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글로벌 공급망 붕괴 경험..니어쇼어링 확산될 것"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
"기업들, 코로나19 여파로 안전성도 함께 고려"
"리쇼어링, 규제 등 투자환경 변화 있어야 성공"
  • 등록 2020-07-13 오전 6:00:00

    수정 2020-07-13 오전 6:00:0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기업들은 이제 무조건 비용이 낮은 곳이 아닌 안전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선호하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GVC(글로벌가치사슬)는 지역별 시장으로 재편될 것입니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0일 서울 통일로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한국공공정책개발원 주최의 특별 연속기획 ‘코로나19와 그 이후’에서 강연자로 나서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 생산 라인 분산)’이 코로나19 이후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임기간 내내 지속적으로 NAFTA 폐지를 압박한 끝에 캐나다와 멕시코와 USMCA를 타결했다. AFP 제공.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한국공공정책개발원 주최로 열린 특별 연속기획 ‘코로나19와 그 이후’에서 ‘코로나19와 세계경제 전망’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그는 “비용은 크게 일반 어카운팅 비용과 경제적 비용으로 나눌 수 있다. 경제적 비용엔 기회비용과 위험비용이 포함된다”며 “한 번의 공급망 붕괴 때문에 추가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걸 고려해 이제 효율성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결국 안전한 곳이 비용 측면에서도 더 효율적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효율성이 다시 정의되는 것은 공급망이 새롭게 구축되는 상황과 연계되고 있다”며 “과거엔 전 세계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단일 생산기지를 만들었던 기업들이 이제는 GVC의 지역화 때문에 각 시장에 근접한 공급망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도 GVC 지역화 촉진”

정 선임연구위원은 GVC의 지역화의 또 다른 원인으로 강화되는 자국중심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언급하며, 지난 1일자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게 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예로 들었다.

그는 “USMCA 내 원산지 규정은 NAFTA에 비해 매우 강화됐다. 역내생산가치비율을 상향했고, 노동가치비율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사실상 비싼 부품은 미국에서 생산해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미국이나 역내에서의 생산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GVC의 지역화는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며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G20이 출범한 후, 우리나라가 보호무역주의의 스탠드스틸(현상유지)을 주장했지만 각국은 그 이후에도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계속 취했다”며 “세계화가 활발하던 시기엔 기업과 시장이 이를 주도했던 것과 달리, 위축 국면에선 정책이 먼저 GVC를 둔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GVC 규모가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하고 있지만, 금융위기 이전과 속도에서 차이가 컸다”며 “코로나19 이후엔 GVC 규모 자체가 낙관적으로 볼 경우엔 12~13%, 비관적으로 볼 경우엔 32%까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20~30년 동안 세계 교역 증가량은 GDP 대비 2~3배였지만, 2008년 이후엔 비슷한 수준으로 됐다가 코로나19로 최근엔 1배수 아래까지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많은 국가들의 리쇼어링 정책 잘 안돼”

정 선임연구위원은 다만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리쇼어링(제조기업의 본국 복귀) 정책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정부 정책만으로 리쇼어링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부정적 시각이 많다. 같이 회의를 해본 OECD나 WTO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라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리쇼어링 정책을 해왔지만 잘 안된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리쇼어링을 결정하기 위해선 투자환경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금은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거나 작동이 안 될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국내로 돌아올 유인이 생겼을 뿐이지, 규제 등 투자환경에 대한 정부의 획기적 정책변화가 있지 않고선 리쇼어링 정책 성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또 다른 변화로 디지털경제로의 더욱 빨라진 전환속도를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전자상거래 등의 디지털 기술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비대면 서비스, 재택근무, 유연근무 등을 우리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며, 그 전환속도가 훨씬 빨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80여 WTO 회원국이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관세를 없애는 협정을 위해 논의를 하고 있다”며 “긍정적 측면을 부각하며 조기 타결해 코로나19 극복에 도움을 주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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