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문재인]인국공 사태…청년들의 ‘이유 있는’ 분노 살펴야

그간 ‘고용보호↑→청년실업↑ 공식’ 나타나
전세계적 공식…靑, 이번엔 아니다 증명해야
청년들 불안할 수밖에 없어…세심하게 살펴야
안 그래도 힘든 청춘…‘하향취업률’ 30% 넘어
  • 등록 2020-06-29 오전 6:32:01

    수정 2020-06-29 오전 7:11:17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어제, 오늘 채용과정의 공정과 관련된 문제제기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시장에서의 공정성 가운데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공정성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런 정책이 없었다면 비정규직으로 뽑았을 일자리도 정규직으로 뽑고 있습니다. 더 많은 청년 취업준비생들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반영되고 있습니다.”

(24일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 JTBC 인터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공공부문에서부터 시작해 민간부문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일부 파급효과가 있습니다. 마트 최초로 홈플러스가…”

(28일 청와대 핵심관계자)


이번주 청와대를 뜨겁게 달군 이슈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란입니다.

인국공이 1900여명의 보안검색 요원들을 직접고용하기로 했는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곳을 들어가려고 스펙 쌓고 공부하는 취업준비생들은 무슨 죄냐. 역차별이다”는 내용이 게시되면서 크게 이슈화됐습니다.

뜨거운 감자 ‘인국공’…文 일단 침묵

‘역차별’을 지적하는 공정성 시비에 공감하는 청년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논란이 좀체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사태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이번주 문재인 대통령의 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다만 청와대 핵심 참모들의 발언에서 문 대통령의 의중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청와대는 일단 최근 취업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청년 취준생들의 분노는 이해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이른바 인국공 사태의 본래 취지는 노동시장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간의 공정성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고, 이는 채용과정의 공정성 못지않게 중요한 이슈라는 것이죠.

아울러 해당 조치가 장기적으로는 취준생들에게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주장입니다. 더 많은 정규직 일자리가 양산되면 그만큼 취준생들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고용보호↑청년실업↑ 공식, 일방주장 아냐


정말 청와대 말만 믿어도 되는 걸까요. 청와대의 시각에서 보자면 최근 청년들의 분노는 ‘가짜뉴스’에 기반한 것으로, 청와대는 좀 억울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안을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기존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 보호가 강화되는 경우 청년들의 취업은 유의미하게 어려워져왔기 때문입니다. 상당수 연구논문에서도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청년들에게 ‘파이’가 돌아갈 거라는 청와대의 바람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당연하다는 뜻입니다.

참고할 만한 연구는 지난 2013년 12월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경제리뷰-청년층 고용 현황 및 시사점’입니다. 이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고용 보호가 강화되는 경우(OECD 고용법제지수(EPL)를 통해 분석) 청년층 고용률은 유의하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장년층의 고용률은 유의한 영향이 없었습니다. 고용 보호가 노동시장 진입자인 청년층에 대해 취업을 보다 어렵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 보호 수준을 미국 수준까지 낮출 경우 청년층 고용률은 3.6%포인트가량 상승하고, 일본 수준까지 완화할 경우 청년 고용률이 1.7%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우리나라만의 연구인 것도 아닙니다. 2013년 국제통화기금(IMF) 워킹 페이퍼 ‘고성장의 길: 일본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혁신은 중요할까’에서도 상용직 고용보호 강화가 임시직 비율을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비슷한 연구들은 대부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자료=한국은행)
◇하향 취업 30% 시대…코로나 ‘덮친 격’


특히나 청년들에게 있어서 안정적 일자리를 갖는 것은 중요합니다. 청년기 실업 상황이 평생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와중에서 청년들은 벼랑 끝에 내몰려 있습니다.

IMF 사태 당시 취준생이었던 이른바 ‘IMF 세대’는 당시 ‘하향 취업’한 바람에 여전히 고통을 받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4월 27일자 주간문재인 ‘집단 트라우마 IMF, 靑에서 왜 자꾸 회자될까’ 참고)

제2의 IMF 세대 같은 ‘코로나 세대’가 생겨날 수 있다는 염려가 청와대 내부에서 나올 정도로 청년 취업 상황은 심각합니다. 안 그래도 청년들의 하향취업은 점차 확대되는 상황이었는데,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12월 발간된 한은의 ‘BOK 이슈노트-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을 보면 하향취업률은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해에는 30%를 상회했습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4년제 대졸자가 고졸 이하 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에 취직한 것을 하향취업으로 정의했습니다. 하향취업률은 대졸 취업자 수 대비 하향취업자 수입니다.)

안 그래도 힘든 청년들이 인국공 사태에 이유 있는 불안감을 터뜨리고 있다는 결론입니다. 청와대의 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한 때입니다.

*주: 대통령의 일정은 정교하고 치밀하게(정치하게) 계획됩니다. 대통령의 발언뿐 아니라 동선 하나하나가 메시지입니다. 대통령의 시간은 유한하니까. 만일 대통령이 어딘가를 간다면, 어떤 것을 언급한다면, 꼭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은 통계로 확인되지요.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발자취를 찬찬히 따라가 보면 한국의 경제와 사회의 자화상이 나타납니다. 그 그림을 ‘한땀한땀’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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