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rd SRE]아주캐피탈, 치킨게임 속 기댈 곳 없는 설움

여신전문금융사 가운데 등급적정성 최다 지적
  • 등록 2016-05-16 오전 7:40:35

    수정 2016-05-16 오전 7:40:35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아주캐피탈(033660)이 23회 이데일리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 워스트레이팅(Worst Rating: 기업별 등급수준 적정성 설문)에서 네 번째로 많은 지적을 받았다. 전체 응답자 141명 중 25명(17.7%)이 아주캐피탈의 현 신용등급(A+)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주캐피탈은 2010년 상반기(12회)와 하반기(13회) SRE에서 워스트레이팅 상위에 올랐던 곳이다. 6년 만의 불명예 귀환이다. 이번 워스트레이팅 후보군(총 40개) 중 여신전문금융사는 6개가 올랐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다.

아주캐피탈의 신용등급은 작년 하반기 설문 당시 ‘A+/안정적’이었으나 이번 설문은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뀐 상황에서 진행됐다. 한신평이 작년 11월 15일 신평3사 중 가장 먼저 ‘부정적’으로 내렸고, 한기평과 NICE신평도 올 3월 23일 등급전망을 내렸다.

치킨게임 돌입한 신차할부금융시장

해운업종만 치킨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주캐피탈이 먹고사는 분야인 자동차 할부금융시장도 사실상 치킨게임에 돌입했다. 마진율은 낮아지는데 경쟁의 강도는 더 세지고 있다.

아주캐피탈 유효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신용평가 3사의 등급전망(아웃룩·트리거)을 종합하면 당분간 신용등급이 올라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반면 모든 신평사가 부정적 등급전망을 제시하면서 하락 압력은 최근 6년사이 가장 강해졌다.

어느 기업이나 신용등급 하락은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돈을 싸게 빌려서 고객에게 좀 더 높은 금리에 빌려주는 이자마진으로 먹고사는 여신전문금융사에게 신용도 하락은 ‘직격탄’이다. 돈을 빌려오는 비용(조달금리) 상승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이번 설문의 결과는 아주캐피탈에게 위기감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자동차할부금융사(캐피털사)를 ‘수저 계급론’이 비유하기도 한다. 현대캐피탈과 RCI파이낸셜코리아는 ‘금수저’다. 각각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의 전속(캡티브)회사다. 부모격인 자동차판매사와 약속된 금리를 보장받는 계약으로 안정적인 영업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치킨게임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갖춘 곳이다.

국내 굴지 시중은행의 계열사 KB캐피탈(이하 모회사 KB금융), JB우리캐피탈(JB금융), BNK캐피탈(BNK금융)은 전속회사는 아니지만 탄탄한 자금조달 기반을 갖췄다. 모회사의 신용등급이 국가등급(AAA)과 같거나 불과 한 단계 차이(AA+)이다 보니 어려울 때 기댈 언덕이 있다. 실제로 BNK캐피탈은 작년 ‘렌탈채권 파동’ 때 지주사로부터 자금을 받아 위기 탈출에 나섰다.

아주캐피탈은 90년대 대우자동차의 전속할부금융사였다가 대우그룹 해체 이후 금수저 지위를 내려놓았고, 2005년 아주산업을 최대주주로 맞이했다. 모회사 아주산업(BBB+)의 신용등급은 아주캐피탈(A+)보다 낮은 상황이다. 아주캐피탈은 오히려 지원해주면 해줬지 지원받을 상황은 아니다. 아주산업 등 주주에게 지급하는 현금배당총액은 작년 147억원에서 올해는 204억원으로 늘었다.

조달금리 경쟁력 뒤쳐지는데 비용은 더 들어

가뜩이나 아주캐피탈은 경쟁상대보다 조달금리 경쟁력이 뒤처진다. KB캐피탈, JB우리캐피탈, BNK캐피탈 등 경쟁사들은 모두 모회사 후광에 힘입어 ‘AA-’급 지위를 가지고 있어 아주캐피탈보다 돈을 싸게 빌릴 수 있다. 권대정 한국신용평가 금융2실장은 “아주캐피탈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싼) 자산유동화, 단기 CP 조달 등 차입부채 구성을 조정하며 조달금리 간격을 줄여놓았지만, 신용등급간 스프레드가 벌어진다면 조달금리 격차는 지금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조달금리 경쟁력을 만회할 방법은 비용절감인데 이 마저도 단기간에 이뤄질 일은 아니다. 한신평에 따르면 작년기준 아주캐피탈의 판관비율(영업자산대비 판관비 비중)은 2.2%로 경쟁사보다 평균 0.6%포인트 높다.

조달금리 압박 속에 비용도 더 많이 드는 구조라면, 최종적으로 이익낼 수 있는 여지는 더욱 좁아진다. 권대정 실장은 “신차금융을 통해 0.5%의 이익창출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아주캐피탈의 조달금리와 비용구조상 약점은 영업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주력인 신차금융부분에서 적정 이윤창출이 가능한 수익구조로 돌아서지 못한다면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아주캐피탈은 1994년 대우자동차가 자본금 50억원 규모로 설립한 금융부문 전담 여신전문업체 한국할부금융이 전신이다.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우할부금융·대우캐피탈 등의 사명변경을 거쳐 현재 이름을 가지고 있다. 2005년 최대주주가 된 아주산업은 2014년 자신들이 보유한 아주캐피탈 지분 전량(74.2%) 매각을 추진했으나, 우선협상자인 일본계 금융사 J트러스트와 가격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매각작업을 철회한 상태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3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문의: st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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