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코로나19에 가계 지출 ‘뚝’…소득 양극화는 심화(종합)

1분기 소비지출 6.0% 감소…서비스분야 급감
소득 3.7% 늘었지만 지원금·퇴직금 위주 증가
저소득-고소득 격차 커져…“고용안정망 필요”
  • 등록 2020-05-22 오전 8:15:09

    수정 2020-05-22 오전 8:15:09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조해영 기자] 올해 1분기 코로나19 여파에 가계 소비 지출이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가계 소득은 3%대 증가에 그쳤지만 지출이 줄면서 남은 돈은 크게 늘어나는 ‘불황형 흑자’의 모습을 나타냈다.

소득 하위 20%(1분위)의 소득은 제자리 걸음한 반면 상위 20%(5분위)는 크게 증가하며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경기 침체의 여파가 고용 취약계층에 먼저 영향을 끼친 만큼 고용안정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학원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옷 안사고 학원 안보내…우울한 흑자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3.7%(전년동기대비) 증가했다.

정부 등의 지원금인 이전소득(69만6000원)은 4.7% 늘어 근로소득(1.8%)과 사업소득(2.2%)보다 증가폭이 컸다. 공적연금·기초연금·사회수혜금·연말정산환급금 등이 포함된 공적이전이 13.4% 증가한 영향이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지자체 지원금 등은 사회수혜금 항목으로 조사돼 1분기 조사에 반영됐다”며 “5월 지급하는 재난지원금도 받는 즉시 공적이전소득인 사회수혜금으로 잡힌다”고 설명했다.

비경상소득은 15만1000원으로 79.8% 급증했다. 여기에는 경조소득이나 퇴직수당, 실비보험 지급 등이 포함되는데 코로나19에 따른 희망·조기퇴직 등 고용시장 위축에 관련 수당이 늘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지자체 지원금과 퇴직금이 가계 소득 증가세를 이끈 셈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적이전소득 위주로 소득이 증가한 상황에서 일자리 사정까지 나빠진 상황”이라며 “고용시장이 회복되지 않는 이상 (가계 사정이) 나아지기는 당분간 어렵다”고 말했다.

월평균 가계지출은 4.9% 줄어든 394만5000원이다. 이중 소비지출(287만8000원)은 로 6.0% 감소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에도 소득은 증가한 반면 소비지출이 크게 줄어든 이유는 외출 제한 등이 지출에 바로 영향을 미쳤지만 소득은 경기 침체가 후행적으로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쓰는 돈이 줄면서 흑자액(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금액)은 141만3000원으로 38.4% 증가했다.

소비지출에서는 서비스 분야 위주로 감소폭이 컸다. 감염 우려에 학원 수강이 줄면서 교육 지출(26만4000원)은 26.3% 감소했고 외출 자제에 오락·문화 지출(18만1000원)과 음식·숙박 지출(35만원)이 각각 25.6%, 11.2% 감소했다.

의류·신발 지출은 28.0% 감소한 11만9000원에 머물렀다. 외출이 줄면서 옷 등에 대한 수요도 자연스럽게 줄어서다.

반면 가정 내 채소·육류 등 소비가 증가하면서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44만5000원) 10.5% 증가했다. 특히 마스크 수요가 크게 늘어 보건 지출은 9.9% 늘어난 27만2000원을 기록했다.

◇ 고용 한파 맞닥뜨린 1분위 소득만 제자리

정부는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를 통해 경제 활력을 이끄는 ‘소득주도성장’을 3년째 추진하고 있지만 소득 분배 지표는 오히려 악화했다.

1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지난해 1분기와 같은 149만8000원으로 전체 5개 분위 중 유일하게 0%대 성장에 머물렀지만 5분위는 가장 큰 상승폭(6.3%)을 나타냈다.

5분위의 처분가능소득(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금액)을 1분위로 나눈 5분위 배율은 1분기 5.41배로 1년 전보다 0.23배포인트 상승했다. 2019년부터 통계방법을 바꿔 단순 비교하긴 무리가 있지만 수치 자체만 놓고 보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17년 1분기(5.35배)보다도 올랐다. 갈수록 저소득층과 고소득층간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인 경기 둔화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일자리 감소 등 여파가 저소득층에 더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1분위의 경우 가계지출이 10.8% 줄었음에도 소득이 늘지 않아 25만2000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적자가구’의 비중은 1분위가 53.0%로 2분위(24.2%)의 두배가 넘는다. 강 청장은 이에 대해 “경제위기가 있던 1998년경이나 2008년의 적자가구 감소나 소비·지출감소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상대적으로 저소득 직종의 구조조정이 많았고 영세 자영업자 비중이 큰 음식숙박·오락문화 지출이 줄었다다”며 “분배지표 개선을 위해서는 소비와 고용이 정상화해야 하는데 현재 시점에서는 빨라야 3분기에나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당분간 분배 악화가 지속될 것에 대비해 고용·사회 안전망 강화에 들어갈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여건 악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저소득층 보호를 위한 정책 지원에 역점을 둘 계획”이라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한국판 뉴딜 등을 통해 조속한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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