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강남 아파트 ‘뱃살’의 배신

“강남 집값이 가장 늦게 빠진다”는 ‘뱃살이론’깨지나
타워팰리스 등 3억 하락
  • 등록 2007-02-09 오전 8:42:00

    수정 2007-02-09 오전 8:42:00

[조선일보 제공] “두 달째 한 사람도 안 와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32평 아파트를 갖고 있는 박모(45)씨는 가격을 3000만원 정도 낮춰 내놓았지만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연초부터 부동산 대책이 쏟아지면서 강남권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거래만 중단된 게 아니라 고가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호가(呼價)도 급락하고 있다. 닥터아파트, 스피드뱅크 등 시세 조사업체에 따르면 ‘1·11대책’ 이후 3주간 타워팰리스 3차 69평형이 3억원, 양천구 목동 3, 9단지 등이 1억원 정도 호가가 떨어졌다.

◆강남 집값부터 빠지나

▲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 단지들. 최근 고가아파트와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최고 3억원까지 호가가 하락한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업계에는 강남은 주택수요가 많기 때문에 집값 하락기에도 강북권보다 강남이 가장 늦게 하락할 것이라는 ‘뱃살이론’이라는 게 있다. 살이 찔 때는 뱃살부터 나오지만 반대로 살이 빠질 때는 뱃살이 가장 나중에 빠지는 ‘뱃살’의 속성을 주택시장에 빗댄 이론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급등한 강남의 고가주택부터 집값이 하락하는 ‘역(逆)뱃살이론’이 적용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너무 올랐고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높고 ▲대출 제한과 양도세·보유세 부담이 늘어나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강남권 주택의 상당수는 강남권 중소형 아파트를 팔아 중대형으로 옮기는 이주 수요”라며 “양도세 부담으로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해 주택 거래 자체가 급감했다”고 말했다. 소득에 따른 대출 규제에다 2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로 투자 목적 가수요도 차단된 상태. 더군다나 정부는 집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과표 적용률을 올려 종합부동산세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김 전무는 “집값이 몇 개월 더 침체된다면 대출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나 세금에 부담을 느낀 집 주인들이 매물을 대거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덜 오른 지역은 1·11대책 이후에도 강세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 아파트와 달리 상대적으로 덜 오른 강북과 경기도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1·11 부동산 대책’ 이후 3주간 서울 도봉구의 아파트값은 1% 이상 올랐고, 노원(0.72%)·금천(0.71%)·구로(0.63%)·중랑구(0.62%)도 상승세를 탔다. 경기도에서 집값 소외 지역으로 꼽혀온 의정부(1.83%)·동두천(1.65%)·안산(0.98%)·시흥(0.77%)도 강세이다.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는데다 강남권에 비해 대출 등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 “어느 정도 하락하면 다시 반등할 것”

하지만 여전히 ‘강남 불패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강남의 수요가 많은 만큼 어느 정도 하락하면 매수세가 유입돼 반등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지난해 서울지역 주택 공급량은 IMF외환 위기 이후 최저치인 4만 가구 이하로 떨어지는 등 주택 공급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정부가 신도시 개발을 통해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지역도 경기도 외곽 지역. 강남권의 고가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기에는 입지적인 한계가 많다. 최근 가격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는 ‘상품’이 재건축아파트라는 점도 대세 하락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 전형적인 투자상품인 재건축아파트는 대책이 나올 때마다 1억~2억원씩 호가 하락이 있었고 시간이 흐르면 다시 반등했다는 것. ‘부동산 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강남권 주택은 살 사람도 없지만 실제로 팔 사람도 많지 않다”며 “요즘 나온 매물은 실제 집을 팔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가격을 ‘테스트’하기 위해 호가를 낮추는 매물”이라고 말했다. ‘닥터아파트’ 김경미 리서치센터장은 “40~50평대 아파트는 지금도 가격 조정만 되면 사겠다는 대기 수요가 있는 만큼 큰 폭의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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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살이론= 전국적인 수요가 있는 서울 강남권은 집값 하락기에도 다른 지역보다 가격이 늦게 하락할 것이라는 부동산 업계의 이론. 다이어트 과정에서 가장 나중에 빠지는‘뱃살’의 속성을 빗댄 것이다. 하지만 정부정책의 집중 타깃이 된 강남권의 집값이 가장 먼저 하락할 것이라는‘역(逆)뱃살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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