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성능·품질보다 저가경쟁 구조…'K방산' 흔들린다

규제 중심 방위산업, 이제는 바꾸자①
국가계약법 기반 공개경쟁…특수성 무시
저가 응찰로 업체 경영 악화 악순환 구조
불가피한 상황도 지체상금 등 규제 일변도
  • 등록 2020-04-09 오전 6:00:00

    수정 2020-04-09 오전 6:00:00

지난 20대 국회에서 정부는 기존 방위사업법을 방위산업 발전·지원법과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 방위사업기본법으로 분할하는 입법을 추진했다. 이중 기본법을 제외한 2개 법률안은 최근 국회를 통과해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방산업계는 21대 국회 개원시 산업 특수성을 반영한 (가칭)무기체계 계약법을 건의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데일리는 해당 법률안의 제정 필요성을 고찰하고, 방위산업 육성 취지를 최대한 반영한 시행령 및 규칙이 제정이 될 수 있도록 업계 의견을 담아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지난 2019년 10월 20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ADEX 2019 행사에서 T-50 고등훈련기가 시범비행에서 블랙이글스 T-50B 위를 날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방위산업은 일반적인 수요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가 유일한 수요자로서 원가 검증과 이익률까지 결정한다. 상용품과 달리 방산물자에 대한 수요는 극히 제한적이고 최첨단 기술이 융합된 특성으로 소수 업체만 참여한다. 이에 따라 정부와 방산업체간 협상에 의해 사업 계약이 체결된다. 무기 생산과 개발의 최종 가치는 군사적인 요구 충족 여부에 있다. 경제성 보다는 무기의 신뢰성이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한국 방위사업에선 이같은 특수성이 무시당하고 있다는게 관련 업계 중론이다. 국가계약법의 경쟁입찰 원칙에 따라 성능이나 품질 보다는 가격 중심의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업체들의 과당 경쟁과 저가 응찰로 수익성은 악화됐다. 이는 부실 제품으로 이어졌고, ‘방산비리’ 수사 대상이 되는 폐단을 낳았다.

징벌적 규제 중심의 방위사업

특히 국가계약법에 따라 개발 과정에서 불가피한 각종 기술 변경과 성능 보완도 ‘비리’가 된다. 수정이 불가능한 말 그대로 ‘낙장불입’이기 때문이다. 연구개발이 늦어져 납기가 지연되면 지체상금(지체 보상금)을 부과한다. 무기체계의 특성이나 난이도와 무관하게 1일당 계약금액의 0.075%를 매긴다. 1년이면 계약금액의 27%에 달하는 돈을 지체상금으로 뱉어내야 한다. 방산업계는 향후 발생할 금액까지 합하면 지체상금 규모는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같은 처벌 위주의 환경에선 F-35 스텔스 전투기 연구개발 같은 사업은 진행할 수 없다. 미 정부는 F-35 개발일정이 6년이나 늦어지고 사업비용도 60% 이상 늘었지만 록히드마틴의 지체상금을 면제해 줬다. 개발은 15년 늦어지고 비용은 143%나 급증한 V-22 오스프리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유럽 역시 유로파이터 전투기 사업이 8년이나 지연됐지만 업체에 대한 지체상금은 면제했다.

[그래픽=김다은 기자]
게다가 한국 정부는 행정상 단순 실수와 착오도 용납하지 않는다. 과거 한화디펜스가 협력사의 착오로 1400만원을 잘못 계산했다고 자진 신고했는데도, 총 474억원의 이윤을 차감했던게 대표적인 예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방위산업진흥회는 방위산업 특수성을 반영한 계약법 제정을 위해 법무법인을 통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방위산업 제재에 관한 특례 조항 신설 등 상용품 구매·조달에 맞춰진 현재의 규제 위주의 제도를 완화하는 입법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 (가칭)무기체계 계약법에는 정부 입찰이 제한될 경우 대체 시장이 부재한 방위산업 특성을 고려해 입찰참가자격 제한 대신 형사처벌이나 과징금 등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개인 비리로 업체까지 처벌?

이와 함께 방위산업계는 국회를 통과해 현재 하위 법령 제정이 진행되고 있는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법과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도 주목하고 있다. 법안의 주요 조항이 상세 집행 방법과 절차를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위임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법은 고난이도 기술개발이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을 국가정책사업으로 지정해 수행 업체에 혜택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는데 지정 절차와 혜택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에 의한 중복 제재의 감면 조항이 필요하다는게 업계 입장이다.

지난 2019년 10월 부산 BEXCO에서 열린 ‘국제 해양방위산업전(MADEX) 2019’에서 한화시스템이 한국형 이지스구축함(KDDX)에 탑재되는 레이더 및 통신체계가 내장된 통합마스트(IMAST)를 전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은 무기체계 개발 사업을 계약 뿐만 아니라 사업을 보다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는 협약 방식도 가능토록 하고 있다. 그런데 협약시 비용 분담 부분도 하위 법령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업계는 전력화를 위한 무기체계 개발 비용은 정부 부담이 원칙이기 때문에 시행령과 규칙에 이를 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협약 사업에 대해서만 성실수행인정제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도전적인 연구개발을 장려하기 위해선 계약 사업 역시 성실하게 연구개발을 했다는게 인정될 경우 각종 규제를 감면해 주는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방위사업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여기엔 청렴서약서 제출 범위를 기관·업체 임직원 전체로 확대한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한 방산업계 임원은 “이는 개인의 일탈을 업체가 책임지게 하겠다는 것으로 과도한 규제”라면서 “또 방위사업비리행위 개념에 ‘그 밖의 방위사업 투명성 및 공정성을 저해하는 행위’까지 포함시키고 있어 적용 범위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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