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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서점 "코로나로 매달 적자..도서정가제 개정땐 문 닫을 판"

[11월20일 개정 앞두고 서점가 한숨]
구간 할인 확대시 대형서점이 시장 독점
"출판 다양성 위해 도서정가제 꼭 필요"
  • 등록 2020-09-22 오전 6:00:02

    수정 2020-09-22 오전 6:00:02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이대로라면 폐업을 해야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최근엔 코로나19까지 덮치니 거의 매달 마이너스인 상황입니다.”

2009년부터 서울 종로에서 ‘책방 이음’을 운영 중인 조진석 대표는 도서정가제 개정을 앞두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현행 도서정가제 하에 동네서점 마진율은 10~15% 수준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정가의 70~75%에 구입해와 15%(10% 가격할인과 5% 마일리지 적립)의 할인을 해주고 난 것이다. 물론 임대료, 월세, 전기세, 인건비 등의 고정지출은 따로 납부해야 한다.

조 대표는 매달 나가는 고정비용만 45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임대료 300만원에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100만원, 매달 나가는 전기세가 50만원 정도다. 문제는 처음 책방이 문을 열었을 때 이후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 상황까지 겹쳐 월 매출이 1200만원을 넘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책 원가(최소 70%)를 제하면 360만원 정도다. 여기서 180만원 정도가 15%할인 비용으로 빠진다. 임대료와 인건비, 전기세를 제외하면 마이너스다. 조 대표는 “코로나는 누구나 힘든 상황이었으니 그래도 버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는 11월 도서정가제가 개정돼 할인율이 더 확대되면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종로구 혜화동에서 1953년 개업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책방 ‘동양서림’의 최소영 대표도 지난 2014년 도서정가제가 개정되기 직전 버틸 수가 없어서 폐업을 생각했다고 호소했다. 최 대표는 “2014년 현행 도서정가제 개정 전에는 인터넷 대형서점과 할인 경쟁이 불가능해 동네서점은 참고서나 잡지를 파는 곳에 불과했다”고 회상했다. 상황이 나아진 건 현행 도서정가제 이후 주변 공공 기관과 도서관에서 동네 책방에서 책을 구매하면서다. 최 대표는 “인터넷 서점과도 가격경쟁이 가능해지면서 주변에서 이왕이면 가까운 동네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면서 매출이 많이 나아졌다”며 “또 다시 할인 압박이 커지면 조금이라도 더 할인해주는 곳에서 책을 구입하러 다들 떠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학원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오는 11월 도서정가제 개정을 앞두고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독립책방 ‘위트 앤 시니컬’에서 ‘동네책방과 출판사가 함께하는 도서정가제 좌담회’를 열었다. (사진=한국출판인회의)
도서전 및 장기 재고 할인율 확대에 한숨만 커져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11월 20일 도서정가제 개정을 앞두고 서점계의 한숨은 커져만 가고 있다.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일 출판·서점계를 만나 개선안을 제시했다. 내용은 크게 △도서전 및 장기 재고도서에 대한 도서정가제 적용제외 △전자책의 할인율 20~30%로 확대 △웹 기반 연재 콘텐츠의 도서정가제 적용 제외 등 세가지였다.

직접적으로 할인율을 확대한다는 내용은 없다. 하지만 서점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야외행사가 폐지되는 현 시점에 도서축제 등을 통한 도서 할인판매율 상향 조정안은 현 실정과도 맞지 않고, 구간도서 할인율 강화안도 동네서점의 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구간 도서 할인율 강화는 치명적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지난 2014년 도서정가제 개정 전 구간에 대해서는 할인이 무한정 됐을 당시 대형 서점을 중심으로는 책을 최대 90%까지 할인해서 판매했다. 당시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을 전부 구간 도서가 점령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었다. 그만큼 할인을 해줄 수 없는 동네서점에서는 소비자들이 찾지 않았다.

동네서점 사라지면 출판 다양성 파괴 우려

출판계에서도 동네서점은 출판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형서점과 달리 동네서점은 각자 큐레이션에 맞게 다양한 책을 오랫동안 진열하고 독자들에게 소개를 해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한 1인 출판사 운영자는 “3년 전 출판사를 열어서 운영을 하고 있는데 판매량만 보면 대형서점이 절반 이상으로 더 많긴하다”면서도 “대형서점에서는 신간이 나왔을 때 바짝 소개해서 판매를 하고는 매대에서 사라져서 독자들에게 소개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네서점에서 오랫동안 책을 소개해 준 덕에 몇년이 지나도 그 책을 찾아주는 독자들이 꾸준히 있어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동네 책방을 자주 이용한다는 20대 김지현(가명) 씨도 “책방에 가면 각 서점만의 개성있는 큐레이션에 따라 책이 진열돼 있어서 새로운 책을 접할 수 있어 좋다”며 “동네서점이 문을 닫지 않도록 일부러라도 서점에 들러 책을 구매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안찬수 책읽는 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은 “독자들의 후생을 위해서라도 도서정가제는 꼭 필요하다”며 “독자들의 후생은 다양한 책을 적정한 가격에 언제든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일부 대형 출판사와 서점만 남을 경우 결국 문화적 다양성이 사라져 독자들의 선택권도 좁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5월 13일 서울 종로구 동양서림을 방문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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