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줌인]1년 남겨놓고 교체설‥누가 윤석헌을 흔드나

靑조사설에 "지금으로선 드릴 말씀 없다"
취임 이후 금융위와 잇단 갈등..DLF·라임 책임론도
마이웨이 윤 원장 임기 완주 '촉각'
  • 등록 2020-06-02 오전 6:00:00

    수정 2020-06-28 오후 4:13:40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지금으로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

1일 아침 출근길에 기자와 만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대면 조사설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유구무언(有口無言.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는 뜻)’이다. 윤 원장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적극적으로 부인한 건 아니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최근 윤 원장을 둘러싼 소문이 무성하다. 민정수석실이 윤 원장을 직접 불러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사태 같은 각종 금융사고의 대응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살펴봤다는 것이다. 사실이면 윤 원장의 위상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신뢰에 금이 간 신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윤 원장은 지난 3월 말 민정수석실이 금감원 감찰에 나선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운신의 폭이 급격히 좁아졌다. 당시 민정수석실은 DLF가 아닌 우리은행 직원들의 고객 휴면계좌 비밀번호 도용 사건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부의 시선은 달랐다. 윤 원장이 DLF 사건을 제대로 막지 못했고 사고 수습과정까지 매끄럽지 못해 청와대가 일종의 ‘시그널’을 줬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당시 금감원은 DLF 사태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연임이 제한되는 문책경고를 통보했고 손 회장은 이에 맞서 행정소송을 준비하던 시기였다. 예민한 시기 민정수석실이 움직인 것이다.

진보성향 교수 출신인 윤 원장은 취임 직후에는 문재인 정부와 코드가 가장 잘 통하는 인물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종합검사의 도입, 소비자보호처 개편, 금융회사 내부통제 강화 등을 통해 금융회사를 압박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벌과 관료들은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것”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하지만 진행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그는 취임 이후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와 사사건건 갈등을 드러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취임한 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고 해도 두 기관의 앙금이 풀리지 않았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금융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금융회사를 단숨에 제압하지 못해 파열음이 불거지기도 했다. 또 정작 금감원은 대형 금융사고 책임에서 쏙 빠졌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디테일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하던 와중에 청와대 감찰이라는 결정타를 맞은 것이다.

윤 원장 입장에서는 힘이 빠진 게 사실이다. 윤 원장이 스스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치켜세웠던 키코 보상은 은행권이 받아들이지 않으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과거 금융감독당국 수장의 말 한마디면 기민하게 움직였던 은행과는 딴판이다. 투자자들이 천문학적인 손실을 본 라임 사태 역시 금감원의 늑장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비판에 휩싸여 있다. 최근 금감원이 선(先)보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피해액 일부를 돌려주라고 유도하고 있지만, 금융사들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분위기다.

심지어 금감원 부원장 인사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임박했다던 부원장 인사가 한 달째 미뤄지자, 청와대가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민정수석실의 재등장은 소문으로 돌던 윤 원장 교체설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금융권에서는 벌써 윤 원장의 후임을 거론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민주당 최운열 전 의원과 민병두 전 정무위원장,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대표를 맡은 정은보 금융위 전 부위원장,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모두 청와대와 여권 내부의 신망이 두텁고 정무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무적 감각이 약한 윤 원장을 대신해 라임 같은 난제를 매끄럽게 매듭지을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하마평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까지 윤 원장을 바꾸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윤 원장의 거취는 결국 임명권을 쥔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청와대 입장에서는 굳이 윤 원장을 교체할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윤 원장의 공이 크고, 또 금융회사 징계 과정에서 잡음이 있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수장을 교체하면 청와대가 사실상 반발한 금융회사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한번 믿고 맡기면 임기를 보장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윤 원장이 1년간의 잔여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윤 원장 교체를 희망하는 쪽에서 의도적으로 윤 원장 교체설을 지속적으로 흘린다는 얘기도 나온다.

윤 원장은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생각이다. 윤 원장은 얼마 전 취임 2주년 서면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 보호와 금융회사 감독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금융회사 상시감시 체계를 강화하는데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윤 원장은 사석에서 기자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밖에서 알아주지 않아도 최선을 다할 겁니다. 일관성을 유지하고 소통 노력을 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겠지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월 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감원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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