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현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차장은 1일 ‘고인플레이션 지속 가능성 점검’이라는 블로그를 통해 “8월 물가상승률은 석유류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7월 수준(6.3%)을 상당폭 하회해 6%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물가는 전년동월비 5.7%를 기록, 석 달 만에 6%를 하회했다.
오 차장은 “한은은 8월 경제전망에서 물가상승률이 내년초까지 5%를 웃도는 높은 수준을 이어간 후 내년 여름 즈음에야 3%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면서도 “이러한 전망에는 앞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등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지 않고 완만하게 하락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이 7월 6.3%로 정점을 찍고 낮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그 수준이 높게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이 역시도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다시 튀어오르지 않는 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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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다. 오 차장은 “미국, 유럽 내 폭염 등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이 우려되는 데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비료 가격 인상,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중단 가능성 등에 따른 상방리스크가 잠재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 8월 현재 유럽연합(EU) 지역의 3분의 2 가량이 가뭄 상태로 옥수수, 대두 등의 유럽 내 수확량이 작년에 비해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도 고물가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오 차장은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고물가 상황에 대응할 경우 수요를 진정시키고 기대심리를 완화함으로써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며 “미국이 1970년대와 1980년대 초 세 차례에 걸쳐 경험한 지속적이고 높은 인플레이션은 당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미흡한 물가 대응에도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의 경험을 교훈 삼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인플레이션이 안정될 때까지는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고 강조했다.
오 차장은 “5~6%대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도 4%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이 지속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