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플레이디비 기자들이 선택한 무대

  • 등록 2012-01-02 오후 4:50:29

    수정 2012-01-02 오후 4:50:29

2011 플레이디비 기자들이 선택한 무대
2011년 수 백 편의 공연을 자의반, 타의반(?) 관심과 애정과 필사의 노력으로 마주했던 플레이디비 공연 기자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마음을 사로잡았던 무대를 뽑아 보았다. 흥행, 작품성, 이번에는 획일적인 잣대를 벗어나보자. 마음을 끌었으니 그대는 나의 베스트 작품 아니겠는가!

◎ 송지혜 기자(song@interpark.com)
올핸 좀 웃고 싶었다. 이 안쓰러운(?) 욕망을 2011년 시원하게 채워준 공연들로, 두 작품을 꼽아 보았다. 그러고 보니 모두 소극장 창작이란 공통 분모를 가진, 알토란 같은 무대들이다.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2011.11.18~2012.1.15)
한 작은 광고회사에서 벌어지는 이 광고회사원들의 토닥거림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한편 판타지적이다. 뚱뚱한 30대 노쳐녀 영애. 일은 잘하지만 어쩐지 뚱하고 무뚝뚝한 성격의 이 처자는 여우 같은 후배를 상상 속에서만 응징 하는, 의외로 소심한 직장인이다. 노처녀란 이유로 무쏘의 뿔처럼 세상 편견과 싸워가느라 느는 건 술이요, 몸무게인 그녀에게 새로 입사한 연하남은 그야 말로 이산화탄소 속에서 만난 산소가 아니겠는가. 어떻게 된 게 평범한 인물은 없는, 한 캐릭터 하는 동료들이 벌이는 내 이야기 같은 사무실 에피소드는 웃음 폭탄이요, 연하남 원준과 영애의 로맨스는 보너스 같은 판타지다. 멀티맨 같이 굵직한 활약뿐 아니라 사무실에서 일어난 깨알 같은 웃음 포인트를 획득한다면, 러닝타임 내내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재치만점 뮤지컬이다.

연극 <밀당의 탄생> (2011.11.15~2012.1.29)
선화공주와 서동 설화가 코믹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선화공주가 사실은 클럽 죽순이, 똑똑하기로 이름난 서동이 밀당 즐기는 바람둥이라는 전제로 출발했으니 이 작품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배경은 머나먼 신라시대, 주인공들은 모두 그 시대 왕족들이지만 지금과 다를 바 없는 그들의 연애행각이 이 작품의 폭소 포인트다. 클럽 죽순이로 많은 남자들을 애태우던 공주가 백제에서 온 꽃미남을 보고 “신상”을 외치니, 이들의 첫 만남만큼이나 웃음도 강렬했다. 첫 만남에서 벌이는 탐색전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배움과, 더 좋아하는 쪽이 약자(?)라는 교훈도 은근히 보여준다. 그 시대 최고의 조각미남인 탓에 언제나 자신만만한 느끼함을 흘리는 해명왕자는 등장만으로 배꼽 빠지게 하니 기대해 보시라.

◎ 황선아 기자(suna1@interpark.com)탄탄한 기본+황홀한 변주=어찌 아니 좋을소냐! 모양, 향, 맛, 어떤 특징이었던 이 공연 매력에 푹 빠진 건 분명하다. 탄탄한 기본을 바탕으로 영리하고 재치 넘치는 변주가 더해진 개성 만점 서프라이즈 무대는 강렬한 인상으로 머리와 가슴 속에 살아 숨쉰다. 아래 세 편의 무대는 같은 해 내에 재공연이 되었거나 올해 앵콜 공연이 예정되어 있으니, 역시 좋은 작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구나!


연극 <오이디푸스> (국립극단, 2011.1.20~2.13 / 11.8~11.27)
객석에 들어가자마자 어두운 기운이 관객을 감싼다. 아찔하게 비뚤어 세워진 벽면, 그 위에 날카롭게 솟은 봉들과 위태로운 경사 바닥은 벌써 보는 이를 불안하게 만든다. 세상과 인간사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지난 해 유난히 ‘오이디푸스’가 많이 다양하게 공연이 되었지만, 국립극단의 무대는 텍스트의 깊은 고찰과 상징적인 무대가 만나 강렬한 비극성을 더욱 진하게 그려내었다. 여기에 빈틈 없이 정확한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니, 연극의 진수는 이렇게 탄생한다.

