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르노삼성차 '한국GM 군산' 전철 밟을까 우려"

김용진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
노사 갈등 빠른 해결만이 답
'脫중국' 현대차, 위기는 기회
  • 등록 2019-03-13 오전 7:41:56

    수정 2019-03-13 오전 7:41:56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용진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김용진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은 12일 노사 상생의 모범생이었던 르노삼성차가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 결렬로 역대 최장기간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관련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르노그룹의 ‘계륵’이 돼 거의 붕괴하고 있다”며 “제2의 한국GM 사태처럼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르노삼성차 노조가 임단협과 관련해 벌인 부분파업은 11일까지 총 44차례, 168시간, 손실금액은 1700억원에 이르게 됐다. 집중교섭 과정에서 노사가 갈등을 빚었던 고정급 인건비 인상은 기본급 동결 대신 1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지만, 노조는 인력 전환배치를 위해서는 노사 합의를 이루자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특히 김 회장은 노동조합의 전환배치 노사 합의 주장에 “글로벌 자동차 공장에서 전환배치 노사 합의 문제는 있을 수 없는 사안”이라며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위탁생산 공장으로 생산효율성이 굉장히 중요해 그에 따라서 인력 재배치가 이뤄져야 하는데 노조와 ‘협의’도 아닌 ‘합의’를 요구하는 것은 경영진의 손발을 모두 묶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력 전환배치 논의에서 협의는 노사가 일련의 의견교환 내지 논의하는 과정을 진행했다면 노조의 반대에도 사측은 인력 배치를 결정할 수 있다. 반면 합의는 양측이 모두 뜻을 모아야 해 노조가 반대하면 인력 재배치가 불가능하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에서 물량 증산과 인력 재배치 등을 노조와 합의하는 것은 강성노조로 꼽히는 현대차와 기아차뿐이다. 실제 야심 차게 내놓은 대형 SUV 팰리세이드도 물량을 늘리지 못해 출고 대기기간이 10개월가량 걸려 생산성 확대에 걸림돌로 지적됐다.

김 회장은 “결국 임단협이 결렬돼서 닛산 로그 후속 생산물량을 못 받게 되면 부산공장 가동률은 절반으로 떨어져 르노삼성차는 물론 협력업체, 부산경제도 위험하다”며 “노조는 회사를 위해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용진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르노삼성차 노사간 갈등이 역대 최장인데.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생산물량 절반가량이 위탁생산이다. 즉 자기 스스로 위험부담을 안 진다는 의미다. 본사에서 주는 물량을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산효율만 높으면 된다. 결국 마진이 박하고 인건비도 싸다. 이는 생산서비스 공장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위탁생산공장에 맞게 무엇을 지향해 가는지 목적적합성을 파악해야 하고 거기에 따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위탁생산은 단가가 싸고, 효율이 높고, 품질이 좋아야 물량을 주는 시스템임을 명심해야 한다. 또 생산인력 전환배치 문제는 부산공장 특성을 생각해보면 경영진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인력활용의 탄력성이 중요한데 노조와 합의하는 구조라면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르노삼성차 노사갈등이 지속하면 제2의 한국GM 사태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갈등 연속인 노사관계 해결책은

△지금까지 우리는 무엇을 해왔느냐면 정부가 연구개발(R&D) 투자하고, 죽어야 할 기업도 살렸다. 정부가 복지비로 써야 할 돈을 기업에 투입했고, 기업이 복지를 책임져왔다. 생산경쟁력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이 힘든 이유다. 사실 기술이 빨리 바뀌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고용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 노조와 합의하는 시스템은 말이 안 된다. 유연성은 해고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경영자가 책임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산별노조체제를 주장하고 싶다. 특히 최저임금 이슈는 지역별, 산업별 차등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생산성을 기준으로 가격이 결정돼야 한다. 생산성보다 가격이 높으면 고객이 안 산다. 당연한 이치인데 우리는 너무 무시하고 있다. 산별노조체제가 되면 가지치기를 할 수 있다. 잘되는 기업은 더 많이 투자하고, 못하는 기업은 청산하는 형태로 노사문제를 풀어야 한다. 산업별 생산성 기준으로 임금을 설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노동이사제’도 해결책 중 하나가 될까.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것인데 말이 안된다. 독일은 감사위원회에 들어가서 회사 모든 실적 다 볼 수 있다. 지배구조를 거버넌스로 이원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노조 입장에서도 안심할 것이다. 대신 경영의사 결정은 경영자들에게 할 수 있도록 맡겨 두자. 일례로 현대차는 신차 투입과 증산 문제는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이렇게 하는 곳은 없다. 경영은 경영진이 책임지고, 노조는 감사를 통해 견제하면 된다.

