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과의 무역 비중이 높은 국내 자동차 산업은 기회 요인과 위기 요인이 공존할 것으로 관측된다. 수출 장벽에 대한 리스크는 한결 숨통이 트일 전망이며, 친환경차 시장 확대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법인세 부담은 커질 우려가 크다.
‘바이든노믹스’ 아래에서 미국은 다자간 체제 복원을 통해 글로벌 무역심리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수출길에 오르는 국내 완성차업체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수출 물량은 연간 60만대에 달한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올해 미국시장에서 지난 9월부터 2개월 연속 상승세이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가고 있어 앞으로 신차 출시 등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기대해볼 만하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중·소형 자동차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지엠도 지난해 연간 40여만대 생산 규모 중 수출 비중은 80%에 달한다. 현재 글로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 등을 부평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창원공장에서 신형 CUV를 생산해 미국 등 세계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바이든 후보가 글로벌 환경규제 기준 준수를 강조해온 터라 미래차 분야에서 경쟁력을 지닌 국내 완성차업체의 성장도 기대감을 높인다. 바이든은 2조 달러 규모의 친환경 에너지 및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다시 가입하고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Zero)’에 도달하도록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전기차 의무 판매 제도’ 도입도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미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공통으로 우려하는 것은 법인세 인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현지에 공장을 신·증설한 기업, 미국에서 많이 생산하는 기업 등에 감세, 규제 완화 등 혜택을 줬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법인세 최고 세율이 21%에서 28%로 올라가고, 최저임금도 점진적으로 인상할 수 있다.
특히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매출을 크게 올리고 있어 상당한 이익 감소를 겪게 될 우려가 크다. 현대차의 주요 해외 법인 중 가장 큰 매출을 달성하는 곳은 미국판매법인(HMA)으로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매출 8조8145억원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