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판도'..개인방송 위상↑ 낮아지는 TV 경계

TV에 진출하는 크리에이터, 개인방송에 등장하는 연예인·정치인
개인방송의 미디어 영향력 증대되는 최근 경향 반영
  • 등록 2017-02-04 오전 9:00:00

    수정 2017-02-04 오전 9:00: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설 연휴 시작일이던 지난달 27일 저녁. 고향집에 내려와 TV를 보던 허윤수 씨는 깜짝 놀랐다. 생소한 방식의 방송 채널을 발견했던 것.

이 방송에서는 젊은 두 여성이 나왔다. 이들은 수다를 떨면서 자신의 얼굴을 화장했다. 방송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들의 메이크업에 주목했다. 해리포터 메이크업이 완성될 때까지 방송은 계속됐다.

이날 메이크업 방송을 한 출연자들은 걸그룹 레인보우 멤버 ‘지숙’과 유명 뷰티 크리에이터 ‘씬님’이었다. 이들은 CJ E&M(130960)이 운영하는 다이아TV채널에서 ‘씬X쑥’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걸그룹 출신 연예인과 유명 유튜버 간 이색 조합 방송인 셈이다.

27일 다이아TV 방송에서 메이크업 방송을 하는 지숙(왼쪽)과 씬님


갈수록 낮아지는 개인방송·TV 경계

인터넷 개인방송과 정규 TV방송 간 경계가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TV 채널에서 개인방송 방식을 차용하거나 강호동 같은 정상급 연예인이 웹 예능의 출연이 흔해졌다.

더 나아가서 방송 포맷을 통째로 들여오는 방식으로 확장됐다. 예컨대 MBC의 ‘마이리틀텔레비전(마리텔)’이 인터넷 개인방송 포맷을 차용한 정도였다면 CJ E&M의 다이아TV는 인터넷 방송을 정규 TV 채널 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 출연진도 인터넷 방송에서 출연하던 셀럽(유명인)들이다. 10대·20대 인터넷 개인방송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유재석 못지 않은 스타다.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 방식도 지상파 방송 등에 차용되고 있다. 여러 명의 게스트가 나와 한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 방식이 예다. 인터넷 라디오의 일종인 팟캐스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김동희 팟빵 대표는 지난 12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팟캐스트를 차용한 포맷의 방송 프로그램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며 “방송국 PD들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팟캐스트를 많이 듣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인터넷 개인방송 스타들의 위상도 높아졌다. 다이아TV 창립 멤버로 국내 대표 크리에이터로 손꼽히는 대도서관은 지난 1월 13일 방송통신신년 인사회에 초청됐다.

그날 대도서관은 단순 참가객이 아니라 주요 연사중 하나로 참석했다. 대도서관이 자신만의 방송 시장 견해를 말하는 시간이 마련된 것.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 방송·통신 업계 정관계 고위 인사들은 물론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도 대도서관의 말을 일제히 집중했다.

팬층이 두터운 개인방송에는 연예인은 물론 정치인들도 몰리고 있다. 지난 1월 10일에는 아프리카TV 개인방송에 안희정 충남지사가 게스트로 초청됐다. 대권 도전 후보중 하나로 꼽히는 안 지사는 정치적 정견보다는 학창 시절 추억 등을 얘기했다. 정규 TV 채널에서는 들을 수 없던 에피소드였다.

정치색이 강한 팟캐스트는 국회의원들이 단골 손님이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규명을 위한 청문회에서 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의원들은 팟캐스트는 물론 인터넷 방송 등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 등 과제도 산적

인터넷 개인방송의 위상은 높아졌고 소수 상위 진행자들은 ‘귀하신 몸’이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인방송 진행자들의 수익은 박한 편이다. 유튜브 광고 수익은 생각보다 적고 기업들의 광고는 유명 진행자들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실제 1년만에 유튜브 구독자 14만명을 모았던 여성 개인방송 진행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영상 촬영과 편집에 보낸다. 매출도 박한 편이다. 이 진행자는 “조회수 1번당 1원의 수익은 다소 과장된 것”이라며 “그보다 못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10만이 넘는 구독자에도 어느 정도 기본 소득을 유지하는 정도라고 전했다.

자기만의 콘텐츠로 구독자를 유지하는 일도 쉽지가 않다.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진행자끼리의 경쟁도 심해졌다. 국내 MCN 업계 관계자는 “개인방송 진행자가 연예인보다 되기 쉬울지 몰라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생활을 전부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한 편견도 여전하다. 일부 진행자들은 욕설이나 사회 취약계층 비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곤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일부 위원들은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한 직접 규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규제보다는 진흥이 우선돼야 한다”면서도 “인터넷 개인방송이 영향력 있는 미디어라는 관점에서도 살펴봐야 한다”고 전했다. 미디어로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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