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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조여오는 부채 올가미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 등록 2020-07-15 오전 5:00:00

    수정 2020-07-15 오전 5:00:00

빚은 짐을 머리에 이고 등에 지는 것처럼 빚진 자의 행동을 옭아맨다. 빚을 지기 시작하면 시간이 흘러도 그 짐이 가벼워지기보다 되레 더 무거워지기 쉽다. 2020년 5월 현재, 시중은행 총 평균 대출금리(3.21%)는 수신금리(1.07%)의 무려 3배에 다다른다. 이 크나큰 예대금리차는 어쩔 수 없이 빚을 지게
되면, 무엇보다 빚부터 갚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더욱이 비은행 금융기관 예대금리 차이는 가공할 정도여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쉬운 지경이다.

기업 부채가 늘어나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도 자금조달이 어려워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주식투자에서도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부채비율이 업종 평균치보다 낮은 종목을 선택해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면 퇴출되고 건강한 기업이 등장하면서 산업구조고도화가 진행된다.

기업부채도 두렵지만 가계부채와 재정적자는 더 두렵다. 가계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법인격이 아닌 개인은 목숨을 해체할 수도 없고 개인부채를 탕감해 주기 시작한다면 너도나도 빚쟁이가 되려는 도덕적 해이에 빠져 경제 질서가 와해된다. 마찬가지로 재정적자가 심각하더라도 나라를 다시 세울 도리는 없다. 적자를 늘려간 정책 담당자는 어디론가 가면 그만이지만, 빚은 납세자 부담으로 전가되고 후손에게 짐을 지운다. 그래서 젊을수록 개인 빚만 아니라 나라 빚 커가는 것도 무서워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20년 현재, 민간부문은 물론 공공부문의 부채 증가속도가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값보다 훨씬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경제성장 즉 돈을 벌어 빚을 상환하기는 글렀다고 봐야 한다. 통화량을 팽창시켜 인플레이션 조세(inflation tax)를 통해 부채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선택이 있다. 각국의 경험을 보면 재정적자가 비정상 수준에 이르면 뒤이어 높은 인플레이션이 뒤따르는 모양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에는 빈부격차로 소비수요기반 부실과 생산성 향상으로 금융완화에도 일반물가가 안정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풀린 돈이 생산부문으로 흐르지 못하고 자산 인플레이션(asset inflation)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수년간 무려 경기하강기에 연속된 부동산 억제조치에도 불구하고 서울 부동산 가격이 52%나 상승한 까닭은 무엇인가. 포퓰리즘 우려와 함께 그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을 예상한 영향도 상당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과잉 재정적자는 단기로는 몰라도 중장기로는 빈부격차를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사태가 어느 한쪽에서 일어나면, 연쇄반응이 일어나 경제사회 전반에 신용경색 상황이 벌어진다. 돈은 돌아야 하는데, 한쪽에서 막히기 시작하면 여기저기 다 막혀 위험과 불확실성이 사회 전체로 전염될 수 있다. 2000년대 초 미국 경기호황과 저금리로 비우량등급(sub-prime) 주택금융이 방만하게 늘어났다. 경기가 침체되자 상환이 어려워져 지불불능사태가 전 금융기관으로 전염되고 다시 세계로 번진 재앙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다.

돈이 거짓말하지 사람이 거짓말하는 것이 아니어서 부채가 늘어나면 인격에 관계없이 신용등급이 낮아져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진다. 빚이 늘어나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높은 이자를 내는 이중고통을 당해야 하는 까닭이다. 가계, 기업 모두 부채의 올가미가 조여 올 위험과 불확실성에 미리부터 대비해야 재앙을 피할 수 있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국가나 빚을 미리부터 두려워하는 자세를 가져야 당장은 어려워도 미래 희망을 기약할 수 있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속담은 수명이 짧아 남은 인생이 길지 않은 옛날에도 빚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교훈이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미리부터 고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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