<억척가> (2011.6.14~19/ 2012.5.11~5.13)
우리 소리의 변주 스펙트럼이 이토록 넓고 흥미진진 할 수 있다니. 소리꾼 이자람이 내놓은 <억척가>는 브레히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그 시대와 풀이를 우리식으로 180도 뒤집어 놓았다. 신기하게도 이질적일 것 같은 동-서양의 만남은 매끄럽게 이어졌고, 소리꾼의 웃음과 울음, 재담과 추임새로 인물은 변화무쌍한 시대를 거쳐냈으며 관객들은 울고 웃고 맞받아치며 막걸리를 한 사발 들이켰다. 판소리의 진화이다.

연극 <인디아 블로그> (2011.6.23~8.28 / 2011.12.8~2012.5.20)
배우들과 스텝들이 인도에 가서 여행을 하며 겪은 것을 바탕으로 한 <인디아 블로그>는 ‘인도’에서 일어난 일들을 ‘블로그’에 올려 놓은 것처럼 생생하게 통통 튀지만 메시지는 잃지 않는다. 직접 몸으로 겪어내는 것만큼 탁월한 공연 준비가 또 어디 있을까. 등장하는 두 청춘남의 대화와 발걸음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고민들에서 꿈틀댄다. 거대담론을 어설프게 탐하지 않는 유쾌한 청춘 여행기, 공연이 끝나자 바로 인도행 티켓을 끊고 싶어졌다.


◎ 강윤희 기자(kangjuck@interpark.com) 그곳에 사람이 있었다! 2011년을 빛낸 공연을 꼽자니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사람’이었다. 해가 넘도록, 잊혀지지 않는 공연의 추억을 만들어준 사람들. ‘사람’이 빛났던, 아름다운 공연을 꼽아봤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2010.11.30~2011.8.28)
봤노라, 느꼈노라, 조지킬의 파워
2011년 상반기 내내 스테디, 베스트셀러 뮤지컬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의 중심에는 조승우가 있었다. 지성미를 뿜어내는 지킬 박사, 꼭 안아 주고 싶을 만큼 모성애를 자극하며 여심을 흔들어대는 하이드까지. 묘하고도, 오묘한 조승우만의 지킬, 하이드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을 부르는 조승우의 눈빛, 손짓, 발짓에서는 미친 가창력을 넘어선 조승우만의 아우라를 만끽할 수 있었던 ‘바로 그 순간’ 이었다. “그래, 이 맛이야”를 외칠 수 밖에 없었던 무대. 2011년, 조지킬로 돌아온 그를 기억하고 싶다.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 (2011.9.1~9.21)
경희궁에서 만난 <왕세자 실종사건>. 천재콤비 서재형, 한아름
가을밤, 바람이 불고 사랑이 지나갔다. 깊은 여운을 남긴 무대. 2010년 초연멤버들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자숙과 구동의 살구처럼 시린, 사랑이야기는 여전했다. 고궁 숭정전을 영리하게 사용한 무대는 작품 특유의 서정을 되살리는 팔 할의 몫을 해냈다. 서재형, 한아름 콤비 특유의 감각이 돋보이는 <왕세자 실종사건>이 가을 밤하늘과 함께 반짝였다.

연극 <3월의 눈> (2011.3.11~3.20/ 5.7~6.5)
꼭 한번, 다시 보고 싶은 무대. 무대 위 보석 장민호
툇마루에 앉아있던 장민호 배우의 눈빛이 여전히, 시리게 남아있다. 노장배우들의 진득한 연기는 관객들의 가슴을 꿈틀거리게 하고, 눈물 흘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눈이 내릴 때, 비틀거리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볼 때, 그리움에 빠져있을 때 생각나는 무대. 2012년 3월에도, <3월의 눈>을 볼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플레이디비 매거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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