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주 ‘어느 컬렉션’(A Collection 01·2022· 사진=갤러리BK) |
|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표정 없는 하얀 얼굴이 시그니처다. 온갖 사물을 모아둔 공간 안을 빼꼼히 들여다보거나 그 속에 섞여 사물의 일부처럼 등장하는 얼굴. 아마 저 장면을 만들어낸 작가를 대신한 캐릭터가 아닐까. 그림 아니 수집을 세상에 꺼내놓고 스토리를 써내려가는 ‘행동가’로서 말이다.
작가 이미주는 ‘자신의 컬렉션’을 그린다. 컬렉션이란 표현이 거창하다면 ‘수집·모음’ 정도여도 괜찮을 듯하다. 거리든 공간이든, 그 안에 던져진 조개껍데기든 돌이든, 작가의 눈에 띄는 사물을 들여와 진열하고 기꺼이 수집품 목록에 기입하고 있으니. “두 개의 소라껍데기가 선반에 놓이면, 어느샌가 소라껍데기를 찾아 헤매는 수집가가 되기도 한다”고 작가는 말하기도 했는데, 결국 작가의 작품은 ‘수집가의 취향’이 빚어낸 바로 그 전경인 거다.
‘어느 컬렉션’(A Collection 01·2022)은 작품명 그대로 작가의 수집품 목록에서 빼낸 장면 중 하나. ‘어디서 쓰던 물건인가’ 할 만큼 소박한 장식장에 세상의 의미보단 개인의 의미를 채워 넣었다. 버리는 게 대세라는 ‘미니멀리즘’ 시대를 거스른, ‘잡동사니로 복원한 반전드라마’가 줄줄이다.
11일까지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 갤러리BK서 여는 개인전 ‘일상의 수집’(Everyday Gleaning)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97×130㎝. 갤러리BK 제공.
| 이미주 ‘반죽’(Kneading Dough·2022), 캔버스에 아크릴, 100×80㎝(사진=갤러리BK) |
|
| 이미주 ‘창을 열어봐’(Open Window·2022), 종이에 오일파스텔·색연필, 100×70㎝(사진=갤러리BK)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