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대출 규모는 급격히 늘긴 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올 8월 말 현재 전체 은행권 전세대출은 80조원을 넘어섰으리라 추정된다. 작년 말 약 66조원이던 전세 대출이 반년 새 14조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증가율로 20%를 훌쩍 넘었다.
금융당국은 얼마전까지 상황을 주시하되 직접적인 개입은 자제했다. 실수요 측면이 강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6월 말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전세자금대출 확대는 아파트 신규입주 증가와 비대면 전세대출 같은 공급이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으로서 대출 과속은 분명히 경계하고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전세대출을 조여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목표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법이다.
길게 보면 전세대출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 전세가격이 떨어지거나 금리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다. 단기적 처방이 필요하더라도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일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강한 잣대를 들이댔다가 애궂은 실수요자만 유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은 부동산시장이 비이성적으로 달아올라 있는 상황이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수요자의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뜻이다. 금융위가 규제 방침을 밝힌 이후 수도권 맞벌이 가구를 중심으로 “전세보증을 막으면 월세로 살라는 말이냐”며 반발이 터져 나온 이유다. 이미 지난 4월에 내놓은 방안인데 뒤늦게 부각하며 애궂은 금융당국으로 비난의 화살이 돌아간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열기를 식히려면 금리나 세금을 건드려야 하는데 이게 어려우니 손쉬운 금융 규제를 활용하려 한다”며 “시장 상황이 어지러울수록 금융당국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분위기에 휩쓸리면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