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2017]②거스를 수 없는 대세…금융권 위기냐 기회냐

  • 등록 2017-03-10 오전 6:01:00

    수정 2017-03-10 오전 6:01: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필요한 것은 은행업무지 은행이 아니다”(Banking is necessary, but banks are not.)

지난 1994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겸 회장이 한 말이다. 무려 23년 전이다. 지금 상황에 비춰보면 예언가적인 면모가 있다.

금융업은 라이센스 산업이다. 그렇기에 진입장벽이 높고 한번 들어가면 어느정도 먹을거리를 보장받는다. 하지만 이 견고한 장벽이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핀테크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금융권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비대면 거래는 일상이 됐고 각종 생체인증을 통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금융거래가 가능해졌다. 26년만에 신규 은행인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됐고, 금융권 고유의 영역이었던 자금중개나 송금 등에서는 스타트업이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공상과학의 한 장면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금융권에는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다.

◇비대면 거래 확산…편의성·안전성·비용절감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국내 금융기관 입출금, 자금이체 거래에서 창구나 자동입출금기기(ATM)를 이용한 오프라인 거래 비중은 46.6%이다. 반면 인터넷뱅킹이나 텔레뱅킹과 같은 온라인 거래는 절반을 훌쩍 넘는 53.4%를 차지했다. 온라인 거래는 지난 2015년 4분기(10∼12월)에 처음으로 오프라인을 추월한 이후 갈수록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조회서비스만 놓고 보면 80.6%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뱅킹 비중이 이용건수를 기준으로 작년 60%를 넘어섰다. 등기서류 때문에 지점을 한번은 방문해야했던 담보대출마저도 이제 처음부터 끝까지 비대면으로 가능하다.

지문인식이나 홍채인식과 같은 생체보안시스템은 이미 금융업계에 도입돼 활용되고 있다. 매번 비밀번호를 넣어야 했던 불편함도 사라지고 비밀번호 유출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어 보안은 더 강화됐다. 목소리인증, 정맥인식, 얼굴인증 등 여러가지 생체정보를 활용하는 방안을 시도중이다.

은행 창구를 찾아야 가능했던 기능을 키오스크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우리은행의 ‘위비 스마트 키오스크’는 예금가입, 이자납부, 대출, 외환, 펀드 등 108가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창구업무의 90% 수준이다. 이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향후 최소한의 유지보수 인력만으로 운용하는 ‘무인 점포’도 가능하다.

저축은행도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를 통해 시중은행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은 영업망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보험이나 카드사는 설계사를 통하지 않고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직접 가입하는 다이렉트 서비스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비용절감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로봇이 금융상품을 추천해주고 자산을 굴려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자산관리를 이용할 수 있게 됐고, 딥러닝 같은 인공지능 기술로 방대한 정보를 분석해 투자에 유용한 정보를 만들어내고 있다. 중앙서버 대신 개인간 네트워크를 통해 분산해 블록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화폐, 증권발행·청산·결제, 전자등기, 담보관리 등의 금융거래를 안전하게 할 수 있다. 기존 금융서비스에 안전성, 편의성, 효율성을 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금융산업의 변화는 핀테크를 통해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료, 문화, 교육 등 서비스업과의 융합을 통해 금융혁신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금·자금중개하는 스타트업 출현…인터넷은행 경쟁자도 출현

핀테크라는 이름으로 무장한 각종 서비스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금융권 본연의 영역을 침범해오고 있다는 점은 기존 금융권으로선 위기다.

우선 자금중개라는 전통적인 은행의 기능을 일부 스타트업이 대체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개인간(P2P) 대출이다. 돈을 빌려줄 수 있는 개인과 필요한 개인을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연결해준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기존 은행에겐 새로운 경쟁자가 생겼다.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작년 12월 본인가를 받고 올해 2월 은행연합회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르면 이달 중순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도 현재 본인가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인터넷은행 시대가 열리면서 시중은행도 이들의 영업전략과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점 운영을 하지 않아 아낄 수 있는 비용을 금리로 돌려주고,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신규 대출고객을 발굴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빠르고 편리한 모바일 뱅킹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겠다며 편의성에 승부를 걸 예정이다.

간편송금 서비스 시장도 마찬가지다. 스타트업인 토스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 IT 기업들이 만들어낸 서비스가 시장을 나눠갖고 있다. 모바일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각종 페이가 넘쳐나면서 카드사의 영역도 침범하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들과 제휴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한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잇달아 토스와 손잡고 간편송금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고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각각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주주로 참여했다. 케이뱅크는 P2P 업체인 에잇퍼센트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박재석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문기관 분석을 보면 향후 10년 내 핀테크 기업들의 전방위적인 침투가 가시화되면서 은행업은 다시 중대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은행들이 앞으로 핀테크기업과의 고객유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객 중심의 프로세스 혁신, 디지털 기술 혁신 등 혁신 노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오히려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아질 수 있다”며 “이를 찾아 새 시장을 만드는 것이 국내 금융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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