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①28회 구워 바사삭…45년 국민간식 '오징어땅콩'

친숙한 술안주 '오징어+땅콩' 볼 형태 과자로
땅콩에 반죽 얇게 입혀가며 수십회 굽는 공법으로 차별화
2000년대 공정 자동화로 품질 균일화
마라 등 트렌드 입혀…연매출 400억 효자
  • 등록 2020-02-27 오전 6:30:00

    수정 2020-02-27 오전 6:30:00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땅콩과 오징어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고급 영양 스낵. 어린이들로부터 사랑받는 오징어땅콩 과자는 아빠의 술안주로도 좋습니다.”

1981년 10월 12일자 한 일간지에 실린 오리온 ‘오징어땅콩’ 광고문구의 일부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기는 과자임을 강조했다. 이는 당시 과자 제품 대부분이 어린이를 타깃으로 하던 것과 다른 행보다.

사실 오징어와 땅콩은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대표 안주다. 지금은 치킨, 삼겹살 등 다른 안주가 많지만 1970, 80년대만 하더라도 땅콩과 오징어가 서민들의 술자리를 채웠다. 당시 일간지에서는 마른 오징어와 땅콩을 아빠들의 맥주 안주로 소개하며 맛있게 먹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맛튀김 개발반’과 ‘오징어스낵 개발반’의 합작품

1970년대는 해물류를 소재로 한 과자 시장이 태동하던 시기다. 농심의 장수 제품 중 하나인 ‘새우깡’이 1971년 출시돼 포문을 열었다. 새우깡 외에 다양한 해물 맛 과자가 선을 보였지만,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판매 부진을 겪는 제품이 많았다. 이에 오리온은 타사 제품과 차별화를 꾀하면서도 대중적인 입맛을 고려한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이런 배경 속에 오리온은 1972년 맥주 안주로 소비하던 땅콩과 오징어를 주재료로 선택했다.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맛으로 접근해 이질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도였다. 이와 함께 ‘맛튀김 개발반’과 ‘오징어스낵 개발반’을 신설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 끝에 1976년 8월 오징어땅콩을 출시했다.

오징어땅콩은 출시 후 큰 주목을 받았다. 학생들의 가방을 검사하면 간식으로 오징어땅콩이 자주 보인다는 기사가 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오징어땅콩 공정별 단면도 (사진=오리온)
오징어땅콩은 기존 제품과 뚜렷한 차이점을 보였다. 우선 과자 형태가 달랐다. 일반적으로 쓰던 칩(Chip) 혹은 막대 모양 대신 볼(Ball) 형태로 개발했다. 땅콩의 모양을 살리면서도 독특한 식감을 선사하려는 조치였다.

독특한 기술도 오징어땅콩의 경쟁력 강화에 한몫을 했다. 오징어땅콩은 독특한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일반적으로 반죽 속에 땅콩을 넣어 튀길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더 정교한 과정을 거친다. 땅콩을 놓고 그 위에 원재료 반죽을 얇게 입혀 구워낸다. 이 과정을 28회나 거친다. 이를 통해 과자 속에 독특한 그물망 구조가 형성돼 씹었을 때 특유의 바삭한 식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 반죽을 입히는 과정에서는 건조해 얇게 포를 뜬 형태의 오징어채를 뿌린다. 이때 다양한 무늬가 생기면서 보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생산 공장 화재 위기 극복…마라·마요 등 트렌드 상품 선봬

오징어땅콩은 2000년대 들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오리온이 작업과정을 자동화한 것. 2004년 초기 공정에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한 뒤 2012년 완전 자동화에 성공했다. 이와 동시에 로스팅 기술을 지속적으로 향상해 바삭한 식감을 강화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대중에게 친숙한 입맛과 독특한 기술력이 더해진 오징어땅콩은 매출도 수직 상승했다. 2000년 들어 월 매출액은 15억원을 넘었고 이듬해에는 20억원으로 뛰었다. 2011년 매출액이 352억원을 기록하면서 오리온은 오징어땅콩의 생산량을 늘렸다.

승승장구하던 오징어땅콩은 2016년 큰 위기를 맞았다. 오징어땅콩을 주력 생산하던 이천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스낵 공장 5개동 중 4개동이 전소했다. 오징어땅콩은 연간 4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 상품으로 오리온에 치명타였다. 오리온은 오징어땅콩 설비를 익산공장에 서둘러 설치했다. 이후 4개월 만에 익산공장에서 오징어땅콩 생산을 재개했다. 특히 생산량을 기존 대비 30% 늘려 공급량 부족 문제를 한 번에 해결했다.

오징어땅콩은 시대의 변화도 유연하게 흡수했다. 2004년 오징어땅콩에 매콤한 맛을 첨가한 ‘오징어땅콩 매콤한 맛’을 선보인 후 ‘알싸한 맛’과 ‘매운맛’도 출시했다. 알싸한 맛은 간장 특유의 짠맛에 와사비 맛을 더해 인기를 끌었다. 2017년에는 ‘간장와사비맛’도 추가하면서 다양한 입맛을 충족하는 데 주력했다. 2018년에는 ‘오징어땅콩 고추장마요맛’과 ‘고로케땅콩’을 추가했으며 지난해에는 마라 열풍을 접목한 ‘오징어땅콩 마라맛’을 출시했다. 오징어땅콩 마라맛은 매콤하면서도 중독성 높은 맛으로 오징어땅콩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오리온 관계자는 “지난 2016년 이천공장 화재로 생산 라인이 소실됐으나 이후 익산공장으로 생산 설비를 옮기면서 라인을 확대하고 품질을 높여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었다”며 “이후 소비자들에게 이전보다 더 큰 사랑을 받으며, 매 해 연매출 400억원 넘게 팔리는 대한민국 대표 스낵으로 자리매김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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