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헬조선, 탈출이 답 아니다

  • 등록 2016-08-19 오전 6:30:00

    수정 2016-08-19 오후 1:36:13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최근 국내 유명 아이돌 걸그룹 멤버가 광복절 당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전범기(욱일기) 사진을 올려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미국인인 해당 연예인을 연예계에서 영구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우리나라에 대한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지 못한 이상 대중 앞에 나설 자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광복절 다음날인 16일 본지는 <[작은육아]“태어날 아이 첫 선물” 상술에 놀아나는 원정출산 - 본지 1면, 26면 참조>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태어날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기 위해 만삭인 임산부가 미국으로 원정 출산을 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다. 1000개에 달하는 댓글 가운데 네티즌들에게 가장 공감을 받은 내용은 ‘헬조선을 탈출하는데 원정출산 비용 4000만원이면 싸다’라는 것이었다. 원정출산 알선업체에 대한 비판 댓글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본 기자에게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광복절 즈음에 바라본 이 두 가지 현상에서 우리사회에 대한 젊은이들의 시각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었다. 현 사회에서 입시 지옥을 탈출한 청춘들이 취업 절벽 속에 결혼, 생계, 인간관계 마저 포기하며 자포자기하는 삶을 사는 경우가 많아진 것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경제적인 여유만 있다면 내 자식에게는 ‘지옥같이 고된 삶’을 물려주기 보다는 ‘검은머리 외국인’으로라도 살 수 있게끔 해주길 원하는 20~30대 젊은층이 많아진 이유다.

그러나 한편으로 팍팍한 삶이 개인을 각자도생으로 내모는 현실속에서도 우리의 근본을 지키고 올곧은 정신을 잃으면 안된다는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넓게 보면 최근 이대 사태를 비롯해 위안부 문제, 미 사드 배치 등 크고 작은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해 대학생들을 비롯해 청년들은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민국을 비난하고 탓하는 저변에는 애증의 감정이 짙게 깔려 있다.

‘편법일뿐 불법은 아니다’라는 논리로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아이에게 다른 나라의 국적을 쥐어주는 것을 애국심을 이유로 반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이중 국적으로 태어날 아이가 올바른 시민사회 가치관 형성도 없이 부모의 기대대로 모든 것을 이끌려 수동적인 삶을 살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탈출은 방법이 아니다. 훗날 내 아이에게 지금의 헬조선을 되물려 줘 살게 하기에는 우리가 너무 부끄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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