 지연되는 등 예산 집행 여건의 변화를 고려해 국방예산을 조정한 것이다. 국방당국도 사업의 정상 추진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했지만, 현재로서는 정상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불가피하게 사업예산을 감액 조정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이번 추경이 아니더라도 국가재정의 낭비 방지 차원에서 취해졌어야 하는 조치라 할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시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또한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으므로 당초 계획된 무기의 전력화 물량이나 도입 시기 등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 다만, 국방 및 재정 당국은 불가피하게 감액 조정된 사업들의 2021년 예산에 이번 감액분을 최우선적으로 반영하는 방안 등을 통해 전력화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삭감 항목은 인건비와 유류비 부문이다. 두 항목은 전 부처에 대해 공통기준이 적용돼 일괄 삭감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공공부문의 고통분담 차원에서 연가보상비 1757억원 등을 감액하고 최근 유가하락을 반영해 유류비 2775억원을 감액했다. 국방 분야는 군과 민간 공무원이 포함된 대규모 인력구조로 구성돼 있어 필요로 하는 유류 규모도 타 정부부처에 비해 월등히 크다. 따라서 감액 규모가 큰 것은 이러한 국방 분야의 특수성에 기인된 것으로 타 정부부처에 비해 무리하게 취해진 조치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1317억원이 감액된 시설 사업 예산도 군사대비태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국방 시설분야의 사업 중 상대적으로 시급성이 다소 낮은 사업들의 예산을 조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치는 국방부가 사업 진행상황을 점검해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사업 지연이 예상되는 사업들을 대상으로 취해진 것이다. 향후 국방부는 이러한 사업들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사업계획 단계부터 내실있게 사업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종합해보면 이번 국방예산 감액 조정으로 인해 군의 전력유지 및 강화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번 감액조치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비상시국에서 우리 군이 북한군의 군사위협과 같은 전통적 안보위협 뿐만 아니라 감염병과 같은 비전통적 안보위협에도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차원으로 이해될 수 있다. 지금까지 군은 산불, 홍수, 지진 등의 재해 재난과 감염병, 테러 등과 같이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비전통적 안보위협 상황에서 큰 역할을 해 왔다. 이번 국방예산 조정도 군의 제한된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어려운 결정이었겠지만 코로나19라는 비전통적 안보위협 상황에서 국민들을 위한 범정부적인 지원에 동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국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경우에도 확고한 군사대비태세 유지에 빈틈없는 면모를 보여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코로나19와 같이 비전통적 안보위협 또한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군의 역할이 분명하게 필요했던 것처럼 이제는 전통적인 군사적 위협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비전통적 위협에 대해서 까지도 군의 역할을 확대해 정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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