-현대·기아차 중국공장 구조조정 의미

△흑자 속에서도 구조조정을 택한 GM과 같은 전략이다. 결국은 현대차도 수익성을 담보하지 않으면 회사가 죽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국내는 강성노조 탓에 어려우니 생산가동률이 절반가량 떨어진 중국을 택한 측면도 있다. 과거 현대차가 중국시장 실적을 회복하는데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중국 자체가 자동차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이 상태로 끌고 가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생각한 것이다. 무엇보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제품전략에서 시장 요구와 미스 매칭이 문제였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 매출 70%가 SUV에서 나오는데 현대차는 40%에 불과했다. 신기술에 민감했고 SUV를 요구했던 중국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현지화 전략이 부족했다. 사드(THADD)를 기점으로 판매량이 줄긴 했지만, 이는 마침 좋은 핑계였다. 결국 제품과 인사전략의 실패가 중국시장에서 구조조정을 촉발시켰다.

-현대차의 ‘포스트 중국’ 시장은.

△IMF 때 현대차가 성장했던 이유는 브릭스(BRICs)와 동유럽에 진출한 것이다. 위기일 때 신흥시장에 진출해 기회를 찾았다. 지금 중국 시장이 쪼그라들어도 거기만 쳐다보고 있기보다 신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그 최적지는 동남아시아, 아세안이다. 현대차가 20년 전 인도에 진출할 때 무모하다고 했지만 성공했다. 인도와 마찬가지로 동남아는 국민소득이 낮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동남아는 일본차가 시장의 94~97%를 장악하고 있다. ODA(공적개발원조)로 미얀마에 무상으로 중고차 4만대를 지원하고 나중에 유지보수할 때는 일본 기업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놨다. 그렇지만 도전정신이 필요할 때이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일본차가 장악한 시장이라고 인도네시아에 생산기지 거점을 만드는 데 반대가 일부 있긴 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신(新) 남방정책과 맞물려 탄력받았다. 상반기 내에 인도네시아 프로젝트가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인도네시아 내부에서도 일본에 너무 의존적인 걸 싫어한다. 뭔가 경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런 구조를 만들고 싶어하는 니즈가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용진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
-자동차산업 불황 탓에 예전만 못한 모터쇼 위상.

△이달 말에 열리는 서울모터쇼에 새로운 차가 2개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하니 걱정이 된다. 사실 완성차만 차가 아니다. 예를 들어 카시트의 진화, 자동차에 적용된 IT(정보통신) 기술 등을 포함해 자동차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행사로 발돋움해야 한다. 미국에서 열리는 CES(세계가전박람회)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가전인데 AI(인공지능), IT 등 엮어서 자동차라는 총체적인 구조로 보여준다. 한국은 아직도 전통적인 모터쇼에만 머물러 있다. 학회차원에서 새로운 의견을 내놔도 정부 부처는 해외 사례가 있느냐고 되묻는다. 참 한국이 리더가 되긴 쉽지 않겠가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 11위 대국이다. 이제 우리가 선도해야 할 시기다.

-한국판 CES는 가능할까.

△MWC(세계모바일박람회)가 열리는 바르셀로나나 CES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에 뭐가 있나. 아무것도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삼성과 현대라는 글로벌 기업을 보유한 나라다. 모터쇼도 완성차에 머물지 말고 진짜로 모빌리티라는 미래 모습을 그리고, 어떤 형태로 진화할지, 미래에 자동차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지리학적으로도 한국이 위치가 좋다. 러시아, 일본, 중국, 동남아 사이에서 판을 벌여서 한국으로 오게 하는 요인을 만들어야 한다. 현대차가 10조원을 투자해서 삼성동 샀을 때 비판을 많이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완공 예정인 GBC내에서 수소 경제와 관련한 국제적인 모빌리티 전시회나 포럼을 여는 상상력은 어떤가. CES와 MWC 부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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