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rd SRE]'굿바이 한진해운' 대한항공의 표정관리

워스트레이팅 '단골손님' 이번에도 등급적정성 지적
설문후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대한항공엔 긍정적
  • 등록 2016-05-16 오전 7:40:29

    수정 2016-05-16 오전 7:40:29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대한항공이 지난 2월 중순 1500억원 규모의 2년 만기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BBB+ 등급으로 추락한 가운데 이뤄진 회사채 발생이어서 미매각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수요예측 결과를 열어보니 발행액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120억원의 주문만 들어왔다. 식당 주인이 에서 점심시간에 100인분 재료 준비해놨는데 손님이 10명밖에 안 온 셈이다.

국적항공사 채권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은 것은 항공업종 경쟁이 심화되는데다 자회사 한진해운 지원부담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이 이유였다. 이러한 인식은 23회 이데일리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 워스트레이팅(기업별 등급수준 적정성 설문)에서도 재확인됐다.

이번 설문에서 전체 141표 중 23.4%에 해당하는 33표가 대한항공(BBB+)·한진해운(BB·설문당시)의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다는데 던져졌다. 대한항공은 최근 3년간 SRE에서 최다득표 1회를 포함, 줄곧 상위권에 올랐던 단골손님이다.

설문 직후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

대한항공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SRE설문 결과를 통해 재확인된 이후 대형 변수가 발생했다. 대한항공과 한 몸처럼 여겨졌던 한진해운이 지난달 22일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한 것이다.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까지 자율협약을 개시함으로써 해운업 구조조정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현대상선 처럼 용선료 협상, 회사채 채무조정과 등의 조건을 전제로 관리절차를 개시했다. 출자전환이 결정되면 현 대주주 대한항공이 보유한 지분율은 대거 희석되고, 사실상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간 재무 위험의 고리가 끊어질 전망이다.

이렇듯 한진해운과의 절연을 의미하는 자율협약 신청을 결정한 것은 사실상 조양호 회장과 모회사 대한항공이다. 그동안 그룹 내 한진해운 지원을 전담하다시피 했던 대한항공의 손익계산은 명확하다. 지금까지 투입한 지원금과 보유지분이 휴짓조각이 되더라도 앞으로 더 빠져나갈 자금은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1500억원만 더 넣고 손 떼고픈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지난 2014년 한진해운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유상증자 신주 인수에 4000억원을 투입했다. 올 2윌에는 한진해운에 빌려줬던 대여금을 전환해 영구채 2200억원을 인수했다. 향후 자율협약 신청에 따른 경영정상화 추진작업이나 법정관리 등 시나리오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이는 대한항공이 회수하기 어려운 투자금으로 분류된다.

앞으로 더 넣어야 할 자금도 있다. 대한항공은 2014년 한진해운이 자사주를 연계해 발행한 교환사채(EB)차액정산에 대한 토탈리턴스왑(TRS) 계약을 맺었다.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은 계약 잔액 1570억원이 남아있다.

당시 투자자와의 계약에 따라 한진해운이 도산하거나 상장폐지, 이자지급 정지의 사유가 발생하면 조기정산을 해야 하는데 다른 것은 둘째치고 이자 지급 정지 사유는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 조기정산 시점에 한진해운 주식가치가 제로(0)에 가깝다면 현재 미상환금액(1570억원) 전액과 이자는 대한항공이 현금으로 지출해야 할 대상이다. 이외에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을 위해 의무적으로 넣어야 할 자금은 현재로선 없다.

미국 LA호텔 재건축 사업을 하는 한진인터내셔널(HIC)의 차입금에 담보제공하고 있는데 담보물(한진해운 주식) 교체에 따른 재무적 융통성은 관건이지만 현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한진해운 지분(33%) 장부가치 4500억원도 손상처리가 불가피하다. 결국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이라는 ‘밑 빠진 독’에 지금까지 넣은 자금과 보유 지분을 포기하더라도 앞으로 1500억원만 더 넣고 손을 떼고 싶다는 계산인 셈이다.

물론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 이후 대주주 경영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단이 오너 일가와 대한항공의 추가 부담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대한항공으로서는 조심스레 표정 관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단기부담 있지만 멀리보면 긍정적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리스크를 온전히 끊어내는 과정에서 나타날 유가증권 손실, 감자 등으로 재무제표가 훼손되면서 부채비율이 상승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부채비율 1000%를 즉시 상환요구(기한이익 상실) 조건으로 내건 대한항공 회사채 상환 압박이 가중된다.

다만 실제로 기한이익상실 조건에 걸리더라도 회사채 상환 압박이 현실화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크레딧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대한항공 회사채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진해운 리스크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나빠진 재무제표를 용인하고 회복의 시간을 기다려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사들도 단기적으로는 한진해운 관련 자산 부실화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추가지원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대한항공의 신용도에는 긍정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한항공 자체 사업환경은 유가 하락에 따른 비용감소에 힘입어 영업수익성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용건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대한항공의 올해 수익성과 채무 상환능력 관련 재무지표의 개선추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우호적 사업환경 하에서 대한항공의 실적개선이 한진해운에 지원한 채권의 손상과 차액정산 부담 등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상쇄 내지는 완화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데일리는 설문 분석과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워스트레이팅 상위 득표를 기록한 기업(계열)에 ‘발언대’ 형식으로 반론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한항공에도 발언대를 요청했으나 회사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3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문의: st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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