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북미로…해외 큰손 찾아 나서는 금융지주 회장들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 해외 IR 잇따라 개최
급락하고 있는 주가 방어에 총력
한·일 갈등 우려 큰 외국인 대상
'韓 경제 튼튼하다' 홍보대사 역할도
  • 등록 2019-08-09 오전 6:00:00

    수정 2019-08-09 오전 6:00:00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근 미·중 환율전쟁, 한·일 경제전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우리 회사(A 금융지주사) 실적보다 한국 경제의 상황부터 물어보는 경우가 부쩍 늘었습니다.”

해외 기업설명회(IR)를 담당하는 국내 A 금융지주사 전략담당 부사장은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문의에 대응하느라 분주하다고 전했다. 실제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외국인 지분율은 70%에 가깝다.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모두 66~68% 수준이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 금융 거점도시를 직접 돌며 연기금·자산운용사 등과 같은 ‘큰 손’ 장기 투자자들과 만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특정 IR에서 한국의 거시경제를 자주 묻는 건 흥미로운 포인트다.

외국인 투자자, 韓경제 상황 문의 부쩍 늘어

해외 IR을 종종 나가는 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저성장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정말 괜찮은 거 맞지?’라는 뉘앙스의 질문을 받을 때가 적지 않은데 그럴 때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하곤 한다”며 “가끔은 민간 홍보대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전했다. 이 인사는 “한국 금융당국 특유의 규제 문화와 회사의 미래 수익성·건전성 문제와 함께 거시경제 여건도 굉장히 진지하게 다룬다”고 소개했다.

최근 경제 전반에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하반기 해외 IR에 나설 금융지주 수장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국내 증시 충격과 함께 급락한 은행주(株) 주가를 방어하는 목적과 함께 ‘한국물 자산을 믿어도 된다’는 신호를 함께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이번달 말 런던을 찾아 주요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IR을 개최한다. 조 회장은 현지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 기존 주요 주주들과 더불어 새로운 장기투자기관들과 미팅 일정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록은 신한금융지주의 주식을 6.13%(지난해 말 기준) 보유하고 있다. 재일교포 주주(17% 안팎 추정)와 국민연금공단(9.38%) 등에 이은 3대 주주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다음달 런던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을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이번달 말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 주요 기관투자자들과 만난다.

최근 외국인 매도 조짐에 주가 약세

이들의 당면 과제는 최근 급락하고 있는 주가를 방어하는 것이다. 신한금융의 주가는 이번달 들어 주당 4만3500원에서 4만2100원(지난 7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5거래일간 주당 1400원이 내린 것이다. 신한금융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같은 기간 KB금융(4만3400원→3만9550원), 우리금융(1만3100원→1만2100원), 하나금융(3만4750원→3만2750원)의 낙폭은 더 컸다. 특히 외국인이 매도 조짐을 보였다. 신한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이번달 들어 66.93%에서 66.52%로 하락했다.

다른 지주사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KB금융의 경우 67.44%에서 66.99%로, 하나금융의 경우 68.86%에서 68.09%로 각각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외국인 투자가 적은 우리금융(30.27%→30.05%) 역시 하락세다. 증권가에서는 “은행주 주가가 역사상 저점에 근접했다”(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는 분석마저 나온다.

“경제 민간 홍보대사 역할론 대두”

기류가 묘한 건 이번 주가 급락이 미·중 환율전쟁과 한·일 경제전쟁의 심화 국면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금리 하락기 들어 은행 수익성과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와중에 예기치 못한 대외 악재까지 겹쳤다는 것이다. 채권시장에 따르면 7일 기준 은행채 5년물 금리는 1.349%에 마감했다. 경기 침체 전망이 커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권 고위인사는 “조만간 예정돼 있는 금융지주 수장들의 IR은 평소와는 의미가 남달라 보인다”며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신호를 주는 홍보대사 역할까지 해야 결국 금융지주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가 낙폭이 워낙 컸던 만큼 저점 매수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올해 들어 일제히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것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대외적인 호소다. 서영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 여파를)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우려와 달리 각 은행의 펀더멘털 측면에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한라장사의 포효
  • 사실은 인형?
  • 사람? 다가가니
  • "폐 끼쳐 죄송"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