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업힌 할머니 어디로 가시나요

유비호 '해질녘 나의 하늘에는' 전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 수상전'으로 열려
영상·설치·사진 등 선보여
31일까지
  • 등록 2015-12-08 오전 6:15:00

    수정 2015-12-08 오전 6:15:00

유비호 ‘떠도는 이들이 전하는 바람의 노래’중 한 장면(사진=성곡미술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하얀 한복을 곱게 입은 할머니가 한 남자의 등에 업혀 있다. 남자는 할머니를 업은 채 다리를 절뚝거리며 어디론가 향한다. 청명한 하늘은 평화롭고 도시의 풍경은 익숙하지만 할머니와 청년의 뒷모습은 서글프고 낯설기만 하다. 정처 없이 걸어가는 이들의 모습은 8개 화면에 각각 다르게 흘러나온다. 8채널 영상으로 담은 작품의 제목은 ‘떠도는 이들이 전하는 바람의 노래’다.

퍼포먼스와 영상작업을 주로 해온 유비호(45) 작가가 오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성곡미술관에서 ‘성곡 내일의 작가 수상전’을 연다. 지난해 작가상을 수상한 유 작가는 ‘해질녘 나의 하늘에는’이란 주제로 영상 6편, 사운드, 사진 등 지난 1년여간 작업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1960년에 개봉한 한국영화 ‘고려장’에서 영감을 받은 ‘떠도는 이들이 전하는 바람의 노래’는 마치 늙은 어머니를 버리러 떠나는 아들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화면으로 관람객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먹고살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부모를 내다버리는 고려장의 악습에서 과연 지금은 자유로운가.’ 두 사람의 모습은 현대판 고려장뿐만 아니라 삶의 터전에서 밀려난 소외된 이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너 뷰’(inner view)는 유 작가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란다. 제작과정에서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기도 했다.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참사, 세월호 침몰사고, 대구지하철 참사, 형제복지원 사고 등 한국 현대사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으로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지닌 이들을 인터뷰한 영상이기 때문이다. 유 작가는 이들의 인터뷰를 낡은 브라운관 TV 등을 통해 보여주는 동시에 인터뷰 속 인물의 상황을 은유한 설치물로 미학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인터뷰 영상을 중·고교 교실에서 볼 수 있는 책상과 의자에 설치하거나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참사 유가족의 영상을 유치원생이 사용하는 책상과 의자에서 보게 하는 식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수균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은 “유 작가는 변두리로 밀려나 잊혀진 삶과 낡고 버려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 거대 산업사회의 사회적 재난으로 말미암아 상처받은 이들을 향한 연민과 슬픔의 감정에 몰입했다”며 “시대와 교감하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고민과 예술적 탐구의 흔적을 작품 속에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유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상처 입은 사람의 그늘진 마음에 빛을 쬐어주는 것, 그것이 내 작업의 실마리”라고 말했다.

유비호 작가의 ‘이너 뷰’는한국 현대사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으로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지진 이들을 인터뷰한 영상작품. 낡은 브라운관 TV나 모니터, 설치한 책상과 의자 자체가 은유적인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사진=김용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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