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그 이후]메릴린치의 저주?…KIC 팔자마자 또 급등

금리인상 수혜 부각되며 한달간 7% 넘게 뛰어
  • 등록 2018-01-13 오전 10:00:05

    수정 2018-01-13 오전 10:00:05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우리나라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 입장에서 ‘메릴린치’는 기억하기 싫은 이름이다. 대표적인 투자실패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니기 때문이다.

KIC는 2008년 1월 당시 미국 3대 투자은행이던 메릴린치 주식을 20억달러 어치 매입했다. 그러나 곧바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주가가 3달러 수준까지 주저앉고 결국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합병되는 처지가 됐다. 한때 평가손실만 2조원 가까이 되면서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질타를 받는 단골소재가 됐다.

사실 당시 KIC만 메릴린치에 물린 것은 아니었다. 투자의 귀재라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도 KIC보다 1년 먼저 메릴린치에 투자했다가 약 6조원의 손실을 보며 철수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KIC는 일단 버티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2013년 이후 주가가 10달러대로 반등하자 한때 매각을 검토했다가 원금도 못 건지고 파냐는 여론의 질타를 받자 없던 일이 됐다. 2014년에는 KIC 사장이 잘못된 투자였다며 공개 사과까지 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KIC의 버티기 전략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규제를 대폭 풀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금융주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BoA 주가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치솟았다. 2016년 11월 초 16달러 선에서 작년 초 20달러 중반대로 올랐다.

회수 시점을 고민하던 KIC는 작년 11월 BoA 주가가 원금을 회복하는 시점에 돌입하자 미련없이 주식을 처분했다. 매각 수입과 배당금을 포함하면 최종 투자 수익률은 3%를 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물론 10년이란 투자기간 동안 물가 상승분이나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밑진 장사를 한 셈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주가. 출처:마켓워치
IB업계 관계자는 “KIC 입장에서는 너무 뼈아픈 투자였다”면서 “원금을 회복하니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0년을 버틴 끝에 너무 조급한 결정을 내린 것이었을까. KIC가 주식을 처분한 뒤에도 BoA 주가는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 최근 한 달 동안 7.4%가량 급등을 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금리를 서너 차례 올리는 과정에서 금융주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KIC가 BoA 지분 매도 시기를 조금 늦췄다면 국부를 더 늘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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