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재 처벌에 또 처벌? 현실 반영한 중대재해법 되길

  • 등록 2020-12-02 오전 6:00:00

    수정 2020-12-02 오전 6:00:00

정치권이 추진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만으로도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도 불구, 중대재해법까지 도입해 이중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핵심이다.

중대재해법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사업주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든다는 점이다.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조항이 너무 많아 사업주가 자신의 관리책임 범위 내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원청과 하청 간의 역할과 책임을 구분하지 않고 원청에게 하청과 공동으로 사고의 책임을 묻는 것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들다.

과실로 발생한 사망에 대해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벌금(정의당 강은미 의원안), 2년 이상 징역 또는 5억원 이상 벌금(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안)을 부과하려는 것 역시 과잉처벌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고의로 방화를 하거나 사람의 생명을 위협한 상해치사죄(3년 이상 징역)에 버금가는 형벌을 주는 것은 재해의 중대성을 고려한다 해도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자칫 사망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 놔두고 처벌만 강화한다고 해서 산재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국제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주요국 대비 높은 형벌을 부과하는데도 노동자 1만명 당 산재는 선진국보다 2~3배 높다.

사망 재해를 선진국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해서는 사후처벌 중심에서 사전예방 중심으로 산재예방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이상의 처벌 강화 중심의 입법은 지양하고, 사업장 내 역할과 책임에 걸맞는 체계적 안전관리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게 우선이다. 중대재해법 도입 여부는 올해 초 시행된 개정 산안법의 효과를 평가한 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

오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중대재해법 제정안에 대한 첫 공청회를 연다. 정치권이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재계도 무조건 반대를 호소하기보다 합리적 대안을 갖고 설득에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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