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계, 남아도는 우유에 '골머리'…"근본적인 해결책 필요"

유업계-낙농가 올해 원유 공급량 '줄다리기'
출산 감소에 코로나 여파로 흰 우유 소비↓
유업계, 분유·가공유로 물량 소화 잰걸음
"수요 변화에 따른 생산량 조절 방안 필요"
  • 등록 2021-02-02 오전 5:30:00

    수정 2021-02-02 오전 5:30:00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우유업계가 남아 도는 흰 우유 물량 소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식뿐 아니라 개학 일수가 줄어들면서 급식 우유 수요가 크게 줄면서다. 이에 유업계는 낙농업계와 협상을 통해 원유(原乳) 공급량을 줄이겠다는 방침이지만, 낙농가의 반발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우유 매대를 정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일 업계에 따르면 유업체와 낙농가는 원유 공급을 위한 계약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양측 협상을 통해 올해 원유 공급량 등 계약을 마칠 예정이다.

유업계에서는 최근 우유 소비 증가율이 감소하고 있는 만큼 원유 매입량을 줄이고 싶어 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며 우유가 더 많이 남아돌면서 막대한 손실을 떠안은 만큼 올해는 더욱 줄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낙농업계에서는 안정적인 원유 생산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매년 꾸준히 원유 가격과 공급량을 늘리려고 해왔다.

유제품 원료가 되는 원유는 우유생산업체(유업체)와 낙농가가 일종의 턴키(turnkey·일괄수주계약) 방식처럼 연간 1년치 공급량을 미리 한꺼번에 계약을 한다. 낙농진흥법에 따라 유업체는 계약한 농가에서 생산한 원유를 의무적으로 전량 사줘야 한다.

그렇다 보니 지난해에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예년 수준으로 계약한 원유량이 넘쳐나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도 유업계는 원유 매입 물량을 조절할 수 없고 애초에 낙농가와 연간 계약한 물량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낙농진흥회 낙농통계연감을 보면 국내 연간 우유 공급량(국내생산+수입, 원유 환산 기준)은 지난 2011년 361만4463톤(t)에서 2015년 415만4840t, 2019년 443만5884t으로 매년 꾸준히 늘며 9년 간 약 22.7% 증가했다. 지난해는 461만9000t으로 집계됐다.

공급량이 꾸준히 늘면서 낙농가의 젖소 한 마리당 우유 판매수입도 2011년 735만2142원에서 2019년 987만1496원으로 9년 사이 약 34.3%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소비량은 359만5996t, 402만2922t, 434만6930t 등 매년 공급량을 밑돌며 9년 새 약 20.9% 증가에 그쳤다. 1인당 원유 소비가능량 역시 2015년 76.1㎏에서 지난해 85.8㎏로 연 평균 2.4% 증가율에 머물렀다.

그렇다 보니 원유 재고량이 많을 경우 연간 25만t 넘게 쌓이기도 한다. 원유 공급 계약 조건에 따라 재고에 따른 손실 부담은 오롯이 유업체가 떠안아야 한다. 특히 제품 특성상 유통기한이 짧은 흰 우유가 처치 곤란할 정도로 넘쳐나고 있다.

흰 우유는 각 학교에서 급식으로 소비되는 비중이 큰데,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각 학급 개학이 연기되고 수업일수가 줄면서 덩달아 우유 소비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내 급식우유 시장은 연간 약 1600억원 규모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의 외식 빈도 자체가 줄면서 관련 유제품 소비가 줄어든 탓도 있다.

매일유업, 서울우유, 남양유업 등 유업계 상위 10개사는 흰 우유 부문에서 지난 2019년 모조리 적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에도 수백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낙농업계의 꾸준한 요구로 올해 8월부터 원유 가격이 리터(ℓ)당 1034원에서 1055원으로 21원 오르는 점도 유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가뜩이나 넘쳐나는 원유를 지금보다 비싼 가격으로 사와야 하는데, 원유 가격이 인상했다고 곧장 우유 제품 소비자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유업체들은 궁여지책으로 남는 흰 우유를 상대적으로 유통기한이 긴 탈지분유 또는 멸균우유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왼쪽부터) 매일유업 ‘셀렉스 밀크세라마이드’, 서울우유협동조합 ‘비요뜨 초코팝’, 남양유업 ‘든단한끼 바나나&곤약’ 신제품 모습.(사진=각 사 제공)
탈지분유는 꾸준한 선호도가 있는 초코 우유, 바나나맛 우유, 컵커피 등 다양한 제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멸균우유와 발효유, 요구르트, 치즈, 버터, 연유, 아이스크림 등 부가가치가 높은 관련 가공 유제품과 신제품 생산을 강화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매일유업은 최근 ‘이너뷰티’라고 수식어를 단 ‘셀렉스 밀크세라마이드’를 새롭게 선보였다. 우유에서 추출한 세라마이드와 생선에서 추출한 저분자 콜라겐, 그리고 비타민C, 히알루론산, 엘라스틴 등 각종 영양소를 담았다. 물 없이 먹을 수 있는 분말 스틱으로 요구르트 맛이다.

서울우유도 젊은 층에서 특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토핑 요구르트 ‘비요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꾸준한 신제품 출시를 통해 최근 7종으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또 다양한 채널을 통한 영상광고(CF)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남양유업 역시 토핑 요구르트 ‘또떠불’, 곡물 요구르트 ‘든든한끼’, 아이전용 요구르트 ‘달지 않아 순한 유기농 베이비’ 등 우유를 활용한 다양한 신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넘쳐나는 원유를 탈지분유 또는 가공 유제품으로 전환 생산하거나 수출해 흰 우유 부문 적자를 메우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아니다”며 “왜곡된 원유가격연동제와 원유 전량 의무 매입 방식을 보완해 수요 변화에 따라 전국 농가가 함께 생산량을 조절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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