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형 "오늘도 난 인생을 달린다 택시운전하며"

연극 '택시 드리벌'서 노총각 '덕배' 역
영화감독 장진표 힐링극
목디스크로 활동중단 후 14개월 만 복귀
"2대 8 가르마 어색하나 무대 돌아와 가슴뛰어"
11월 2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 등록 2015-09-24 오전 6:17:00

    수정 2015-09-24 오전 7:42:54

뮤지컬배우 박건형은 2010년 ‘폴 포 러브’에 이어 ‘택시 드리벌’로 또 한번 연극에 도전했다. 박건형은 “관객은 시간과 돈을 들여 공연을 보러오고 배우는 열심히 준비해서 관객을 맞는다”며 “무대는 서로 기다린 두 부류가 만나는 장소”라고 말했다(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2대 8 가르마에 어수룩한 말투, 검정색 샌들 위로 튀어나온 흰색 발가락 양말. 의외로 잘 어울린다. 15년차 뮤지컬배우 박건형(38)이 노란색 택시기사 유니폼을 입고 관객 앞에 섰다. 오는 11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하는 연극 ‘택시 드리벌’에서다. 박건형은 이번 공연에서 강원 화천에서 서울로 올라와 택시를 몰며 생활하는 39살 노총각 덕배 역을 맡았다. 박건형은 “지금까지의 내 이미지와는 정말 안 어울리는 배역”이라며 “망설이기도 했지만 도망가긴 싫고 ‘제대로 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택시 드리벌’은 1997년 초연 이래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아 두 차례 앙코르공연한 바 있는 영화감독 장진의 대표작이다. 장 감독이 실제 택시기사였던 아버지를 통해 느낀 경험을 리얼하게 담아냈다. 제목인 ‘택시 드리벌’은 주인공 덕배가 자신의 직업인 ‘택시드라이버’를 잘못 발음한 데서 붙은 이름으로 팍팍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 소시민의 군상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이번 공연은 2004년 이후 11년 만이다.

좁은 택시 안에서 덕배는 여러 사람을 만난다. 정부를 비판하는 전라도와 경상도 남자, 갑질하는 강남 사모님, 성형수술을 한 젊은 여성까지. 작품은 우리 주변에서 한번은 만나봤을 법한 이들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손님이 탔다가 내렸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부분적인 조합을 계속 생각해야 한다. 덕배는 2시간가량 무대서 거의 퇴장이 없다. 잠시 생각할 겨를도 없어 말투나 행동 모든 것을 연기하려고 노력한다.”

하루가 빠듯하지만 덕배는 고향에서 미래를 약속했던 첫사랑 화이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순정남이다. 때로는 싱그러운, 때로는 고통스러운 그 기억이 덕배를 붙잡는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의 추억이 있고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미련이 있다. 그 아련함을 느끼게 하는 게 목표다. 너무 각박하게만 살지 말자는 것, 그래서 옛날에 꿈꿨던 여유와 낭만을 되돌아보는 공연이 됐으면 좋겠다.” 이번 공연은 소극장에서 했던 작품을 중극장 무대로 옮긴 것. 그만큼 배우들의 부담도 커졌다. “2층의 구석까지 목소리를 전달해야 하는 만큼 더 치열하게 연습했다. 언제나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지만 우리의 노력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봐줬으면 한다.”

연극 ‘택시 드리벌’에서 39살 노총각 덕배 역으로 열연 중인 배우 박건형(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드라마나 영화에도 종종 출연했지만 사실 박건형은 뮤지컬을 좀 본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뮤지컬계의 스타다. 2001년 ‘더 플레이’로 데뷔한 이래 ‘헤드윅’ ‘사랑은 비를 타고’ ‘스칼렛핌퍼넬’ ‘조로’ 등 출연작마다 큰 사랑을 받으며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무대는 마법 같은 곳이다. 생방송은 오히려 안 떨리는데 등·퇴장과 세트전환 등이 약속돼 있는 무대는 항상 떨린다. 방송은 하다가 멈출 수 있지만 공연은 NG가 없다. 매번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다.”

지난해 목디스크 판정을 받으면서 활동을 잠시 중단했을 때도 무대는 그리운 곳이었다. 당시 ‘헤드윅’ 앙코르공연을 전면 취소해야 했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목디스크가 오면서 오른팔이 마비됐었다. 팔이 움직이질 않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하더라.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책감도 느꼈다.”

이번 공연은 14개월 만의 복귀작이다. 그 사이 삶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도 얻었고 지난 6월에는 아빠도 됐다. “다시 무대로 돌아오니 뿌듯하다기보다 신이 나더라. 첫 무대에 섰을 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 작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공연에 임하고 있다.” 그만큼 한 공연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얘기다. “당장은 ‘택시 드리벌’을 최고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 배우로서 어떤 걸 더 할 수 있고 찾아내야 할지는 계속 생각 중이다. 집에 돌아가면 아빠가 되지만 밖에 나오면 배우로서 언제나 최선을 다할 거다.”

연극 ‘택시 드리벌’의 한 장면(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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