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론, 개혁 포기하고 과거로 가자는 것"

[인터뷰] 열린우리당 창당 주도 신기남 의원 "DJ 계승자 경쟁, 볼품 사납다"

  • 등록 2005-11-13 오후 3:08:52

    수정 2005-11-13 오후 3:08:52

[오마이뉴스 제공]
▲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원.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개혁 탈레반'이라는 별칭을 얻어가며 민주당 분당-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한 신기남 의원(국회 정보위원장·3선)의 창당 2주년 소회는 '자부심 회복'으로부터 시작됐다.

신 의원은 지난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정치적 인생을 걸고 일대 모험을 한 시기였다"며 "열린우리당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정치계의 변화와 개혁은 불가능했다"고 창당 멤버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2년도 안돼 다시 '민주당 통합론'이 제기되는 상황. 당내 절반 가량이 암묵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그가 속한 '신진보연대'(공동대표 이원영 의원)는 민주당 재통합론에 반대하며 창당 초심을 강조하는 성명서를 냈다.

"통합론, 개혁 포기하고 과거 되돌아가자는 것"

민주당 분당 과정에서 신 의원이 내뱉은 "선혈이 낭자하게 싸우자"는 말은 유명하다. 그는 당시 싸웠어야 할 대상을 ▲파벌·계보정치 ▲금권 정치 ▲지역주의 정치였다고 꼽았다. 그 세 가지를 혁파하기 위해선 민주당 체제로는 불가능했기 때문에 뛰쳐나와 당을 새롭게 만든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민주당은? 신 의원은 "여전히 지역구도에 의존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한다.

"민주당도 과거의 정권교체를 이뤄내고 독재와 싸워서 민주화투쟁을 했던 전통을 살려서 민주개혁 세력의 일원으로 우뚝 섰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었을 때 하지 말라고 해도 민주개혁세력의 대통합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그게 선결되지 않은채 진행되는 통합 논의는 지역구도 하에서 인위적인 세 불리기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민주당 통합을 주로 제기하고 있는 호남·수도권 출신 의원들을 향한, '결국 금배지를 다시 달겠다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눈총에 "물론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면 그런 말이 나왔겠나"라고 반문한 뒤 "일종의 도피처로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개혁을 포기하고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것밖에 안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는 입장이다. 그래야 민주개혁세력의 통합 중심에 열린우리당이 설 수 있다는 것. 그는 "노선과 정책을 확립하지 않은채 당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패배주의적 발상에서 재통합을 하자는 주장은 국민의 냉험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이 나의 정치적 계승자'라는 발언에 대한 지도부의 '적극적 해석'에 대해서도 "볼품이 사납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신 의원은 "DJ를 찾아가 특정 지역의 민심을 되돌리려는 방식에 대해 우리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질책하고 걱정할 것"이라며, 지도부의 동교동 방문에 대해 "관행적인 예방의 형식"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지방선거 패해도 당이 깨지거나 소멸되지 않는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정치 계승' 발언에 대해서도 "자신이 추구해온 정치를 구현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한 말로 이해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 문제를 가지고 각 정파가 앞다퉈 (DJ의)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경쟁하는 꼴로 비춰지는 것은 볼품이 사납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내년 5월 지방선거에 대해서도 시각차를 드러냈다. 지방선거 전 민주당 통합을 제기하는 측에선 지방선거 완패는 당이 깨지는 '빅뱅'을 감수해야 한다며 '필승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정치공학적 접근으로는 안된다"며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달리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고정 지지층이 아닌 잠재적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방선거에서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당이 깨지거나 소멸되지 않는다"며 "중요한 건 대선"이라고 말해, 지방선거 참패가 되레 '약'이 될 수 있다는 이른바 '전화위복 효과'를 기대했다.

그는 "2002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참패했지만 역설적으로 당내 쇄신과 정풍 운동이 일었고, 대통령 후보로 노무현을 선택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며 "물론 지방선거를 이기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대선 승리를 위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혁의 깃발로 똘똘 뭉쳐 창당을 주도했던 천·신·정의 처지와 입장도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차기 대권주자의 선두에 서있고, 천정배 법무장관측에서도 '반열'에 오르기 위해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따라서 민주당 통합에 대해서도 신 의원처럼 엄격하지 않다. 직·간접적으로 통합에 긍정적인 의견을 비치고 있다.

그는 "모두 재선의원이라 지도자 반열에 오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심 없이 목표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창당 과정을 회고했다. 하지만 "지금은 민주개혁세력이라는 공동전선에는 변함이 없지만 당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방법론에는 각자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고 말했다.

마이웨이 천·신·정 "경쟁은 해도 싸우지는 않겠다"

이어 "수의 정치에 매몰된 것 아니냐"며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현실적인 고려, 고충을 이해하지만 수의 정치가 아닌 질의 정치를 해야 한다"며 충고했다. 하지만 그는 천·정과의 우정, 의리를 내세워 "토론하고 경쟁할 수는 있지만 싸울 수는 없지 않냐"며 그들의 행보에 대해 말을 아꼈다.

'마이웨이'를 선언한 신기남 의원의 최근 고민은 '창당 초심'의 회복과 원칙을 지켜나갈 핵심그룹을 형성하는 일이다. '뉴프로그레스(신진보)'를 표방한다.

"정책, 노선에서 진보주의 색채를 강화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식의 진보가 아니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고 실질적인 민주주의 실현과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 그리고 사회적 연대감을 강조하는 내용의 신진보 개념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이런 노선으로 당이 정부를 리드해야 한다. 참여정부도 반성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지지자들이 만들어준 정권이 아니지 않나."

그는 "신진보연대는 당내 상이한 모임들의 의원들이 두루 참여하고 있다"며 "특정인의 계파모임이 아니"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신 의원이 고문으로 있는 신진보연대에는 김형주·김태년·정봉주·제종길·구논회 등 10여명의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 신기남 의원의 정보위원회 위원장 사무실에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놓여있다.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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