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개통된 경의선 ‘서강역’은 행정구역상 서강동이 아닌 노고산동에 위치하고 있어 주민 혼란이 컸다. 그러자 마포구는 주민 여론조사를 거쳐 ‘서강역’을 ‘서강대역’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작년 1월에는 지하철 1호선 ‘성북역’이 ‘광운대역’으로 변경됐다. 성북역은 1988년 성북구에서 노원구로 편입됐지만, 역 이름은 바뀌지 않았다. 역 소재지는 노원구인데 역명은 ‘성북역’을 유지하면서 이용객들의 혼란이 컸다. 이에 노원구는 구민 1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코레일(한국철도공사)·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와 협의 끝에 ‘광운대역’을 성북역의 새 이름으로 확정했다.
서강대와 광운대는 비교적 운이 좋은 경우다. 행정구역과 역 이름이 일치하지 않아 어렵지 않게 역명을 유치할 수 있었다. 반면 역 이름에 교명을 끼워 넣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대학도 많다.
이 기준이 마련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대학 이름이 역명으로 사용되는 일은 흔했다. 1980년대 개통된 지하철 2호선은 무려 6개 역(홍익대·이화여대·서울대·교대·건국대·한양대)이 대학 이름을 역명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대학 이름을 역명으로 쓰다 보니, 역명을 선점하지 못한 인근 대학·기관의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서울메트로는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역명 제·개정 기준을 만들었고, 대학 이름을 역명으로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다만 고려대처럼 역사 자체가 대학부지 안에 들어와 있는 경우는 예외다.
한신대 관계자는 “역명에 대학 이름이 들어가면 전철 노선 자체가 홍보 수단이 된다”며 “특히 수험생들에게 전철로 통학 가능하다는 인식을 줘 입학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경희대(회기)와 인하대(주안)는 2009년 코레일이 4300만원에 달하는 사용료를 요구하자 부역명 표기를 포기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역명도 아닌 부역명을 사용하는 것도 억울한데 거기에 따른 사용료를 내라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경희대 인근의 회기역은 ‘회기-경희대 앞’이 아닌 그냥 ‘회기’로 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