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설득해 돌려보냈는데 또 뛰어들 땐 허탈하죠"

한강 생명 지킴이 여의도지구대 관할 자살시도 월평균 25건
인적사항 제공 동의 탓에 전문기관 연계 어려워
경찰 손 떠나면 속수무책… 자체 피드백 제도까지 도입
  • 등록 2018-05-02 오전 6:00:00

    수정 2018-05-02 오후 3:04:42

여의도지구대 김태완 경장이 지난 3월 10일 오전 5시쯤 원효대교 위에서 자살을 시도하려던 30대 남성을 설득하고 있다. 해당 남성은 오랜 설득 후에 다리에서 내려왔다. (사진=여의도지구대)
[이데일리 권오석 신중섭 기자] “다른 다리로 올라가서 다시 몸을 던지는 건 아닌지…”

여의도지구대 2팀 소속 김태완 경장은 원효대교 위에서 자살을 기도한 30대 남성을 구출한 후 한숨을 쉬었다. 김 경장은 “초동조치를 하더라도 인력과 전문성 한계 등 자살기도자들이 관리 사각지대가 있다”며 “어렵게 구해놓고도 또 다시 다리 위로 올라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여의도 관할에서만 하루 한명 꼴 자살 시도

마포대교·서강대교·원효대교를 비롯해 여의도동 전체를 관할하는 여의도지구대에는 한강 투신자살 관련 신고가 끊이지 않는다. 김 경장에 따르면 지난해 3~12월까지 여의도지구대의 자살 시도자 구조 건수는 총 249건으로 월평균 24.9건에 이른다. 여의도지구대 관할에서만 거의 매일 한명씩 자살 시도자가 나온다는 얘기다.

신고가 접수되면 대원들은 현장으로 달려가지만 사실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자살기도자들을 설득해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자살 예방 전문·유관기관에 인계해주는 게 할수 있는 일의 전부다. 하지만 이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다.

자살 시도자들을 자살 예방 전문·유관 기관에 인계할 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인적사항 제공시 자살 시도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자살 시도자가 동의한 경우에만 경찰이 자살예방센터에 인계해 전문 상담과 치료 지원을 받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살하겠다고 한강까지 찾아온 사람들이 전문가 도움을 받기 위해 인적사항 제공에 동의하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10명 중 9명은 가족들에게 연락해 인계하는 게 전부다. 연락할 수 있는 가족이 없는 경우엔 훈방조치가 끝이다. 자살을 재시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이유다.

김 경장은 “자살 시도자들이 제대로 된 전문가들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다 보니 다시 극단적인 선택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자살시도자 재시도 차단 위한 제도개선 필요”

실제로 지난해 12월 원효대교에서 투신 자살을 기도한 30대 중반 A씨. 그는 본인과 보호자 동의아래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날 바로 A씨는 다시 투신자살을 시도해 크게 다쳤다.

여의도지구대는 자살을 재시도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Hey You, How are You?’라는 피드백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구조 후 3일이 지나면 경찰이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안부를 묻는 제도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켜 자살시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김 경장은 “지금은 팀 차원에서만 사후관리를 시행하고 있다”며 “사후관리 실태를 살펴본 뒤 지구대 또는 경찰서 차원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지구대 배진근 경감(4팀장) “비전문인력인 경찰의 조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자살시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며 “자살기도자들에 대해서도 전문 상담가나 관련 보호시설로 즉시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8일 새벽 5시쯤 한 20대 남성이 한강에 투신했다. 여의도 한강순찰대가 구조해 여의도지구대에 인계했다. (사진=여의도지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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