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내다본 기업인' SK 故최종현 회장 20주기 맞아 재조명

“무자원 산유국, ICT·반도체 강국 등 미래 비전 실현”
  • 등록 2018-08-12 오전 11:36:22

    수정 2018-08-12 오전 11:36:22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을 ‘무자원 산유국’으로 만들고, 세계 최초 코드분할다원접속(CDMA) 상용화로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기반을 닦은 한국 경제의 선각자.”

오는 26일 고(故) 최종현 SK그룹 전 회장의 20주기를 맞아 그가 한국 경제에 기여한 업적이 재조명받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종현 회장은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원대한 꿈을 치밀한 준비와 실행력으로 현실화했다. ‘불가능’은 미래를 내다보고 치열하게 준비하지 않은 사람의 핑계에 불과했다. 그가 ‘늘 10년을 내다본 기업인’으로 불리는 이유다.

최종현 회장은 자본, 기술, 인재가 없던 1973년 당시 선경(SK의 옛 이름)을 세계 일류 에너지·화학 회사로 키우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천명했다. 섬유회사에 불과한 회사가 원유정제는 물론 석유화학, 필름, 원사, 섬유 등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선언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불가능한 꿈’으로 치부했지만, 최종현 회장은 중동 국가 왕실과의 석유 네트워크 구축 등 치밀한 준비 끝에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했다.

1983년부터는 해외유전 개발에 나섰다. 성공 확률이 5%에 불과해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뚝심있게 사업을 추진한 결과 이듬해인 1984년 북예멘 유전개발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이 ‘무자원 산유국’ 대열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이후 1991년 울산에 합성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PX) 제조시설을 준공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최종현 회장은 이후 정보통신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미국 ICT 기업들에 투자하고 현지법인을 설립해 이동통신사업을 준비했다.

앞선 준비 끝에 1992년 압도적 격차로 제2 이동통신사업자에 선정됐지만, 특혜 시비가 일자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그는 “준비한 기업에는 언제든 기회가 온다”며 기다리던 그는 2년 뒤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 민영화에 참여함으로써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다.

실패도 있었다. 최종현 회장은 1978년 미래 산업의 중심이 반도체가 될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고 선경반도체를 설립했으나, 전 세계를 강타한 2차 오일쇼크로 꿈을 접어야 했다.

그의 꿈은 아들 최태원 회장이 2011년 하이닉스를 인수함으로써 뒤늦게 이뤄졌다. 최태원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 직후 “하이닉스가 SK 식구가 된 것은 SK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오랜 꿈을 실현하는 의미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종현 회장은 인재 양성에도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당시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이자 자원빈국 처지였지만, 인재를 키우면 얼마든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였다. 1974년에는 사재를 털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은 당시 서울 집 한 채 값보다 비싼 해외 유학 비용은 물론 생활비까지 파격적인 지원을 했다. 재단이 44년간 양성한 대표적 인재는 동양계 최초 예일대 학장인 천명우 박사, 한국인 최초 하버드대 종신교수 박홍근 박사 등이다.

최종현 회장은 폐암으로 갑작스레 타계하기 직전 “내가 죽으면 반드시 화장(火葬)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시대를 앞선 유언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종현 회장 사후 ‘화장 유언 남기기 운동’이 전개될 정도로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SK그룹은 2010년 500억원을 들여 충남 연기군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장례시설을 준공해 세종시에 기부했다.

SK그룹은 최종현 회장 20주기를 맞아 다양한 행사를 통해 그의 업적을 기린다. 직원들은 기부금을 모아 숲 조성 사회적기업인 트리플래닛에 전달해 5만평 규모의 숲을 조성키로 했다. 오는 14일부터는 고인의 업적과 그룹의 성장사를 살펴 볼 수 있는 20주기 사진전을 주요 사업장에서 개최한다. 24일에는 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경영철학을 재조명하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이항수 SK그룹 홍보팀장은 “최종현 회장의 혜안과 통찰 그리고 실천력은 후대 기업인이 본받아야 할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SK그룹은 앞으로도 최종현 회장의 경영철학을 올곧게 추구해 사회와 행복을 나누는, 존경받는 일등기업으로 지속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IMF 구제금융 직전인 1997년 9월 폐암수술을 받은 최종현 회장(왼쪽 두번째)이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최종현 회장(왼쪽)이 1986년 해외 유학을 앞둔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들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최종현 회장(왼쪽 첫번째)이 1981년 초 내한한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오른쪽 두번째)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최종현 회장은 제2차 석유파동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외교’를 통해 우리나라의 원유공급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SK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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