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식의 주식보기)연말 유동성장세 신기루인가

  • 등록 2002-12-02 오전 9:44:47

    수정 2002-12-02 오전 9:44:47

[edaily] 유동성 장세란 시장에 자금이 풍부하여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이 용어는 기업 실적이나 내재가치에 의해서 주가가 올라가기 보다는 주식을 사려는 자금이 워낙 많다 보니 주가가 밀려서 저절로 올라가는 현상을 일컫는다. 최근 시중에 부동자금이 넘쳐나고 금리도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연말 이전에 유동성 장세가 전개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몇 개월 전부터 제기돼 왔다.

◇유동성 장세가 형성되기 위한 조건

첫째, 시중에 자금이 풍부해야 한다.
유동성 장세가 형성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풍부한 시중 자금의 존재이다. 정부가 긴축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유동성 장세란 상상하기 어렵다. 은행은 지불준비금을 맞추는데 급급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신규대출은 축소하고 기존 대출은 환수하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에 따라, 가계나 기업 모두 현금 압박을 받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 주식투자에 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은 쉽지않은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저금리 현상이 동반돼야 한다.
자금이 풍부해도 금리가 높으면 유동성 랠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면 금리가 낮게 형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인플레 심리가 만연한다든지, 부도율이 상승하는 등 신용경색 상황이 조성되면 금리는 상승하게 될 것이다. 금리는 자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가격인데 이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채무자는 주식투자 보다 부채 상환에 더 열의를 보일 것이다. 또 인플레 또는 신용경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기업실적 및 주가 움직임도 긍정적 모습을 보이기가 어려울 것이다.

셋째, 투자심리가 살아 있어야 한다.
유동성이 풍부하고 저금리 상황이 조성된다 해서 유동성 장세 출현의 모든 조건이 갖춰졌다고 보기 어렵다. 왜 그런지는 일본의 경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디플레 현상을 해소하고 장기침체에서 탈출하기 위해 통화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왔다. 뿐만 아니라 일본 중앙은행의 재할인 금리는 0.25%로써 세계 최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 동안 일본 시장에서 유동성장세가 관찰된 경우를 찾아 보기 어렵다. 일본 투자자들 사이에 일본기업들의 주식을 사서 이익을 볼 것이라기 보다는 손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주식시장의 현재 상황

연말이 가까워진 현시점에서 우리 주식시장이 과연 유동성 장세를 연출할 수 있을까 하는 판단은 전술한 세가지 조건이 충족되고 있는지 점검해 봄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첫번째와 두번째 조건은 대체로 충족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세번째 조건은 다소 깊은 분석을 해 본 뒤에야 결론이 가능할 것이다.

먼저, 시중자금 사정을 살펴보자. 최근의 시중 자금 추이를 살펴 보면 통화량은 최근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2000년 이후 M3증가율은 한국은행의 통화증가율 감시범위인 8~12%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통화량의 증가와 함께 일단 시중 부동자금의 규모도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단기 자금인 은행의 요구불 예금, 투신의 MMF와 단기 채권형 펀드에서의 자금사정 추이도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시중의 단기 부동자금을 나타내는 위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2001년 3/4분기 이후 부동자금규모가 연간 20% 이상 증가하며 단기화 성향이 지속되는 것으로 관찰된다.

둘째, 99년 이후 저금리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경제위기에서 벗어나 경제가 안정을 회복한 99년 이후 국내 금리는 하락 안정기조를 이어가며 저금리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중의 풍부한 자금과 함께 위축된 기업의 투자로 인해 자금수요가 줄어들면서 금리 하향기조가 오랜 기간 추세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정보통신경기 부진 지속 등으로 투자와 소비심리가 악화되면서 자금수요를 더욱 경직되게 하였다. 그나마 자금의 분출구 역할을 했던 가계대출과 부동산으로의 자금이동도 가계신용 악화, 부동산 거품우려로 정책당국이 적극적인 관리에 들어가면서 자금의 수요처를 더욱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의 자금수요 위축을 초래하고 있는 요인들이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어려운 점과 풍부해진 유동성을 감안시 저금리 기조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셋째, 투자심리가 문제이다.
투자심리가 살아 있을 조건은 무엇일까? 투자자들은 여유자금을 여러가지 자산을 취득함으로써 운용할 수 있다. 투자신탁의 MMF나 은행 예금 등은 단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수단이고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은 투자기간이 비교적 긴 자산에 속한다. 이들 외에도 귀금속, 각종 파생상품 등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는 자산의 종류는 수 없이 많다. 이들 자산은 모두 투자수단으로써 또는 가치보존 수단으로써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각자 고유한 수익 및 위험구조를 통해 서로 경합하는 상황에 있기도 하다.

