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C→놀란 감독까지…美 영화계, 워너 극장·OTT 동시 공개 거센 반발 [종합]

  • 등록 2020-12-09 오후 4:07:31

    수정 2020-12-09 오후 4:07:31

영화 ‘테넷’ 촬영을 지휘 중인 크리스토 놀란 감독.(오른쪽)(사진=워너브러더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할리우드 대형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가 내년에 개봉될 모든 신작 영화들을 극장 및 자사 OTT(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맥스에 동시 공개하는 파격 결정을 내리자 미국 영화계에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미국 최대의 극장 체인인 AMC가 이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는가 하면, ‘테넷’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을 워너브러더스와 작업해온 미국 영화의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마저 통렬한 비판에 나섰다.

지난 7일(현지시간) 현지 외신 보도들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공개 서한을 내며 “영화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영화 제작사와 배우들 중 일부는 자신들이 가장 훌륭한 영화 스튜디오와 일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사실 최악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워너브러더스는 영화감독들의 작품을 극장이나 집안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사실 말 그대로 그것을 해체하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잃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고도 꼬집었다.

워너브러더스의 이같은 결정이 장기적인 영화 산업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놀란 감독은 “그들의 결정은 경제적 타당성도 없다. 심지어 가장 평범한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조차 붕괴와 기능 장애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도 비꼬았다.

놀란 감독은 최근 작품인 ‘테넷’과 함께 ‘배트맨 비긴즈’, ‘다크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 다수의 작품을 워너브러더스와 함께 작업해온 파트너다. 그런 그마저 워너브러더스의 결정에 극구 반발한 만큼 워너브러더스의 방침이 영화계에 정착하기까지 숱한 갈등과 난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최대 극장 체인인 AMC도 이번 워너브러더스의 결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AMC는 성명을 통해 “워너브러더스의 결정은 자시 OTT 서비스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영화 제작사와 제작진들을 희생시키는 이기적 형태”라고 꼬집으며 “이 사안에 대해 워너브러더스 경영진과 긴급 협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 독립극장연맹 역시 성명을 내고 “영화의 가치는 오직 극장 상영에서 오는 것”이라며 “스트리밍 서비스가 절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영화 ‘1917’의 샘 멘데스 감독도 지난 6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극장이 지금의 영화 생태계를 만들어낸 근간이며 이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OTT가 대유행 속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와중에 영화 생태계는 파괴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영화 ‘원더우먼 1984’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앞서 지난 3일 워너브러더스는 공식 발표를 통해 ‘원더우먼 1984’를 비롯해 2021년 개봉할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시퀄, ‘고질라 vs 콩’ ‘듄’ ‘매트릭스4’ 등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포함한 총 17편의 영화들을 극장과 동시에 HBO Max를 통해 공개할 것이라고 밝혀 업계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간 신작들은 극장에서 개봉한 후 보통 약 90일간의 홀드백 기간을 거쳐 방송 및 OTT 등에 공개돼왔다. 내년에는 극장 개봉 즉시 HBO Max에서도 대작 영화들을 볼 수 있게 된다.

워너브러더스 측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불가피했던 결정이라고 취지를 밝혔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자사 OTT인 HBO Max를 업계 1위인 넷플릭스에 대적할 글로벌 OTT로 키워내기 위한 측면 지원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런 중대 결정에 제작사와 감독, 배우 등 영화 각계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제대로 거치지 않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앞서 OTT 동시 공개를 예고했던 ‘원더우먼 1984’는 패티 젠킨스 감독과 주인공 역의 갤 가돗 측에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른 영화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에 출연 배우들이 강한 반발심을 보였고 미국감독조합(DGA)마저 워너브러더스 보이콧을 예고하며 반대 의사를 강력히 표현하고 있다.

놀란 감독 역시 이 부분을 지적하며 “많은 훌륭한 배우들과 감독들이 함께 극장에서 보여지기 위해 온 정성을 다해 노력한 영화들을 아무와도 논의하지 않고 이제 갓 출범한 스트리밍 서비스 미끼상품 역할로 전락시켜 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너무 잘못된 일이다. 감독들과 배우들을 그렇게 취급해서는 안된다. 우선 이런 사항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하고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제이슨 킬라르 워너 미디어 CEO는 미국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른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극장들은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우리는 팬데믹의 한가운데 있으며 이를 뚫고 나갈 방법을 모색 중이고, 그중 하나가 대규모 제작비를 들인 웰메이드 영화를 계속해 제공하는 것”이라고 해명하며 2021년 여름쯤 코로나19 상황이 급격히 나아져도 안심할 수 없는 약 1년간 이같은 방침을 고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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