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록의 미식로드] 댓잎 품은 국수, 한입에 '호로록'

전남 담양 국수거리
  • 등록 2020-07-17 오전 6:00:00

    수정 2020-07-17 오전 6:00:00

담양 국수거리의 원조로 알려진 진우네 국수의 물국수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떡갈비·대통밥·멸치국수·숯불돼지갈비·창평국밥·한정식·한과와 쌀엿·한우 생고기·메기찜과 메기탕 등. 전남 담양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개성 가득한 이 음식들을 담양에서는 10미(味)라고 부른다. 이 중에서 가장 서민적인 음식은 멸치국수다. 어디서든 맛볼 수 있지만, 유독 담양에서는 국수 한 그릇 안 먹고 가면 섭섭할 정도다. 담양 국수거리는 관방천을 따라 국숫집이 늘어서 있다. 50년 전부터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한 국숫집이 어느새 담양의 명물 음식 거리로 자리 잡았다.

원래는 대나무 제품을 파는 죽물시장이 있던 자리다. 관방제림을 산책하는 주민들이 즐겨 찾던 국숫집이 입소문 나면서 하나둘 늘어 국수거리가 됐다. 관방제림의 아름드리 고목들을 돌아보고 제방을 따라 걷다보면, 구수한 멸칫국물 냄새가 발길을 잡는다.

담양국수거리


담양 국수거리에서 꼭 맛봐야 할 메뉴는 물국수, 비빔국수, 약달걀이다. 겨울철에는 멸치국수에 간장 양념을 풀어 먹는 물국수가, 여름에는 매콤달콤한 양념이 별미인 비빔국수가 인기 있다. 원조라 할 수 있는 ‘진우네집국수’는 질 좋은 멸치를 넣고 센 불과 약한 불에 번갈아 가며 국물을 끓인다. 진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멸치 외에 다른 재료는 사용하지 않아 잡맛이 없다. 삶은 국수사리에 진한 국물을 붓고 직접 만든 간장 양념을 곁들이면 평범하면서도 특별하다. 새콤하고 매콤한 비빔국수는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먹기 좋게 비빈 국수사리에 송송 썬 파가 수북하다. 이곳 국숫집들은 모두 중면을 이용하는데, 소면보다 굵고 가락국수보다 가늘어 쫄깃하면서 잘 끊어지지 않는다. 대부분 김치와 콩나물, 단무지무침 등 서너 가지 반찬을 곁들여 내기 때문에 국수 한 그릇으로도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여기에 삶은 달걀은 국수와 단짝처럼 붙어 다니는 곁들임 메뉴다. 멸칫국물에 달걀을 삶아 소금을 찍어 먹지 않아도 짭조름하고 구수한 맛이 난다. 사실 추운 겨울에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국물에 넣어주던 것이 바로 삶은 달걀이었다. 지금은 더운 여름철에도 빠질 수 없는 대표 메뉴다. 손님들 사이에선 일명 ‘약계란’으로 통한다. 강을 따라 한적하게 만들어 놓은 평상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후루룩 먹는 국수의 맛과 분위기는 특별하다.

국수거리 끄트머리에는 댓잎으로 만든 독특한 국숫집이 있다. ‘미소댓잎국수’는 댓잎물국수로 유명한 집이다. 댓잎 가루를 넣어 직접 뽑는 생면과 아삭한 숙주나물이 잘 어울린다. 20여 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국물도 담백하고 깔끔하다. 대나무 잎에 헛개나무와 오가피, 칡 등 각종 한약재를 넣고 오래 끓인 댓잎약계란도 꼭 맛봐야 할 메뉴다.

담양 국수거리의 원조로 알려진 진우네 국수의 비빔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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