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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 토끼 잡으려던 文정부
문재인정부의 외교정책은 한반도평화프로세스와 자주국방이라는 단어로 꼽힌다. 우리나라 최대 안보리스크인 북핵 문제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해결해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고 미국에 기대지 않는 강한 국방력을 갖춰나간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현실은 냉혹했다. 자주국방은 남북 관계와 한미 동맹이라는 두 가지 이해관계와 충돌을 일으켰다. 주권국가로서의 자위적 권리를 되찾겠다는 목적은 훌륭했지만,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하면서도 한반도 군사 불균형을 꾀하는 행동은 북한의 끊임 없는 의심과 반발을 불렀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문재인정부는 북한에 ‘도발’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서 한미연합훈련을 축소·연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국방 고위관계자는 “훈련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실전경험이 있는 세대가 퇴역, 혹은 교체되며 공백이 발생하고 이 공백을 메우는 데 다시금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시뮬레이션 훈련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기동훈련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국제정세, 韓좌표설정 절실
더 큰 문제는 2019년 하노이회담 결렬 등으로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작동이 멈춘 후에도 정부가 이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2021년은 미중 갈등과 코로나19로 국제질서가 무너진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주도권을 누가 쥐냐를 놓고 치열한 수 싸움이 일어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개를 위해 종전선언을 꺼내들며 북한에는 핵·미사일을 재무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한편, 우리에게는 한정된 외교자원을 소진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1일 우리 정부는 올 들어 처음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단호한 제재 이행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에 참여했는데, 이는 2019년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사실을 비로소 인정한 것이나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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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의 외교정책이 이념을 벗어나 철저한 국익 중심으로 전개돼야 할 이유다. 그간 우리 정부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기조 하에 미국과 중국 어느 쪽의 심기도 건드리지 않는 외교정책을 취해왔다. 그러나 강대국의 패권전쟁이 지속되고 그 전장의 중심이 인도태평양이 된 상황에서 전략적 모호성은 오히려 한국의 입지를 약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국가정체성을 바탕으로 외교정책의 원칙을 정하고 국제사회와 강대국들의 설득해나가는 외교역량이 절실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같은 원칙이 모든 강대국에 대해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한 국가에 대해서는 ‘주권’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국가에 대해서는 주권 침해적인 태도나 언동을 수용한다면 설득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와 비슷한 고민과 가치관을 가진 국가들과 협력과 연대가 절실하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신남방협력연구센터장은 “미국의 동맹국가로서 한국은 자유무역의 가치와 정경분리 원칙 등을 유사입장 국가 및 단체들과 함께 논의하고 입장을 조율함으로써 미국과 함께 지역의 번영과 안보에 기여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이 일방적인 대외정책을 들고 파트너를 압박하는 대신 자유무역을 주창하던 가치를 재확인하고 함께 하는 국가에게도 이익이 되도록 구상을 발전시키는데 일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