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건설이슈]혼탁한 재건축 시장에 칼 빼든 국토부, 과연 먹힐까?

홍보업체 금품 적발때도 건설사 책임
최대 2년 간 시공권 입찰자격 제외
일괄적인 규제로 대형사 쏠림 우려
표준계약서 지원·조합원 교육 등 필요
  • 등록 2017-11-04 오전 9:00:00

    수정 2017-11-04 오전 9:00:00

△GS건설이 지난달 서초구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전 당시 자체 신고센터를 운영해 확보한 금품 향응 제공 증거물 사진.[GS건설 제공]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가 과열된 재건축 시장 수주 경쟁을 바로잡기 위해 강력한 규제 카드를 빼들었습니다. 최근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나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전 등에서 논란이 됐던 고액 이사비를 제안하거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 지원하는 것을 위법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특히 조합원에게 금품·향응을 제공하다 적발되면 시공권이 박탈되고, 향후 2년간은 입찰에도 참여할 수 없게 되는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됐습니다.

그동안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대 공사비가 걸려 있던 알짜 재건축 사업에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영업 행태가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건설사들이 현금이나 상품권을 주거나 각종 선물세트, 숙박권 제공 등을 통해 조합원들의 표심을 구걸하는 게 비일비재하게 나타난 것입니다. 해외 수주 부진과 국내 일감 부족 등 먹거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일감만 따면 된다’는 식으로 무리한 수주 경쟁을 펼친 것입니다. 적발이 쉽지 않았던 점도 문제입니다. 건설사와 용역 계약을 한 홍보업체(OS요원)이 전면에 나서 움직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꼬리자르기에 나서 책임을 회피하는게 다반사였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건설사와 계약을 맺은 홍보업체가 금품·향응 등을 제공한 경우에도 건설사에 책임을 묻기로 했습니다. 금품·향응 등을 제공해 건설사가 1000만원 이상 벌금형 또는 건설사·홍보업체 직원이 1년 이상 징역형 처벌을 받으면 해당 사업장의 시공권을 박탈하고, 향후 2년간 정비사업 입찰 자격도 제한하기로 한 것입니다. 더욱이 시공권 투표 이전에 진행되는 부재자 투표에 각종 로비가 많았던 만큼 사전 부재자 투표는 정비구역 밖의 시·도나 해외에 거주해 총회 참석이 곤란한 조합워들에게만 원칙적으로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제도가 시행되면 과연 재건축 시장에 만연한 불법 영업행위가 근절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이미 재건축 대어들의 시공사 선정이 모두 마무리된 뒤 나온 후속 대책이여서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도 나오는게 사실입니다. 또 업체간 차별화된 영업 전략을 일괄적으로 규제하면 브랜드 경쟁력이 높은 대형건설사에게만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재건축 불법 영업이 단속 사각지대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현장 단속을 강화하지 않으면 규제 적용 이후에도 재건축 복마전은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민간 수주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보다는 정부가 시공사와 계약을 할 때 표준계약서를 지원해 주거나, 적어도 조합 임원들에게는 전문성을 강화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공정한 재건축 시장 질서를 위해 강력한 처벌 규정도 필요하지만, 그에 걸맞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갖춰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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