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김은숙 작가, 명대사 장인의 품격

  • 등록 2017-01-17 오전 9:57:26

    수정 2017-01-17 오전 9:57:26

‘도깨비’ 방송화면 캡처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알다가도 모르겠구나”

케이블채널 tvN 금토미니시리즈 ‘도깨비’를 집필하는 김은숙 작가의 장기는 대사다. “애기야 가자”, “이 안에 너 있다”(파리의 연인), “길라임 씨는 언제부터 예뻤나”(시크릿 가든), “나 너 좋아하냐”(상속자들),“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태양의 후예) 등은 아직까지 회자된다. 종종 깊이와 서사는 없고 ‘대사발’만 있다는 일부 지적을 듣지만, 적어도 ‘도깨비’는 예외다.

예를 들어 ‘도깨비’에는 김 작가 특유의 유행어가 없다. 전작에선 통통 튀는 소녀 감성을 대사에 녹여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문학 작품에 가깝다. 지은탁(김고은 분)에 대한 김신(공유 분)의 절절한 마음이 담긴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로 시작하는 대사가 대표적이다. 939세 도깨비 김신의 사극톤과 어우러져 애달픈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동안 ‘오글거린다’는 이유로 저평가 됐던 김은숙 작가의 필력이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는 반응이다. 곱씹을수록 좋은 ‘도깨비’ 속 대사들을 찾아봤다.

◇“비로 올게, 첫눈으로 올게.”

13화에서 김신은 재로 사라졌다. 김신은 정신을 잃은 지은탁의 손을 빌어 스스로 가슴의 칼을 뽑았다. 그 칼로 박중헌(김병철 분)을 베고, 무(無)로 돌아갔다. 사라지기 직전 지은탁은 그에게 달려와 오열했다. 그런 지은탁에게 김신은 눈물 어린 눈으로 희미하게 웃으며 “널 만난 내 생은, 상이었다”면서 위처럼 말했다. 아름다운 대사는 운율까지 들어맞으며 한 편의 시와 같았다. 이어 “사랑한다, 그것까지 이미 하였다”는 사랑을 ‘그것’으로 표현했던 김신과 지은탁 커플의 역사가 깃들어 있었다. 이밖에도 “날이 적당한 어느 날 첫사랑이었다 고백할 수 있기를 하늘에 허락을 구해본다” 등 김신의 독백 대부분이 명대사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도깨비’ 방송화면 캡처
◇“돌보지 않음으로써 돌보았다 전해라”

‘도깨비’에는 동어 반복 등 언어유희를 이용한 대사가 곳곳에 숨어 있다. 듣다보면 피식 웃음 짓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반면 왕여(이동욱/김민재 분)의 이복형이었던 선왕의 유언에는 애틋함이 담겨 있었다. 간신 박중헌의 손에 자란 왕여를 보호하고자, 선왕은 일부러 무심한 척했다. 대신 충신인 김신에게 후사를 부탁했다. 13화에서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저승(이동욱 분)은 김신에게 과거 자신을 향해 걸어왔던 이유를 물었다. 김신은 선왕의 유언을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선왕과 황후, 그리고 자신까지 모두 어린 왕을 사랑했다고 말이다.

사진=화앤담픽처스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일뿐.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

김 작가는 ‘도깨비’를 통해 자신의 운명을 극복해 나가는 인물을 응원하고 있다. 김신이 도움을 줬던 ‘파리 소년’(남다른 분)의 일화가 이를 말해준다. 12화에서는 덕화(육성재 분)의 몸을 빌려 절대 신이 나타났다. 그는 “신은 여전히 듣고 있지 않으니, 투덜대기에. 기억을 지운 신의 뜻이 있겠지, 넘겨짚기에. 늘 듣고 있었다. 죽음을 탄원하기에 기회도 줬다”면서 “그럼에도 신의 계획 같기도, 실수 같기도 한가?”라고 되물었다. 이후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라며 덕화의 몸에서 떠났다. “특별히 사랑하여”라는 이유로 김신에게 난제를 남긴 “이기적이고 변덕스러운” 신이었다.

◇“전생에 나라는 구하셔서요”

흔히 사용하는 말에도 서사가 담기면 힘이 생긴다. 12화에서는 김신이 충직한 부하였던 김우식(윤경호 분)의 환생과 마주했다. 김신은 현 시대에 환생한 김우식의 취업을 몰래 도왔다. 김비서(조우진 분)는 김신의 부탁을 받아 김우식에게 집과 차도 선물했다. 영문을 몰라하는 김우식에게 김비서는 “전생에 나라를 구하셔서요”라고 말했다. 김우식의 안타까운 전생과 맞물려 뭉클한 감동이 안겼다.
‘도깨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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