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①“4차 산업혁명은 ‘정글’..정답은 없다”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장 인터뷰
"정답이라고 생각안하지만 그냥 해봅시다"라는 관점이 중요
기술 혁신 속도전에 휘말린 기업들, 생존위해 협력
국가차원의 속도는 달라..실행 속도 고려한 정책 만들어야
  • 등록 2020-02-12 오전 6:00:00

    수정 2020-02-12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현아 한광범 기자]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장. (사진=노진환 기자)


“4차 산업혁명이 완숙 단계로 가기 전까지 중요한 키워드는 ‘모른다’는 사실을 고려하는 겁니다. 지도에 없는 정글에 처음 들어갔을 때와 비슷하죠.”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장은 “정글에 떨어졌을 때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 그렇다고 빠져나갈 길을 찾는 사람에게 ‘그게 답이야?’라고 윽박지르면 안 된다. ‘당신이 하는 게 정답이라 생각 안 하지만 그냥 해봅시다’ 라는 관점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각자가 탈출구를 찾기 위해 여러 방향으로 가면서 소통하고 정보를 모으다 보면 조금씩 정글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염 소장은 인공지능(AI)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면서 ‘정답이 없다’는 걸 인정하자는 것은 산업간 융합이 과거와 달리 수평적으로 진행되고, 기업과 국가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동차는 바퀴 달린 PC가 되고 있다”면서 “기술 진화 속도를 못 쫓아가면 생존이 어려운 기업과 전체 국가가 변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우버 등이 있어도 TV나 택시가 당장 사라지지 않듯이 사회 전체가 바뀌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4차 산업혁명을 두고 사회 갈등이 전면화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올해를 AI 일등 국가를 향한, 시동을 거는 해로 정했다. 4차 산업혁명이 저성장에 빠진 우리 경제의 희망일까. 10일 염 소장을 만나 4차 산업혁명이 정글이라면 기업은, 국가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를 물어봤다.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장. (사진=노진환 기자)


생존 위해 협력하는 기업들

-경제적 위기라고 보는가. 기업들은 저성장 고착화를 걱정하던데

▷지금은 장기적인 저성장 모드여서 ‘위기인가요?’ 질문하며 고민하는 상황이다. 저성장 모드에서 기업은 ‘내가 열심히 한다 해도 지속가능한가?’라는 위기의식이 크다. SK의 딥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 서든 데스(Sudden Death·갑작스러운 몰락)란 말도 같은 의미다.

-기업은 어찌해야 하는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AI에서 국내 기업 간 초(超)협력을 이야기하던데

▷과거엔 자동차는 자동차, PC는 PC였는데, 지금은 바퀴가 달린 PC가 미래 자동차다. 여기에 A기술과 B기술을 합쳤을 때 혁신이 되는 게 많아졌다. 기업이 혁신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다 갖고 있을 수 없다. 돈도 많이 든다. 그렇게 갖췄는데 몇 년 후 그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합쳐서 해야 한다. 글로벌 선도업체들은 그런 식으로 협력해 해결하는 게 굉장히 많다.

-SK텔레콤이 미국 방송사인 싱클레어랑 UHD 3.0기반 솔루션 합작사를 만든 것도 그리 보는가

▷어떻게 콤비네이션 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인상 깊었던 서비스는

▷도요타와 현대차가 도시 관련 새로운 솔루션과 콘셉트를 내놨다. 자동차만 보는 게 아니라 도시를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변화에 참여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 같다. 2년 전 스마트시티 코너가 처음 보였는데 그때는 자기네 기술을 들고 나와 하는 형태였는데 올해는 더 구체적이고 시나리오적으로 가능성 있는 게 보였다.

-로봇이나 AI는 어땠나

▷로봇에 사람 같은 눈이 있으면 좋다. 눈이 있다는 건 카메라를 다는 것과 다르다. 카메라와 함께 뇌가 있어야 눈이라 할 수 있다. 촉각만 있어 원시 곤충 같던 로봇들이 AI의 발전으로 이제는 눈을 달아 똑똑해졌더라.

AI는 양면의 칼

-삼성 네온은 어땠나

▷삼성 네온은 컴패니언(Companion·동반자)인공지능이라 하는데 내게 피트니스가 필요하면 피트니스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근육이 좋아지더라도 정서적 교감이 없으면 인간은 안 쓴다. 그런 기능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보완된다면 아마존 알렉사와 같은 단순한 비서 서비스에서 벗어나 상당히 의미 있는 서비스로 발전할 재미있는 도전이다. 다만 이게 발전하면 부모도 만들고 자식도 만들고 애인도 만들어 실질적인 인간 관계가 변할 수도 있다는 점도 함께 고민해야 할지 모른다. 인공지능이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디바이스에 얹혀 돌아가면 흡입력이 높아져서 고민이 더 커질 수 있다.

-초기 단계의 이런 로봇들은 있지 않나

▷그렇다. 앱을 만들어 접속하니 아이에게 시간에 맞춰 ‘숙제했냐’고 묻고 피드백 받는 것은 금방 가능하다. 엄마는 하루에 한 번만 모아 살짝 체크만 하면 되니까. 아이와의 교감은 (예전에는) 세 시간마다 이뤄졌는데 엄마는 (이제) 10분만 투자하면 된다. 이런 게 많아지면 편리해진다. 기술은 양면의 칼을 갖고 있다.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장. (사진=노진환 기자)


국가는 혁신에 걸리는 실행 속도 고려해야

-기업과 국가의 속도가 다르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경험하다 보니 공유경제나 구독경제도 스마트폰처럼 확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 모여 하는 경제적 행위를 바꾸는 건 하루아침에 쉽지 않다. 인류역사상 이렇게 빠른 시대 살아본 적도 없지만, 국가 전체 구조를 논하는 것과 국가에서 기대할 만한 대표적 기업이 출현하는 것은 다르다.

-정부가 손 놓을 수도 없지 않나. 배민과 딜리버리히어로 합병 관련 논란이 뜨겁다

▷기업이 밸류체인 구조 간 인수합병을 잘해서 훨씬 더 경쟁력을 갖게 되는 니즈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디지털 이코노미 시대 기업 합병을 어떻게 할지 정리되지 않았다. 지금의 전통적인 합병심사를 존중하면서 미래적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두 측면을 각각 어떤 비중으로 고려해야 하는가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해답을 찾아간다는 관점이 좋다고 생각한다.

-타다 이슈만 해도 갑자기 강력한 금지법을 냈는데 조급함 아닌가

▷역시 정답이 아닌 걸로 풀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고 단기적으로 풀려고 하면 안 된다. 새로운 산업 구조는 1년, 5년, 이렇게 해결되는 게 아니다. 약간 먼저 변화를 경험한 사람들이 미래에 올 더 큰 변화를 걱정하는데 실행 측면에서 상당한 시간이 요한다는 관점이 중요하다.

-지난해 국내 플랫폼 종사자 수가 53.7만 명이나 된다.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플랫폼 노동자는 어찌 보나

▷갈등도 어려움도 있어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방향성으로 보면 어쨌든 미래로 가야 한다. 정부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단번에 해결하는 방안이 없더라도 방향은 정해두고 어떻게 어떤 속도로 갈지 논의해야 한다.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장은

△1962년 (양력), 전북 익산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프랑스 파리 제1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정보통신부 규제심사위원회, smarTV 추진협의회 위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방송통신정책연구실 실장 , SK수펙스추구협의회 경영경제연구소 미래연구실 실장, 국가과학기술심의회 ICTㆍ융합전문위원회 위원, 현 SK경영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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