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권상우의 '쿨함'에 관한 또 다른 시선

  • 등록 2009-03-09 오후 4:56:44

    수정 2009-03-31 오후 3:02:20

▲ 권상우

[이데일리 SPN 최은영기자] 한류스타 권상우가 또 다시 솔직과감한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엔 최근 한 영화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한국이 싫었다" "출연작 중 '신부수업'은 쪽팔렸다" "솔직히 난 (영화 '쌍화점'이) 안되길 빌었다(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를 원래는 자신이 하기로 했는데 빈정이 상해 안했다며)" 등의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권상우의 이번 발언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파장도 컸다. 하루 뒤인 9일 인터뷰를 담당한 기자의 이름을 빌어 이례적으로 해명 보도자료를 다 냈을 정도다.

해명글에 따르면 더없이 솔직하고 진솔했던 인터뷰가 일부 인터넷 매체를 통해 악의적으로 왜곡되고 또 과장됐다. 권상우 측 해명처럼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 모든 대화는 말과 말의 맥락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맥상 팍팍한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는 "한국이 싫었다" 발언을 문제 삼는 건 다소 애매모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 같은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이번 권상우의 인터뷰 기사는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솔직한 상우씨'라는 기사 제목처럼 톱스타 권상우가 자신의 속내를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선 기사를 읽는 내내 일면 통쾌함도 느껴졌다. 하지만 내가 아닌 남에 대한 평가 혹은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함에 있어선 좀 더 신중했어야 옳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자신과 안좋은 일이 있었다는 이유로 상대의 영화가 안되길 빌었다며 험담을 한다거나 출연작 '신부수업'을 언급하며 감독의 미흡함을 지적한 일 등은 비난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그 가운데는 자신의 연기에 대한 스스로의 질책도 있었으나 지난 일에 대한 언급은 거기서 끝냈어야 옳다.

굳이 이번 일을 예로들지 않더라도 최근 권상우의 행보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최근 논란이 된 방송출연번복 문제만 해도 그렇다.

당시 권상우는 출연을 약속했던 예능프로그램에 잇따라 불참을 통보하며 제작진을 난처하게 했다. 그것도 녹화를 하루, 이틀 앞둔 시점에 말이다. 권상우는 당시 제작진 측에 불참 사유 또한 명확히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추후 관련 내용에 대한 내막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권상우 측은 "몸이 아팠다"면서도 "정확히 어디가 탈이 난 건진 모르겠다"는 애매한 답변을 했다. 당시 일로 '놀러와'를 비롯 '상상플러스' 제작진은 한때 방송펑크 위기에 몰리는 등 한바탕 고역을 치렀다.

권상우가 당시의 일과 관련 말문을 연 건 열흘 가량 뒤인 최근 모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권상우는 "내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출연 약속이었다"며 "TV에 나가서 우스갯소리나 떠들다 문제를 맞히고 틀리면 벌칙을 받는 건 하고 싶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이 꼭 충분하고 적절했던 것은 아니었다. 애시당초 생각이 그러했다면 좀 더 일찍 방송사 측에 사정을 알렸어야 하지 않았을까. 녹화 이틀 전 갑작스런 '통보'로 제작진을 난처하게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여유를 두고 말이다.

문제는 이 같은 논란이 계속해서 재생 반복되고 있고, 그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는데 있다.

권상우는 지난해 10월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출연 결정을 번복해 파문을 일으켰고, 이같은 사실을 제작사와 확실히 매듭짓기 전 일본 팬미팅에서 먼저 번복의사를 밝혀 물의를 빚었다.

무릇 세상 일은 혼자서 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일을 하다보면 내 마음과 달리 의견이 어긋날 수도, 갈등의 골이 깊어져 계획했던 일이 엎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대중의 이해를 구하며 적법한 절차를 밟아 일을 해결하려는 공인다운 성숙함은 보였어야 했다.

계속해서 표출되고 있는 갈등의 내막을 간추려보면 이렇다. 논란이 된 이번 영화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본인이 직접 밝힌 바 있듯 권상우는 약속을 중시 하는 사람이다. 한번 약속한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지키려 애쓴다. 하지만 그의 말을 다시 한번 빌자면 "(약속을) 안지키는 일이 많다. 이쪽(연예가)에선".

결혼 즈음 예정했던 잡지화보도 여행가기 며칠 전 장소를 바꾸자는 말에 안했고, 앞서 문제가 됐던 출연번복 건도 같은 이유로 불발됐다. 물론 문제 자체가 권상우 본인이 아닌, 그를 둘러싼 주변에서 촉발됐을 순 있다. 그렇다면 그가 의도했든, 안했든 '팬들과의 약속은?'이라는 물음이 남는다. 약속을 무엇보다 중시 여기는 그가 시청자와 관객, 팬들과의 약속 이행 노력에는 인색하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권상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쿨함'이다. 그는 연예인답지 않게 가식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솔직함은 분명 미덕이다. 연예인 이전에 인간으로 존중받고 행복해야할 권리도 마땅히 있다. 하지만 자신의 행복 또는 안위를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좋게 받아들여질 수 없다. 권상우처럼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의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물론 어떤 일이 틀어졌을 때 권상우 본인보다 소속사를 비롯 영화사, 혹은 제작사 측에 더 큰 잘못이 있을 순 있다. 하지만 권상우라는 연예인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고, 누군가가 입게 될 피해가 예상된다면 자신이 먼저 나서 과오를 바로잡으려는 노력 정도는 보였어야 했다. 그리고 왜 유독 수많은 연예인, 그리고 톱스타 가운데 자신에게만 구설이 끊이지 않는지도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권상우는 '솔직히'란 단어를 유독 자주, 그리고 많이 쓴다. 인터뷰 중간중간 '솔직히', '솔직하게'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한다. 하지만 어느 한 사람이 절대가치로 여기는 솔직함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면 그 순간만큼은 신중해야 한다. 연예인이 공인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에서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적어도 다수의 일반인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연예인, 그리고 스타라는 입장에선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더욱이 권상우는 그도 인정했듯 스타로 비교적 잘 된 편에 속한다. 그것도 너무 빨리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미덕도 이젠 보여줄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한때 사회 전반적으로 솔직함으로 대변되는 '쿨함'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 쿨함이 개인주의 더 나아가 이기주의를 또 다르게 포장한 말은 아닐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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