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공연장마다 수십 미터 줄..대학로에 무슨 일이?

서울시 공문 발송후 '코로나' 대응 수위 높여
공연계 "감염예방수칙 준수하면서 공연 진행"
최악의 위기.."공연 중단은 파산 선고" 의견도
  • 등록 2020-04-01 오전 8:00:01

    수정 2020-04-01 오후 5:48:58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지난 3월 28일 소극장이 밀집한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 마스크를 낀 수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이 있는 건물을 둘러싸고 길게 줄을 섰다. 대학로 TOM(미스트·432Hz), 예스24 스테이지(라흐마니노프·최후진술), 유니플렉스(데미안) 등 주요 공연장은 어김없이 수십 미터의 긴 줄이 건물을 에워쌌다. 서울시 공문 하달 후 벌어진 ‘진풍경’이다. 공연장에 입장하는 관객들은 건강 상태를 묻는 스태프의 질문에 답변하고 극장내 주의 사항을 듣고 나서야 입장이 가능했다. 일부 공연장에선 문진표 작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긴 줄이 좀처럼 줄지 않았던 이유다.

3월 28일 대학로 일대는 마스크를 낀 수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이 있는 건물을 둘러싸고 길게 줄을 섰다
서울시 압박에 바짝 긴장한 대학로 공연장들이 코로나19 대응 수위를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그간 공연장들이 방역과 손세정제 배치 등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면, 이제는 관객들의 입장부터 퇴장까지 철저하게 관리해 ‘작은 허점’도 보이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한국 공연의 메카 대학로의 ‘셧 다운’(Shut Down)만은 막겠다는 공연계의 절박함이 베어있다.

대학로 풍경이 확 달라진 것은 지난 3월 26일 서울시가 한국소극장협회 등에 보낸 공문 한 장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한 공연장 잠시멈춤 및 감염예방수칙 엄수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에는 △공연 전후 공연장 소독 △관람객 마스크 착용 독려 △입장 전 증상 유무 확인 △관람객 명단 작성 등의 감염예방수칙이 담겨 있었다.

공문 내용 중 공연제작사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 것은 ‘관객간, 객석 및 무대간 거리 2m 거리 유지’ 지침이었다. 이 지침을 따르려면 300석 기준 소극장의 경우 10~20명의 관객만 받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는 것이 공연계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게다가 서울시는 지침을 어길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은 물론, 확진자 발생시에는 구상금까지 청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대학로는 발칵 뒤집혔다. 공문 발송 이튿날인 지난 3월 27일에는 공연제작사와 극장 대표 약 30명이 긴급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점 △비현실적인 권고 문구를 삽입한 점 △일부 소극장을 타깃으로 한 점 등을 들어 극도의 불쾌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방침을 외면할 수 없기에 서울시의 지침을 최대한 따르고, 현장 점검에서 트집 잡히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이후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또! 오해영’, ‘올 아이즈 온 미’ 등 일부 공연이 일정 조정을 발표했지만, 대부분의 공연제작사들은 서울시가 제시한 감염예방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공연을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A공연제작사 대표는 “정부나 지자체에 의한 ‘강제 셧 다운’이 아니라면 계속 공연을 끌고 갈 것”이라며 “배우와 스태프, 관객들의 건강을 최우선적으로 챙겨 공연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연 강행을 선언했지만, 공연제작사들의 마음이 편치는 않다. 당분간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외부 활동을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공연 지속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부담이다. B소극장 대표는 “대학로에서 확진자 1명만 나와도 모든 공연이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 확산 이후에는 항상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극장 문을 연다”고 말했다.

공연계는 현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지원책은 공연이 지속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활로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소 공연제작사들에게 있어 공연 중단은 ‘파산 선고’를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견도 나온다. C공연제작사 대표는 “한 쪽에선 관람료 지원 등 공연계 지원대책을 내놓으면서, 다른 쪽에선 공연을 옥죄는 지침을 하달하는 것은 모순 아니냐”라면서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공연계 현실을 이해하고, 우리가 겪는 애로에 귀기울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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