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 소녀시대도 모르세요? 근데 얘들아 너흰 은방울 자매, 펄시스터즈를 들어봤니?

''은방울 자매''에서 ''소녀시대''까지… ''걸 그룹'', 시대를 사로잡다
  • 등록 2009-09-30 오전 10:51:00

    수정 2009-09-30 오전 10:51:00

[조선일보 제공] 우리나라 최초의 '걸 그룹'은 누구일까. 4~5명씩 나와 깜찍한 노래를 부르며 눈을 희롱하는 현재 여성 아이돌 그룹의 형태는 언제부터 갖춰진 걸까. 대한민국 대중을 열광시키며 '요정'으로 군림했던 소녀 가수들의 뿌리엔 누가 있는지 살펴봤다.

◆김시스터즈

▲ 김시스터즈

가요연구가 박찬호가 쓴 '한국가요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중창단은 애자, 민자, 숙자로 구성된 '김시스터즈'라고 기록하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최규성씨는 "1930년대 '저고리 시스터즈' 같은 팀도 있었지만, 정식으로 음반을 낸 최초의 그룹은 '김시스터즈'였다"고 말했다.

김시스터즈는 1950년대 초에 10대 나이로 데뷔, 미8군 무대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애자·숙자는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가수 고(故) 이난영의 딸. 민자는 이난영의 오빠 이봉룡의 딸이다. 이난영은 딸과 조카가 노래를 잘하면 과자로 상을 주고 못하면 회초리를 치면서 훈련시켜 무대에 내보냈다 한다.

각종 악기를 잘 다루는 데다 춤까지 잘 춘 덕에 1959년엔 미국에까지 진출해 큰 성공을 거뒀고, 1970년 돌아와선 '김치깍두기' 같은 노래를 히트시켰다. '원더걸스'보다 50년 앞서 미국 진출에 성공한 사례다. 이들이 유명해지자 1950년대 말부턴 현시스터즈, 정시스터즈, 영시스터즈, 이시스터즈 등 각종 자매 팀이 창궐했다.

◆은방울 자매

▲ 은방울 자매

1954년 결성, 트로트풍 노래를 불러 독보적인 인기를 누렸던 팀. 박애경과 김향미는 1950년대부터 솔로가수로 각자 활동하다 나중에 팀을 결성, '쌍고동 우는 항구' '삼천포 아가씨' '무정한 그 사람' '마포종점' 등을 히트시켰다.

◆펄시스터즈


▲ 펄시스터즈

 
배인순·배인숙 쌍둥이 자매로 구성된 '펄시스터즈'는 트로트가 주를 이루던 1960년대 말에 작곡가 신중현이 만든 실험적인 노래를 들고 무대에 올라 주목 받았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그대 오기를 기다려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구려'로 시작하는 노래 '커피 한 잔'은 정상의 인기를 누린 곡이다. '님아' '떠나야할 그 사람'등 명곡을 남긴 이들 팀은 배인순의 결혼과 더불어 해체됐고, 이후 배인숙은 솔로로 음반('누구라도 그러하듯이')을 내기도 했다.

◆리리시스터즈

1970년 데뷔한 '리리시스터즈'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5분전' '풀따기' 같은 노래를 발표해 인기를 누렸던 쌍둥이 자매팀이다. 펄시스터즈가 성숙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면 리리시스터즈는 풋풋한 외모로 관심을 끌었다. '성아와 경아'란 이름으로도 불렸다.

◆바니걸스

요즘 '소녀시대'가 보여주고 있는 세일러복에 짧고 경쾌한 반바지 패션은 1971년 '바니걸스'가 먼저 선보인 것이다. 고정숙·고재숙은 16세 나이로 데뷔해 상큼하고 발랄한 외모로 큰 인기를 누렸다. '하필 그 사람' '그 사람 데려다주오' 등이 히트곡이다. 한때는 군사정권이 외래어 사용 금지 명령을 내려 '토끼소녀'로 이름을 잠시 바꾸기도 했다.

◆국보자매

1981년 데뷔한 임경희·임성희 자매. 악기 연주 실력에 무용솜씨까지 갖춘 이들로 '나를 나를 잊지마세요'로 시작하는 '내 모습이 쓸쓸해요'가 대표곡이다. 한때 일본, 유럽 순회공연까지 다닐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세또래

깜찍한 외모로 무장하고 1987년 가요계에 등장했다 반짝 인기를 얻고 사라진 3인조 여성 아이돌 그룹. 이희정, 김정임, 우윤아가 멤버였다. '그대를 사랑해'란 노래로 주가를 올렸다. 훗날 이희정은 '이가이'란 이름으로 '베이비복스' 멤버로 활동하려 했으나, 나중에 '세또래' 멤버였다는 사실과 진짜 나이가 1968년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결국 팀에서 물러나야 했다.
 

 
◆한국형 여성 아이돌 그룹의 출현… 'S.E.S'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걸 그룹을 칭하는 통상적 기준이 외모부터 노래까지 기획사가 관리해 내놓는 팀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아이돌 그룹은 'S.E.S'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외모. 달콤한 목소리에 깜찍한 춤으로 숱한 남성팬을 거느렸던 이들은 "여성그룹은 음악판매가 부진하다"는 가요계 통념을 깨뜨렸고, 세 번째 정규앨범 '러브(Love)'가 78만장이나 팔리면서 역사상 가장 앨범을 많이 판매한 여성그룹이란 기록을 남겼다.

▲ S.E.S

한편 후발주자인 4인조 여성 그룹 '핑클(Fin.K.L)'은 럭셔리 전략을 구사한 S.E.S와 차별화되는 대중전략으로 이들의 라이벌로 부상했다. 이들이 단체로 입고 나왔던 하얀색 원피스는 1998년 가장 많이 팔린 패션 아이템 중 하나. 노래 '내 남자친구에게'는 10~20대 여성들이 남자친구를 위해 연습해야 하는 필수곡으로도 꼽혔다.

◆소녀시대·원더걸스… 기획형 가수 시대

1997년 '베이비복스', 2001년 '쥬얼리' 등을 거쳐 아이돌 그룹 3세대를 잇는 대표주자는 2007년 데뷔한 '소녀시대'. 영어, 중국어, 일본어 같은 어학실력부터 노래, 연기, 방송 진행능력까지 갖춘 다재다능한 멤버들로 구성됐다. 이들의 데뷔과정은 케이블 채널 '엠넷(M.net)'에 공개되기도 했는데, 많은 아이돌 그룹이 처음 결성될 때 연습생 과정을 거치는 모습을 리얼리티 쇼로 내보내는 과정을 거치는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 소녀시대

2007년 데뷔한 '원더걸스(Wondergirls)' 역시 케이블 채널 'MTV코리아'에서 'MTV Wonder girls'란 방송을 통해 데뷔준비 과정을 공개해 이름을 알린 경우. 2007년 노래 '텔미'로 열풍을 일으켰고, 현재는 미국에 진출해 활동하고 있다.

최근엔 '2NE1', '카라', '애프터스쿨' '포미닛' 등까지 대거 등장, 2009년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걸그룹' 전성시대를 맞았다.

'김시스터즈'가 무대에 선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소녀 가수들은 예나 지금이나 그렇게 대중의 판타지를 자양분 삼아 태어나고 성장하고 또 명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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