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스페셜)②그 많던 페이는 누가 다 먹었을까

  • 등록 2002-05-21 오전 9:36:02

    수정 2002-05-21 오전 9:36:02

[edaily 정명수기자]◇그 많던 페이는 누가 다 먹었을까 큰 수조가 있다. `pay`는 수조에 물(수익률)을 담는 역할을 한다. 누군가 물을 공급해야만(이자를 내야, 즉 페이) 수조에 물이 있을 수 있다. 물을 계속 공급하기만 하면 수조의 물은 흘러넘친다. `receive` 는 물을 가져간다.(캐리) 페이와 리시브가 적절하게 균형을 맞출 때 수조의 물 높이가 곧 IRS 레이트다. 문제는 수조에 `검은 구멍`이 있다는 것. 끊임없이 물을 퍼 쓰는 존재다. 일종의 특이점(singular point)이다. 아무리 페이를 많이 해도, 수질이 나쁜 물을 줘도, 이 블랙홀은 리시브만 한다. 물의 공급(페이)이 한계에 도달했는데 물이 빠져나가기만 하면(리시브) 수위(IRS 레이트)가 낮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IRS 레이트가 현물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보다 더 빨리,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본드-스왑 스프레드가 거의 붙어버렸고 심지어 역전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스왑 스프레드가 급격하게 축소된 것. 최근 6개월간 스왑 커브의 각 부분에서 스왑 스프레드의 최대값과 최소값을 그려보면 스왑 스프레드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낮은 수준인지 알 수 있다.(마켓플러스 본드 차트 참조) ◆스왑 스프레드(마켓플러스 본드 차트 참조) 2년물 스왑 스프레드(IRS 2년-통안2년)는 지난달 초에 2~4bp 대로 좁혀졌고 이제는 마이너스 상태다. 3년물 스왑 스프레드(IRS 3년-국고3년) 마저 10bp 대로 좁혀졌다. 스왑거래는 은행간 거래이므로 이론적으로는 국채 크레딧과 은행채 크레딧으로 바꿔 생각할 수 있다. 3년 스왑 스프레드가 붙어있다는 것은 국채와 은행채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스왑시장 전문가들은 통안2년은 유동성이 다소 떨어지는 특수성과 자주 발행되는 점 등을 감안, 디스카운트되는 부분이 있어서 IRS 2년과 별 차이 없이 다뤄질 수도 있으나 3년 스왑 스프레드가 10bp대로 좁혀진 것은 `매우 특이한 현상` 이라고 말한다. 페이와 리시브의 수급 불균형을 일으킨 수조의 `특이점`이 `특이 현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블랙홀은 어디서 연유한 것인가. ◇블랙홀의 정체 프라이싱 논란(수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버스FRN, 듀얼FRN, 옵션부채권, 디지털옵션채권 등을 꾸역꾸역 사들이는 기관이 있다. 이들이 스왑시장에서 특이점 역할을 하고 있다. 변형FRN 등에 적극적인 기관은 보험, 은행투자, 연기금, 일부 투신사 등이다. 발행자들은 스왑으로 낮은 금리에 채권을 발행, 자금을 조달하고 스왑뱅크는 스왑거래로, 주간사 증권사는 발행수수료로 적당한 이익을 챙긴다. 그럼 블랙홀은? 삼성투신의 박성진 선임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채권 공급의 부족에서 찾는다. 블랙홀이 당장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허겁지겁 파생채권들을 들이켰다는 것. 파생채권은 초기 쿠폰이 높다.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듀레이션 갈증을 풀어줄 채권이 필요했다. 보험사, 은행투자, 연기금, 일부 공격적인 투신사 등은 채권 부족의 갈증을 변형FRN으로 해소한 것이다. 장기투자기관들이 듀레이션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채권 공급이 지난해에 비해 턱없이 줄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무려 31조원에 달하는 예보채가 시장에 공급됐다. 24조원은 공개입찰로 시장에 뿌려졌고 나머지는 현물 채권으로 지방은행, 보험사 등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으로 들어갔다. 회사채 신속 인수, 프라이머리CBO 등 구조조정을 위한 채권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지난해까지는 넘치는 채권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장기투자기관의 최대 과제였다. 일부 보험사는 예보로부터 싸게 받은 FRN을 비싸게 팔고 대신 국고10년물로 채워넣는 영리한 차익거래를 하기도 했다. 올들어 시장 체질이 완전히 바뀌었다. 예보채 공급이 중단된 것. 장기투자기관들은 금리가 오르는 것도 걱정이지만 넘치는 돈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가 더 고민이다. 마침 변형FRN이 높은 쿠폰으로 유혹을 해왔고 앞뒤 생각을 깊이 하지 않고 이 채권들을 사들였다. 스왑시장은 장기투자기관의 리시브 욕구를 채워주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고 한편에 쌓이는 페이 포지션은 무시했다. 이 같은 메커니즘이 스왑뱅크의 과도한 페이 포지션, 장기투자기관의 주체할 수 없는 리시브 욕구라는 기형적인 수급 구조를 만들어 냈다. 장기투자기관에 빨려들어간 리시브 포지션은 시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스왑뱅크들의 페이 포지션(공급)은 목까지 찼지만 리시브 수요는 여전히 왕성하다. IRS 레이트는 하락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합리적 시장참가자를 위하여 블랙홀의 리시브 욕구는 크레딧과 레버리지 리시크를 무시하도록 만들었다. `3-by-3` 옵션부채권의 경우 초기 쿠폰이 높은 매력적인 채권이지만 이 채권을 발행한 카드사가 3년 후에 어떤 재정 상황에 처할 것인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3년 후 이 카드사가 채권을 되사들일 여건이 아니라면, 이 채권에 투자한 보험사 등 투자자가 `이 채권을 제발 팔았으면` 하는 상황이 된다면 어찌할 것인가. 둘째, 스왑의 레버리지 효과를 간과하고 능력에 맞지 않게 거래를 많이 한 기관들은 리스크 관리 능력을 시험받고 있다. 현재의 스왑 스프레드는 분명히 비정상적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포지션을 끌고 갈 지구력, 내구력이 떨어지는 기관들은 손절매를 강요당하고 있다. 기다리고 버티면 스왑 스프레드가 정상(?)으로 돌아오겠지만 그동안 기준가격은 떨어질 것이고 펀드매니저들은 극심한 압박을 받을 것이다. 손절이 나오는 순간, 매물이 매물을 부를 것이고 손실은 더욱 커지게 된다. 셋째, 발행자와 투자자에게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중개하는 브로커리지 하우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쿠폰이 높다고 투자자를 유혹하고, 조달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발행자를 부추기는 것으로 브로커의 역할이 끝나지는 않는다. 스왑은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까지 계약이 유효한 거래다. 스왑 계약 기간 중에 어떤 법률적 분쟁이 일어났을 때 브로커들이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고 하더라도 상도의 상 100% 면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시리즈 ③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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