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식로드]소중한 식량 `박쥐`가 바이러스 원흉된 까닭은

선사시대부터 식용으로 쓰인 박쥐이지만
인류 위협하는 바이러스 터질 때마다 매개체로 지목
건강한 신체 덕에 면역력 강해 생존한 결과인데
`서식지 파괴돼 스트레스 받으면 전파위험 커져` 가설
  • 등록 2021-07-03 오전 10:00:00

    수정 2021-07-03 오전 10:0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복익(伏翼)의 고기는 `오래 먹으면 근심이 사라지고 즐거운 마음을 갖게 되며 예뻐진다`고 동의보감은 적고 있다. 동면에 들어간 걸 잡아서 굽던지 삶아서 먹으면 된다. 복익은 쥐와 비슷한데 귀가 크고 앞다리가 달개처럼 변형돼 날아다니는 포유류를 일컫는다. 박쥐 말이다.

박쥐가 인류의 식량으로 쓰인 것은 선사시대까지 거슬러간다. 고고학 연구에 따르면 기원전 5만년 전에 지금의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번성했던 호모 플로레시 엔시스(Homo floresiensis) 유적에서 발견된 동물뼈를 추려보니 박쥐의 흔적이 나왔다고 한다.

당시 그 지역에서 수렵 생활을 하던 이 인류에게 박쥐는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식량이었다. 야행성이고 집단 생활을 하는 특성 덕에 겨냥하기 쉬웠고 덜 위협적이라서 사냥 과정에서 다칠 위험이 줄었다. 포유류에 속하는 박쥐는 단백질 덩어리로서 인류에게 소중한 에너지원이었다.

오랜 기간 식량으로 쓰인 박쥐가 수난을 당한 것은 바이러스의 전파 매개체로 지목되면서다. 2002년 사스 바이러스가 박쥐를 숙주로 퍼져나가 인류를 위협했고,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터진 아프리카 기니에서는 박쥐 고기의 판매와 소비를 금지했다. 지난해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터지자 박쥐 식용 문화에 우려가 뒤따랐다. 이를 계기로 중국 정부는 모든 박쥐 고기의 매매를 금지시켰다.

박쥐가 왜 바이러스에 감염에 취약하고, 그럼에도 생존하는지에 대한 사실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격렬한 날개짓은 신진대사를 촉진해서 건강한 육체를 완성하고, 이로써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견딜 면역체계를 형성한다는 게 과학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세계적 학술 권위지 `셀 호스트 & 마이크로브`(Cell Host and Microbe)에 2018년 실린 논문(Dampened STING-Dependent Interferon Activation in Bats)은 참고할 만하다. 논문은 박쥐가 유일하게 비행하는 포유라는 점에 주목한다. 비행에 필요한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특유의 DNA를 체내에 축적하는데, 이 세포가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하는 것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특유의 세포는 자연의 섭리까지 거스른다. 박쥐는 비행 과정에서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마련인데, 통상 심박수가 빠르면 수명이 단축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박쥐는 길게는 40년을 산다. 비슷한 설치류의 평균 수명이 2년 남짓한 것과 크게 비교된다. 진화과정에서 얻은 특유의 DNA 덕으로 풀이된다.

이제 초점은 왜 인류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지로 옮겨간다. 현재 미국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주도로 진행되는 박쥐 연구는 인류에게 숙고를 던진다. 연구팀은 `박쥐는 서식지가 파괴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대소변 배출량이 늘어나 다른 동물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커지는데, 이 과정에서 가축이 전염돼 인간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을 증명하고자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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