투자심리는 주식을 사고싶은 마음이 투자자들 사이에 폭 넓게 형성될 때 호전된다. 투자심리는 상대적 비교에 의해 측정할 수 있는 개념이다. 다른 대체 투자수단에 비해 주식의 매력이 부각될수록 투자자들은 더욱 적극적인 주식매수 의사를 갖고 주식시장에 자금을 투입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인다. 안전도나 수익성 등을 고려할 때 다른 자산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때는 자금이 아무리 풍부하고 초저금리가 지속된다 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을 외면할 것이다. 그러므로 증시 유동성의 힘으로 주가상승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주식을 보유하다가 필요한 때에 처분할 경우 다른 자산에 비해 높은 투자수익을 올릴 것이란 기대가 형성되야 할 것이다.

주식투자로부터 기대되는 수익률은 주가상승과 배당수익의 합계로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향후 기업실적이 양호하게 전망될수록 배당여력이 증가하고 주가상승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기업경영자가 주주들의 이익을 무시하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기업의 재무와 경영의사결정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되어 있지 않으면 기업경영의 성과가 주주들에게 제대로 귀속되지 않을 수 있다. 이른 바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기업실적과 주식투자수익률과의 상관관계는 현격하게 떨어진다. 그러므로 지배구조의 투명도는 기업실적 못지 않게 투자자들의 의사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배구조는 IMF 이후 상당 수준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 선진국 수준에는 크게 미흡한 수준이다. IMF로부터 금융시장 정책결정권을 모두 환수한 상황이라서 그런지 요즘은 지배구조 문제가 오히려 악화되는 조짐마저 보인다. 우리 증시에서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으로 인한 실적과 투자수익률간의 낮은 상관관계는 주식투자에 실패하는 사람들을 반복적으로 양산함으로써 국내투자자들 사이에 극도의 주식자산 기피성향을 태동시켰다. 따라서 최근 수년간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에서 공급하는 유동성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매우 취약한 구조로 고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배구조 문제는 단기간에 치유하기 어려운 사회적이고 구조적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수개월 내에 투자심리가 어떠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기업실적과 외국인들의 태도에 대한 예상으로만 접근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 외국인들은 9개월 연속 순매도행진을 끝내고 순매수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월 이후 삼성전자에 대한 집중매수로 시작됐던 외국인 순매수는 11월 28일 현재 2조 2천억원을 초과했다. 또한 전기전자, 화학, 통신, 음식료업종의 실적우량주로 매수대상이 확대되는 모습은 미국시장의 급등세와 함께 외국인들에 의한 유동성 공급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기업실적 측면은 어떠한가. 올해 기업실적 추이를 보면 1/4분기에 정점을 기록한 이후 3/4분기까지 2분기 연속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하락했다. 문제는 4/4분기 이후 기업실적이 회복세로 전환할 것인가 인데, 시가총액 상위 8개 종목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흐름은 올해 3/4분기를 바닥으로 꾸준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지만 그 추세는 다소 완만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므로 실적측면에서도 주식투자에 대한 매력을 증가시킬 것이 예상된다.

이처럼 주식투자에 대한 매력은 증가하는 반면 이와 경합관계에 있는 다른 자산들의 매력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금리하락으로 채권형 자산의 매력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부동산가격 상승기대감으로 상당액의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가격상승으로 인한 불안감과 정부의 강력한 수요억제대책 마련과 공급확대 선언으로 부동산 가격도 안정국면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예상 수익률이 낮아졌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제한적 유동성장세 기대는 여전히 유효할 것

시중유동성이 넘치는 가운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유동성 장세의 필요조건은 일찌감치 충족되고 있었다. 그러나, 유동성장세가 발생하기 위한 마지막 조건인 투자심리는 연초이후 줄곧 악화추세를 보여왔다. 전쟁위험에 대한 우려와 미국경기 회복지연 전망으로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을 9개월에 걸쳐 대규모 매도세를 지속함에 따라 극심한 수급공백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10월 이후 외국인들은 그 동안의 매도세를 중지하고 오히려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의 태도변화는 지수 저점에 대한 신뢰를 강화시키면서 주가의 상승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금년 4/4분기 이후 기업실적이 완만하게 나마 호전될 것으로 기대됨으로써 주식자산의 매력은 증가하는 반면, 대체적인 투자자산인 부동산과 채권의 예상수익률은 하락내지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주식 투자심리도 회복기조를 보일 것이란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므로, 연말연초를 맞아 주식시장에서 유동성랠리가 펼쳐질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대북문제,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등 우리 시장에 대한 디스카운트 요인들이 아직 엄존하고 있고 기업실적 개선 추세도 아직 완만한 점, 지수가 급등할 경우 우리 주식에 대한 저가 메리트가 줄어 들면서 단기차익을 노리는 외국인들의 물량출회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대규모 랠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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